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보이스피싱, ‘네 탓’의 시대는 끝났다: 시스템이 답할 시간
▷개인 책임에서 시스템 책임으로, 금융사기 대응 패러다임 전환
▷ AI 범죄엔 AI 방패... 국가 차원의 인텔리젼스 플랫폼 시급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
“어머니 목소리까지 흉내 내더군요.” 피해자의 절규는 이제 개인적 불운이 아니라 사회적 재난의 비명이 되었다. 인공지능(AI)과 딥페이크 기술로 무장한 금융사기는 더 이상 개인의 부주의 문제로 치부할 수 없는 국가적 위기다. 그럼에도 우리의 대응은 여전히 “스스로 조심하라”는 20년 전의 낡은 구호에 머물러 있다. 실로 ‘각주구검(刻舟求劍)’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해답은 최근 해외 선진국들의 과감한 결단 속에서 찾아야 한다.
◇ 영국의 결단: 책임을 비용으로 전환하다
영국은 세계 최초로 금융사기 책임을 개인에서 은행으로 전환하는 혁신적 결단을 내렸다. 2024년 10월, 영국 결제시스템규제청(PSR)은 ‘승인된 푸시 결제(APP)’ 사기 피해에 대한 의무 배상 제도를 전면 시행했다. 피해자가 사기범에게 송금했을 경우, 송금 은행과 수취 은행이 손실액의 50%씩을 분담해 책임지는 구조다. 은행은 고객의 ‘중대한 과실(gross negligence)’을 입증하지 못하면 5영업일 내에 피해액 전액을 배상해야 한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배상 책임이 예측 가능한 ‘운영 비용’으로 전환되자, 은행들은 생존을 위해 사기 방지 기술에 대규모 투자를 시작했다. 손실이 곧 비용이라는 시장 원리가 작동하면서, 금융 시스템이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제도의 힘이 금융사의 책임 의식을 일깨운 명백한 사례다.
◇ 호주와 싱가포르의 진화: 범죄 생태계를 정조준하다
은행만으로는 부족하다. 범죄의 70%는 금융망이 아닌 통신망과 디지털 플랫폼에서 시작된다. 호주와 싱가포르는 이 구조적 허점을 파고들었다. 두 나라는 범죄 발생 경로 전체에 책임의 그물을 치는 ‘생태계 공동 책임 모델’을 도입했다.호주는 법제화된 ‘사기 방지 프레임워크(SPF)’를 통해 은행뿐 아니라 통신사와 소셜미디어 같은 디지털 플랫폼까지 규제 대상에 포함시켰다. 이들은 사기 예방, 탐지, 차단 등에 대한 ‘합리적 조치’를 취할 의무를 지며, 이를 위반하면 과징금을 부과받는다.싱가포르는 한발 더 나아가 구체적인 기술적 의무를 명시했다. 작년 말 시행된 ‘공동 책임 프레임워크(SRF)’는 금융기관에 24시간 계좌 동결 기능을, 통신사에는 악성 URL이 포함된 문자메시지(SMS) 필터링을 의무화했다. 범죄의 창구를 제공한 기업들이 더 이상 책임의 사각지대에 숨을 수 없게 된 것이다.
◇ 데이터 칸막이를 허물고 ‘AI 방패’를 세워라
그러나 책임 부과는 시작일 뿐이다. 진정한 해법은 기술에 있다. 영국에서 통신사와 은행이 협력한 ‘스캠 시그널 API(Scam Signal API)’는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보여준다. 이 시스템은 고객이 송금을 시도하는 순간, 은행이 통신사에 실시간으로 질의해 피해자가 사기범과 통화 중인지, 비정상적 네트워크 활동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개인정보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사기 징후만 포착하는 이 기술은 시범 운영에서 사기 탐지율을 30%나 향상시켰고, 사기 손실액을 최대 44%까지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이러한 협력은 국가적 차원으로 확장되어야 한다. 우리도 금융·통신·플랫폼의 데이터를 결집한 ‘국가 사기 방지 인텔리전스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다단계 범죄 구조인 보이스피싱에 맞서는 길은 개별 기업이 제각각 쌓아온 성벽을 허물고, 사기 패턴을 초 단위로 탐지·차단하는 국가적 AI 방어망을 세우는 것뿐이다. AI를 창으로 쓰는 범죄에 AI로 만든 방패만이 맞설 수 있다.
