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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탈시설 3법 즉각 폐기해야”

▷ 8월 초 국회에서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관한 법률안' 등 여럿 발의
▷ 부모회, 국회 앞에서 시위 열어... "탈시설 3법은 당사자와 그 부모에 대한 폭력"

입력 : 2024.08.20 13:12 수정 : 2024.08.20 13:13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탈시설 3법 즉각 폐기해야” (사진 =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이하 ‘부모회’)가 최근 국회에 상정된 ‘탈시설 3법안’에 당사자의 특성과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즉각적인 폐기를 주장했습니다.

 

부모회는 현재 우리나라에 필요한 건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돕는 법안이 아닌, 발달장애인이 거주할 수 있는 시설을 온존·확충시킬 수 있는 법안이라며 시설 입소대기자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정부가 해소해줘야 한다고 이야기했는데요. 

 

지난 6일, 최보윤 등 국회의원 12인은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습니다. 발의자들은 주된 제안이유로서 “지역사회 자립과 정착을 희망하는 장애인들이 실제 지역사회에 나왔을 때, 주거 등 자립지원 서비스의 부족으로 독립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라며,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살아가기를 원하는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자립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려 한다”고 밝혔는데요. 이러한 법안 이외에도 “장애 특성에 따른 지원을 통하여 자립적인 삶을 영위하고 동등한 기회를 보장받을 수 있게 하겠다”는 ‘장애인권리보장법안’, “궁극적으로 장애인의 자립생활 보장과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장애인복지법’ 등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된 상태인데요.

 

부모회는 이러한 법안을 통칭 ‘탈시설 3법’이라 언급하며, “참담함을 금할 수 없다”는 심정을 밝혔습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폐기된 탈시설 법안들이 22대 국회에서도 겉모습만 바뀌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회는 지난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 발표 이후, 국회에서 주기적으로 등장하는 ‘탈시설 법안’에는 여러가지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진 =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먼저, 탈시설 법안에는 제일 중심이 되어야 할 시설이용 장애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부모회는 지난 3년간 지역을 넘나들며 끊임없이 탈시설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음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은 이를 귀담아듣지 않고 탈시설 법안과 조례안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이들은 “거주시설 장애인이나 그 보호자가 탈시설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음에도, 그들의 의사에 반하여 탈시설을 강행하는 건 명백한 인권침해행위인 동시에 심각한 범죄행위”라고 전했습니다.

 

부모회는 탈시설정책이 중증발달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중증의 발달장애인을 시설이 아닌 자립지원주택에서 거주하게 하면, 낯선 환경으로 인해 도전행동과 공격성을 보일 것이고, 이 과정에서 사고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겁니다. 부모회는 “언어표현조차 쉽지 않은 중증 발달장애인은 CCTV도 없는 지원주택에서 어떤 인권침해에 노출될지 알 수가 없다”며, 홀로선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영위할 수 없는 발달장애인에게 자립을 강요하는 건 “어불성설(語不成說)을 넘어 당사자와 그 부모에 대한 폭력”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부모회는 “탈시설을 논하기 전에 중증발달장애인들이 시설에서 거주하며 안전하게 살 수 있도록 거주 여건을 개선하는 것이 장애인정책의 최우선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며, 거주시설의 입지를 좁히는 정치권의 시도는 잘못되었다고 지적했습니다.

 

가령, 이번에 발의된 ‘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안’ 제60조에는 “장애인 주거서비스 제공기관을 설치하려면 전문적 서비스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목적인 경우에 한한다”고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 부모회는 ”현행 법상 누구라도 일정한 요건을 갖추면 거주시설을 설치”할 수 있는 구조인데, “(이번에 발의된 법안은) 겉으로는 신규설치를 허용해주는 척하면서 뒤로는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다는 이유로 신규시설의 설치를 제한하려는 표리부동(表裏不同)한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법안 자체가 거주시설 설치에 제약을 부과하고 있다는 겁니다.

 

부모회는 “수십년 동안 발달장애인의 안전한 거소로서 존재해온 거주시설은 오늘도 우리의 발달장애인 자녀들을 보호하고 보살피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며, “거주시설은 폐지될 대상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의 유형, 중증도와 특성에 따라 다양한 규모로 특화되어 발전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부모회는 뜨거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많은 부모들이 시설이용자인 자녀들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국회의원들은 이 같은 상황을 알아야 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부모회는 “부디 국회의원들이 우리 중증발달장애인 부모들의 피끓는 심정과 절규를 헤아렸으면 한다”며, 탈시설 법안의 즉각적인 폐기를 염원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영진 사진
김영진 기자  jean@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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