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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분향소 철거 하루 전…여전히 끊이지 않는 추모의 발길

입력 : 2022.11.07 16:00 수정 : 2022.11.07 16:12
[르포] 분향소 철거 하루 전…여전히 끊이지 않는 추모의 발길 서울 시청에 있는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 분향소. (출처=위즈경제)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 지난 4일 오후에 찾은 서울광장 합동 분향소는 평일임에도 추모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습니다. 조문객들은 분향소 직원이 나눠준 국화한송이를 들고 본인의 추모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은 본인 차례가 오면 분향소 관계자의 지시에 따라 헌화를 한 뒤 묵념을 하고 방문록에 글을 남겼습니다. 

 

기자가 확인한 방문록에는 안전한 국가에서 다시 태어나 시길 기도드립니다” “가슴이 아픕니다. 부디 하늘 위에선 행복한 일만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등 조문객들의 슬픔과 위로가 담긴 글귀가 적혀 있었습니다. 분향소 주변에는 추모 이후에도 발길을 돌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앞서 지난 29일 밤 용산구 이태원 일대에서는 핼러윈 축제를 맞아 수많은 인파가 한꺼번에 몰려 150명 이상의 사람이 집단으로 숨지는 압사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고 발생 이후 11월 5일까지 국가애도기간으로 지정했고, 이에 따라 서울시는 엿새 동안 서울광장에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운영해왔습니다. 

 

#"비슷한 또래라고 생각하니 더 가슴 아파"

 

한 동안 분향소를 떠나지 못한 채 서있던 서창환(28)씨는 "희생자 대부분이 나와 비슷한 나이인 친구들이라 더욱 가슴이 아팠다면서 "참사 희생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이것(추모) 밖에 없어서 너무 슬프다"며 애통한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한국에 온지 두 달 된 일본인 유학생 콘 스즈카(20)씨는"이번 참사 희생자 중 일본인도 2명도 나와 같은 유학생이라고 들었다. 비슷한 시기에 나와 같은 꿈을 꿨던 친구들이라고 생각하니 너무 마음이 아프다"면서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10대 학생은 이번 희생자 중 한 명이 내 친구의 지인이다. 그 친구가 해외 유학을 가 추모에 참석할 수 없다는 사정을 듣고 내가 대신 왔다면서 얼굴을 아는 친구가 아니지만 비슷한 또래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먹먹했다고 말했습니다.

 

비슷한 나이대에 자녀를 키우고 있다는 양승애(50)씨는 "집에서 뉴스만 보고 있자니 갑갑하고 마음이 먹먹해 이렇게 나오게 됐다"면서 "어찌 보면 내 자식 같은 아이들이 너무 안 좋게 떠나가게 돼서 말할 수 없이 가슴이 아프다"고 했습니다.

 

#정부 후속대처에 불만의 목소리 내기도

 

지원금 수준과 분향소 운영 방식 등 정부의 후속대처에 불만의 목소리를 내는 조문객도 있었습니다.

 

서울 노원구에서 온 이장형(68)씨는뉴스에서 우리나라가 이제 선진국이 됐다고 연신 보도하고 있지만 이번 사고를 보면 후진국보다 못한 것 같다면서이태원 참사 보상금으로 1500만원을 준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너무 적은 액수다. 누구 말대로 껌 값 수준 밖에 안 된다. 이런 건 국회의원들이 나서서 보상금 더 주라고 따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온 이예림(33)씨는분향소에 희생자 개개인의 위패가 없는 건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적 사고가 아니냐면서 "진심으로 희생자를 추모하려는 모습이 아니라 한 번에 퉁쳐서 위로하려는 느낌을 받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 “이태원 참사 가슴 아프지만선택적 애도 안타까워

 

 

출처=위즈경제

 

 

이날 추모에 참석한 학생학부모 인권보호연대 신민향 대표는 분향소 앞에서 국화 꼭 한송이 받지 못했던 인천 중1 공호준 학생을 애도 합니다라는 푯말을 들고 한 동안 서있다가 경찰의 제지를 받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그는 어떻게 여기에 오게 됐냐는 질문에 우선 이태원 참사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사람들에 대해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며 입을 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들의 죽음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백신을 맞고 생을 마감한 아이들에 대해 언론과 정부가 신경 쓰지 않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습니다.

 

이어 신 대표는 백신을 맞고 세상을 떠난 아이들은 15명으로 인원수만 봐도 이번 이태원 참사 10대 희생자들의 두배가 넘는다면서 생명은 모두가 다 똑같고 소중한 것인데 정부의 이런 선택적 애도가 아쉽다고 목소리를 높혔습니다.

 

#재난 심리지원 상담소도 운영해

 

 

출처=위즈경제

서울광장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 옆에는 재난 심리지원 상담소가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상담소는 이태원 사고 이후 시민의 빠른 심리적 안정과 회복을 위해 만들어진 곳으로 분향소와 함께 설치됐습니다.

 

상담소 관계자에 따르면 방문객은 트라우마 측정 설문지를 작성하고 작성한 설문지와 스트레스 지표를 보고 심리 상담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한 트라우마 극복을 위한 책자와 심리 상담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관계 기관을 안내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광장 옆 도로 한편에는 통합심리지원단의 마음안심버스가 배치돼 이태원 사고 유가족과 부상자 등이 심리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30대 남성 A씨는 이태원 참사 이후 도와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면서 이번 상담으로 모든 게 치유될 순 없겠지만 이렇게 누군가에게 내 속마음을 털어놓은 것 자체로도 마음의 안정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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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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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만큼 대가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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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걸 원하는게 아닙니다. 제발 현장 교사 의견을 들으세요.

3

아니죠.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습니다. 단기간 속성으로 배워 가르치는 교육이 어디있습까? 학부모로서도 제대로 교육과정을 밟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교사에게 내 아이를 맡기고 싶습니다. 지금이 60년대도 아니고 교사 양성소가 웬말입니까. 학부모를 바보로 아는게 아닌이상 몇 없는 우리 아이들 질 높은 교육받게 해주십시오.

4

정부가 유치원-보육과정 통합의 질을 스스로 떨어뜨리려하네요. 지금도 현장에서 열심히 아이들 지도하시는 전문성 갖춘 어린이집 선생님들 많이 계시지만 아직까지 국민의 인식은 '보육교사나 해볼까?'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주변에서도 음대 나오신 분 보육교사 양성소에서 자격 취득하시고 어린이집 선생님 하고 계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유아특수교사를 또 이런식으로 양성과 훈련만으로 현장에 나오게 되면 누가 봐도 전문성이 떨어지고 유-보통합은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 안에서도 교사간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 될 수 밖에 없구요. 아이들 좋아하니 나도 보육교사 해볼까? 그리고 장애아동 지도해봤고 교육 좀 들었으니 유특교사네. 하면 학부모 앞에서 교사 스스로 전문가가 될 수없다고 봅니다. 학부모보다 경험 많은 교사일 뿐이겠죠. 학력을 떠나 전문성 갖춘 좋은 선생님들 많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통합은 반대합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교사의 질의 가장 기본은 전문성입니다.

5

맞습니다~ 사실 애초에 통합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보육과 교육은 다르니까요. 유아특수교육교사가 하고 싶으면 유아특수교육과가 있는 대학교나 대학원에 진학하시면 되고, 유아특수보육교사가 되고 싶으면 보육교사 자격 취득 후 특수관련 연수 이수하시면 됩니다.

6

제대로된 준비 없이 무조건 통합을 서두르는 정부의 행태가 문제네요. 정말 통합이 필요하다면 현장의 목소리부터 충분히 청취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