◇ 시스템이 답해야 한다
보이스피싱은 더 이상 개인의 불운이 아니다. 국가 안전망이 뚫린 사회적 재난이다. “네가 조심했어야지”라는 구시대적 책임 전가는 끝내야 한다. 영국, 호주, 싱가포르의 사례는 이미 검증된 해법을 보여주었다. 금융, 통신, 플랫폼, 그리고 국가가 함께 책임지는 새로운 패러다임만이 답이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의 결단뿐이다. ‘네 탓’의 시대를 끝내고, 시스템이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안용섭 서민금융연구원장 약력
중앙대 법과대학, 알토대 EMBA
한국은행 및 금융감독원(‘82~‘15) 근무,
現)서민금융연구원 원장(‘24~현재),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
前)사이버외대 외래교수, 저축은행 상근감사, 금감원 금융교육자문위원
금융감독원 인증 강사, 평생교육사, 신용상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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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냐가 토론의 장이되야한다는 말씀 공감하며 중증발달장애인의 또다른 자립주택의 허상을 깨닫고 안전한 거주시설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추구하여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할수있도록 거주시설어 선진화에 힘을 쏟을때라 생각합니다 충분한 돌봄이 가능하도록 돌봄인력충원과 시설선진화에 국가에서는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합니다
2시설이 자립생활을 위한 기반이 되야합니다. 이를위해 전문인력이 배치되고, 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지역사회와 연계된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장애인이 보호받으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공간으로 거주시설을 개선하고 지원 되이야 가족도 지역사회에서도 안심할 수 있게 정책개발 및 지원 해야 한다는 김미애의원의 말씀에 감동받고 꼭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
3중증발달장애인의 주거선택권을 보장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바랍니다. 탈시설을 주장하시는 의원님들 시설이란 인권을 빼앗는 곳이라는 선입관과 잘못된 이해를 부추기지 마세요. 중중발달장애인을 위해 노화된 시설을 개선해 주세요. 또, 그들의 삶의 보금자리를 폐쇄한다는 등 위협을 하지 마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4지역이 멀리 있어서 유트브로 시청했는데 시설장애인 부모로 장애인들이 시설이든 지역이든 가정이든 온전히 사회인으로 살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5탈시설 개념에 대해 페터 슈미트 카리타스 빈 총괄본부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게재된 탈시설화는 무조건적인 시설 폐쇄를 의미하지 않으며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주거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발달장애인의 거주 서비스는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전적 행동이 있는 경우, 자립 지원이 필요한 경우 등 여러 거주 서비스 필요성에 의해 장기요양형 거주 시설부터 지역사회 내 자립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거주시설에서의 자립생활 목소리가 정책으로 연결되길 기대합니다.
6장애인도 자기 삶을 결정하고 선택 할 귄리가 있습니다. 누가 그들의 삶을 대신 결정합니까? 시설에서 사느냐 지역사회에서 사느냐가 중요 한게 아니고 살고 싶은데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살아야합니다. 개인의 선택과 의사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7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거주시설에서의 생활은 원가정을 떠나 공동체로의 자립을 한 것입니다. 거주시설은 지역사회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시설안과 밖에서 너무도 다양하게 활동합니다. 원가정이나 관리감독이 어려운 좁은 임대주택에서의 삶과 다른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야 말로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성이 향상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곳 입니다.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이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아가기란 주변의 민원과 벌래 보듯한 따가운 시선 그리고 돌발행동으로 위험한 상황이 많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늙고 힘없는 부모나 활동지원사는 대처할수 있는 여건이 안되고 심지어 경찰에 부탁을 해 봐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 입니다. 그러나 거주시설은 가장 전문성이 있는 종사자들의 사명과 사랑이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을 웃게 만들고 비장애인들의 눈치를 안봐도 되고 외부활동도 단체가 움직이니 그만큼 보호 받을수 있습니다 . 예로 활동지원사가 최중증발달장애인을 하루 돌보고는 줄행랑을 쳤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