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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격해부②] 권지웅 위원 “골든타임 놓치면 전세사기 장기 피해 불가피”

▷ 같은 건물 다른 판정…불투명한 피해자 인정 기준 논란
▷ 수백 명 피해도 15년형 한계…형량 강화·재산 동결 시급
▷ 부처 간 떠넘기기로 지원 지연…9월 법안 통과 ‘마지막 골든타임’

입력 : 2025.08.14 15:00 수정 : 2025.08.14 15:45
 

 

권지웅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은 전세사기 피해자 대책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이수아 기자 =전세사기 피해는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피해자의 삶 전반을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특히 20~40대 젊은 층에게는 직장과 인간관계, 결혼 계획까지 무너지는 등 파급력이 크다.

 

부산의 한 피해자 A씨는 “설마 안 주겠어, 얼굴도 봤는데”라며 처음에는 전세사기 피해 사실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보증금이 돌아오지 않자 매일 관련 기사를 찾아보고, 경찰서를 오가며 지냈다. 결국 업무에 집중할 수 없어 회사를 그만뒀고, 소득이 끊기면서 공황장애까지 겪게 됐다.

 

다른 피해자 B씨는 “공인중개사를 통해 계약했고, 은행 심사까지 받았는데도 속았다”“정부는 방관하면서 오히려 피해자 탓만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자책과 분노 사이에서 삶 자체가 무너졌다”고 토로했다.

 

권지웅 국정기획위원회 자문위원은 “피해자들은 집만 잃는 것이 아니라 삶의 기반 전체를 잃는다”“경제적 배상과 함께 사회·심리적 회복 지원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피해자 인정 기준 왜 숨기나…"같은 건물인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돼"

 

전세사기 피해자 인정 기준을 두고 형평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같은 건물, 동일한 임대인에게 피해를 당했음에도 일부만 피해자로 인정되고 나머지는 제외된 사례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5월 대구 전세사기 희생자 1주기 추모식에서 관계자가 희생자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 위원은 “최근 한 건물에서 같은 임대인에게 피해를 본 10명 중 3명만 피해자로 인정되고, 나머지 7명은 제외됐다”“납득할 만한 설명 없이 피해자 인정 기준이 불투명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피해자로 인정된 3명과 제외된 7명 사이에 합당한 이유가 있다면 심사 근거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그게 아니라면 다시 심사해 피해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사기로 수백 명 망쳐도 고작 15년…"형량 강화·재산 신속 동결해야"

 

전세사기 처벌이 솜방망이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온다. 수백 명의 보증금을 갈취하고도 처벌 수위가 낮아 범죄 예방 효과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권 위원은 “피해자의 삶을 파탄 내도, 현재는 사기죄로 최대 10년, 가중처벌해도 15년이 한계”라며 “형법에 전세사기죄를 신설해 더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100억 원을 챙기고 10년 복역하면 1년에 10억을 번 셈”이라며 “이런 구조로는 범죄를 막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지난해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대책위가 ‘건축왕’의 감형에 엄중 처벌을 촉구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권 위원은 수사 단계에서부터 가해자 재산을 즉시 동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는 보증금 소송에서 승소하고 재산 확인 판결을 받아야 동결 요청이 가능하다. 그는 “소송 절차 사이에 가해자가 재산을 빼돌릴 시간이 충분하다”“보증금을 가족이나 제3자 명의로 이전해도 막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사기 특별법에 재산 신속 동결과 피해자 환급 조항이 포함되면 범죄 억제 효과가 상당히 높아질 것”이라며 “가해자가 발뺌하며 버티는 구조는 반드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사기 피해자 “집 쫓겨나 갈 곳 없어”…임시 거처·생계비 지원 절실

 

전세사기는 단순한 경제적 피해를 넘어 ‘주거권 박탈’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한다. 피해자가 집에서 쫓겨나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에서 긴급 지원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20~40대 젊은 피해자가 많다는 점이 더 큰 문제다. 권 위원은 “젊은 피해자들은 열심히 모은 돈으로 전세 계약을 했지만, 사기를 당해 전 재산을 잃었다”“지원 사각지대에 놓인 피해자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최대 2년간 거주할 수 있는 공공임대와 전세임대주택 제도를 통해 지원하고 있다. 긴급 주거비·전세자금 대출, 무료 법률상담·소송 지원도 시행 중이다. 그러나 자신의 전 재산과 맞먹는 금액을 잃은 피해자들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부처끼리 떠넘기기로 피해자만 고생…”국토부·법무부·금융위 한자리에 모아야”

 

전세사기 피해 대응 과정에서 국토교통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등 관련 부처 간 협업이 원활하지 않아 피해자 지원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권 위원은 “피해자 대부분이 전세대출을 받은 상태인데, 사기로 인해 금리 부담이 커졌다”“금리를 낮춰야 하는데 국토부에 개선을 요청하면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고 전했다.

 

예방책 마련에서도 부처 간 협업 부재가 드러난다. 전세 계약은 민법(법무부 소관)과 주택임대차보호법(국토부)에 그러나 법무부와 국토부가 금융위와 함께 논의하는 체계가 없어, 임대인 세금 체납이나 선순위 세입자 확인 같은 핵심 예방책이 여전히 미비하다.

 

권 위원은 “임대인이 법인일 경우 임금 체불 채권이 보증금보다 우선순위가 되는 문제도 방치되고 있다”“제도 정리를 위해 국토부·법무부·금융위가 한 팀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도 한 달에 700건 이상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는 만큼,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고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 권 위원의 입장이다.

 

 

전세사기를 ‘사회적 재난’이라 규정하며 거리로 나선 시민들 (사진=연합뉴스)

 

“9월이 마지막 기회…법안 처리 못하면 예산도 물 건너가”

 

권 위원은 9월이 전세사기 관련 법안 처리의 사실상 ‘마지막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당 전세사기 피해대책 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9월 안에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해야 한다”“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를 거쳐야 11월 전세사기 예산 편성에 반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9월을 놓치면 내년 추경(추가경정예산)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설명이다.

 

권 위원은 “피해가 계속 발생하는데도 2년 넘게 손 놓고 있던 과거를 반복해선 안 된다”“이번 기회를 반드시 살려 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수아 사진
이수아 기자  lovepoem430@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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