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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은 생존권 위협”…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자립지원법 폐기 촉구

▷ 24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 열어
▷ 부모회 “거주시설 유지가 장애인의 생명 지킨다”

입력 : 2025.07.24 12:00 수정 : 2025.07.24 12:36
“탈시설은 생존권 위협”…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자립지원법 폐기 촉구 여의도 국회 앞 기자회견을 진행한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이수아 기자 =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이하 부모회)가 ‘장애인의 지역사회 자립 및 주거 전환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 자립지원법) 폐기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현아 부모회 대표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장애인 자립지원법이 ‘장애인 탈시설’을 사실상 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시설에 거주하는 중증 발달장애인의 생명권과 주거 선택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부모회는 “탈시설 3대 법안(장애인복지법 개정안, 장애인 권리보장법, 장애인 자립지원법)이 도입되면 장애인과 가족은 사회로부터 고립되고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안정적인 돌봄 체계인 거주시설을 유지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자립지원법이 자립을 지원한다는 명목 아래 사실상 모든 거주시설 장애인의 탈시설을 유도하는 구조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김현아 대표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이러한 입법을 통해 결과적으로 장애인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중증 발달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거주시설은 수년간 전혀 설치되지 않았고, 현재도 입소 대기자들이 보호 체계 없이 방치돼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20년째 인력 기준은 ‘4.7명당 2명’에 머물러 있으며, 기능 보강 예산도 충분히 지원되지 않아 열악한 환경 속에서 시설 거주 장애인의 삶이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부모회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국회가 탈시설 중심의 입법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탈시설 정책으로 인해 의사 표현이 어려운 최중증 발달장애인이 거주시설에서 퇴소돼 정신병원 등으로 옮겨지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며 “이러한 현실을 정부와 국회가 충분히 인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제 해결보다는 입법 강행에만 집중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부모회는 서울시가 ‘송천한마음의 집’ 등 일부 시설에 대해 폐쇄 행정처분을 내렸지만, 해당 시설 이용자 다수가 대체 거처를 찾지 못해 심각한 주거 공백을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운영 대안 없이 시설부터 폐쇄하는 것은 생존권을 무시한 행위”라는 것이다.

 

이들은 지난 3월 9일부터 장애인 자립지원법안 폐지를 요구하는 국민동의청원을 진행했고, 한 달 만에 6만 5천여 명의 동의를 받아 법안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회부했다. 부모회는 “법안 추진 이전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당사자와 가족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하며, 장애인복지법 제5조에 따른 의견 수렴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김현아 장애인거주시설이용자부모회 대표 (사진=위즈경제)

 

 

◇ 부모회가 제기한 자립지원법의 주요 문제점

 

부모회는 자립지원법의 주요 문제점으로 ▲법안의 실질적 목표가 ‘탈시설’에 있다는 점 ▲시설 입소 대기자 가정의 절박한 현실 ▲자립지원주택의 인권침해 위험 ▲무연고 장애인에 대한 보호 부재 ▲장애인 특수성 미반영 등을 꼽았다.

 

자립지원법의 핵심 목적이 ‘자립’이 아닌 ‘탈시설’이라는 것이 부모회의 입장이다. 매년 거주시설 장애인을 대상으로 자립 욕구 조사를 실시하고, 장기적으로는 모든 시설 이용 장애인을 지역사회로 이전시키려는 구조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자립지원은 실질적으로 시설 해체를 유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수천 명에 달하는 대기자 가정의 현실을 지적하며, 현재도 1,500명 이상의 장애인이 시설 입소를 기다리고 있지만 정부는 신규 시설 설치를 중단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시설을 원하는 장애인과 가족의 선택권은 철저히 배제되고 있으며, 시설이 사라질 경우 돌봄을 감당하지 못하는 가족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돌봄 부담을 견디지 못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하거나 동반자살한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자립지원주택의 운영 실태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부모회에 따르면 이들 주택은 사실상 관리자가 없는 구조로, 장애인의 건강과 안전을 책임질 주체가 부재하며 1:1 돌봄에 의존해야 하는 체계다. 이는 각종 인권침해와 사고로 이어질 위험이 크며, 실제로 활동지원사에 의한 성폭행, 돌봄 공백으로 인한 사망 사고가 발생했지만 이에 대한 제도적 책임은 없다는 주장이다.

 

무연고 장애인에 대한 보호 부재도 지적했다. 의사 표현이 어려운 무연고 중증장애인이 본인의 동의 없이 탈시설 대상이 될 수 있으며, 서울시 시범사업에서는 이들의 동의 없이 탈시설이 강행된 사례도 있었다는 것이다. 부모회는 “탈시설 이후 지역사회에서 자취를 감춘 장애인에 대한 전수조사가 미흡하고, 생존 여부조차 확인되지 않는 현실은 심각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자립지원법이 장애인의 특수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핵심 문제로 꼽혔다. 발달장애인의 평균 수명이 낮고, 사고 발생률은 더 높은 상황에서 자립지원주택은 오히려 생명권을 위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돌봄 공백에 취약한 이들이 자립이라는 이름 아래 홀로 내몰리고 있다”“거주시설은 안정적이고 체계적인 지원이 가능한 공간으로, 보완·개선되어야 할 대상이지 폐지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거주시설 폐쇄에 반대하며 자녀의 생존권을 호소하는 장애인 가족들과 관계자 (사진=위즈경제)

 

 

◇ 부모회, “장애인의 거주시설을 보장하라”

 

김현아 대표는 “장애인의 삶은 시설에 살든 지역사회에 살든 똑같이 존중받아야 하며, 시설 거주가 자립의 반대 개념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회와 정부를 향해 “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진정으로 존중한다면 다양한 거주 형태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장애인 몇 명쯤의 희생은 불가피하다는 판단 아래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자녀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부모들은 끝까지 거주시설의 유지를 요구할 것이며, 시설의 환경을 개선해 보다 안전하고 질 높은 삶의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수아 사진
이수아 기자  lovepoem430@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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