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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 정책] 소비쿠폰 신청 첫날, 주민센터 북적…어르신들 "신청서 쓰는 것도 버거워요"

▷ “오전 9시부터 줄…고령층 접수 몰려”
▷ 안내 인력 “고령층, 위임장 몰라 헛걸음도”
▷ “치과 치료에 쓸 거예요”, “전통시장 갑니다” 다양한 현장 반응

입력 : 2025.07.22 16:30 수정 : 2025.07.22 17:01
[생생 정책] 소비쿠폰 신청 첫날, 주민센터 북적…어르신들 "신청서 쓰는 것도 버거워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신청하기 위해 서교동 주민센터에 방문한 시민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이수아 기자 =정부의 정책은 보통 숫자와 표, 제도적 설명으로 요약되지만, 그 진짜 효과는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삶 속에서 드러납니다.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전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급해 위축된 소비 심리를 회복하고, 동시에 지역 상권에 실질적인 활력을 불어넣고자 하는 목적에서 출발한 정책입니다.

이처럼, 위즈경제는 [생생정책] 연재를 통해 단순히 정책 내용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정책이 기획된 취지와 실행 과정, 그리고 그것이 실제 현장에서 어떤 변화를 이끄는지를 시민과 상인의 목소리로 생생하게 전달하고자 합니다. 정책이 단순히 종이 위의 공약이 아닌, 삶의 현장에서 체감되는 현실로 반영되는 그 순간을 함께 기록하고자 합니다.[편집자주]


21일 오전 11시, 서울 마포구 서교동 주민센터 민원실에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신청하려는 시민들로 접수창구가 북적였다. 이날은 정부가 전 국민을 대상으로 최소 15만 원에서 최대 45만 원까지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첫 신청일이다. 접수창구에는 고령층 시민과 이를 돕는 안내 인력이 뒤섞이며 분주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주민센터는 대기 혼잡을 줄이기 위해 별도로 마련한 대강당에 접수창구를 설치했다. 현장에는 혼잡을 줄이고 신청 절차를 돕기 위해 안내 인력이 배치됐고, 고령자나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신청자에게는 신청서 작성부터 접수까지 1:1로 지원이 이뤄졌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오전 9시 접수 개시와 동시에 방문객이 몰렸다”“9시부터 10시 사이에 가장 붐볐고, 접수창구 앞 대기 의자도 대부분 찼다. 한꺼번에 20~30명이 몰렸다”고 전했다.


이날은 주민등록번호 끝자리가 1·6인 시민이 신청할 수 있는 요일제 첫날이었다. 대부분 해당 요일제를 인지하고 방문했지만, 일부 고령자는 신청 요일을 착각하거나 제도 자체를 잘 몰라 혼선을 빚기도 했다. 주민센터는 거동이 불편한 시민에 대해서는 현장 판단에 따라 유연하게 접수를 받았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오늘이 본인 순번이 아니라는 사실을 현장에 와서야 알게 된 분들도 있었다”라며 “특히 70대 이상 어르신들은 문자 안내를 받지 못하거나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 걸음이 불편한 분에 한해 현장에서 접수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장 분위기는 전반적으로 차분했고, 큰 혼란 없이 접수가 진행됐다. 그러나 정보 접근성에 따른 격차는 여전히 뚜렷했다. 휴대폰 문자나 온라인 안내를 확인하지 못한 고령자, 또는 제도 자체를 인지하지 못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일부는 시민은 세대주가 아니라는 이유로 자녀 명의 소비쿠폰을 신청하지 못해 제도 설계상 제약에 혼란을 겪기도 했다.


한 70대 여성은 “요즘 문자 사기가 많아 문자 자체를 잘 안 본다”“소비쿠폰은 자식이 알려줘 처음 알게 됐다. 생활비에 보탬이 될 것 같아 신청하러 왔다”고 말했다. 또 다른 70대 여성은 “주민센터에서 점심을 준다고 해서 왔는데, 쿠폰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점심 먹을 때 복지사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현장 인력 “어르신들, 신청서 쓰는 것도 버거워요”


현장에는 신청 절차를 돕기 위한 안내 인력이 상주하고 있었다. 한 안내 인력은 “고령자분들이 신청서 작성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일일이 도와드리고 있다”“위임장과 관련된 민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서교동 주민센터에서 신청서를 작성하는 어르신 (사진=위즈경제)

 


가족의 소비쿠폰을 대신 신청하려면 위임장과 함께 대상자의 자필 서명 또는 도장, 주민등록등본 등 관련 서류를 구비해야 한다. 위임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대리 신청은 불가능하며, 이런 절차를 몰라 서류를 갖추지 못한 채 방문했다가 접수를 못 하고 돌아가는 경우도 있었다.


안내 인력은 “부부 중 한 분만 오셔서 배우자 명의까지 신청하려는 경우가 많은데, 원칙적으로는 위임장과 도장이 있어야 한다”“이런 절차를 몰라 도장을 준비하지 못하고 헛걸음하시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특히 일부 고령자는 손을 떨며 겨우 본인 서류를 작성한 뒤, 배우자 명의의 신청서까지 작성해야 했다. 그는 “한 어르신이 ‘나는 내 것 하나 쓰는 것도 힘든데 또 써야 해요?’라고 하셨을 때, 도와드리면서도 마음이 아팠습니다”라고 전했다.


고령자나 취약계층을 위한 ‘찾아가는 신청’ 제도도 마련돼 있지만, 아직 접수 건이 없어 실제 방문 사례는 없는 상태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지침은 이미 내려온 상태지만, 현재까지 해당 신청이 들어온 적이 없어 아직 실행에는 이르지 않았다”“향후 신청이 접수되면 사회복지사가 직접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닭값이 두 배, 손녀 반찬값도 부담”…시민들이 말하는 소비쿠폰 사용처


 

망원 1동 주민센터에 훨체어를 타고 소비쿠폰을 신청하러 온 어르신 (사진=위즈경제)

 

이날 신청을 마친 70대 이영숙 씨는 “TV에서 소비쿠폰 신청하라고 해서 왔다”“편의점이나 전통시장에서 쓸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편이 치과 치료를 받고 있는데, 병원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같이 신청하러 왔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70대 차춘복 씨는 “아내와 손녀를 위해 반찬을 사는 데 소비쿠폰을 쓸 계획”이라며 “직장에 아직 다니고 있지만, 살림에 늘 보탬이 되고 싶다”고 전했다.


50대 주부 김모 씨는 “닭 한 마리 가격이 예전보다 두 배 가까이 올라 깜짝 놀랐다”“전통시장에서 요리 재료를 구입할 때 요긴하게 쓸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어 “편의점은 잘 가지 않지만, 전통시장은 자주 찾는다”고 덧붙였다. 


망원동 인근에 거주하는 40대 남성 박모 씨는 “아내와 아이 셋과 함께 살고 있는데, 생필품을 살 때 사용할 예정”이라며 “요즘 아이들 용돈을 넉넉히 주지 못했지만, 평소 주던 10만 원 대신 이번에 받은 소비쿠폰으로 용돈을 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민생회복 소비쿠폰’은 신청일 다음 날 지급되며, 신청 마감일은 9월 12일이다. 지급된 소비쿠폰은 11월 30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

 

 
이수아 사진
이수아 기자  lovepoem430@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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