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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기준 맞춰 R&D 제도 개선한다는데... R&D 예산은 오히려 깎아

▷ 과기정통부, '글로벌 R&D 혁신자문위원회' 회의 열어... "제도 혁신 중요"
▷ 하지만 R&D 예산은 삭감... 31.1조 원에서 25.9조 원으로
▷ 과학계 반발... "일방적 예산 삭감과 제도 개악에 반대"

입력 : 2023.09.06 11:00 수정 : 2024.06.05 08:55
글로벌 기준 맞춰 R&D 제도 개선한다는데... R&D 예산은 오히려 깎아 (출처 = 클립아트코리아)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6,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는 주영창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주재로, ‘글로벌 R&D(연구개발) 혁신자문위원회’ 1차 회의가 열렸습니다.

 

글로벌 R&D 혁신자문위원회는 주 본부장을 위원장으로, 주경선 美 코네티컷주립대 물리학과 교수, 김정상 美 듀크대 교수, 유정하 獨 막스플라크연구소 책임연구원, 조규진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등 국내외 석학들로 이루어진 단체입니다.

 

이들은 고에너지 핵물리학과 양자물리학, 핵 융합, 초고속 반도체, 로봇공학 등 첨단 산업 내에서 이름을 알린 연구자들입니다. ‘글로벌 R&D 혁신자문위원회의 설립 취지는 우수한 국가 R&D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 비효율을 혁파하고, 평가관리를 개선하는 등 제도혁신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넘어 국제적인 관점에서 R&D 분야를 톺아보고, 주요국의 동향을 발빠르게 반영하겠다는 겁니다.

 

이날 열린 회의에서는 정부 R&D 제도혁신 방안에 대한 검토가 다각도로 이루어졌습니다. 위원들은 주요국의 연구개발제도를 공유했는데요. 이들은 특히 글로벌 공동협력 촉진을 위해 해외 우수 연구기관이 국가 R&D에 주관/공동 연구기관으로 직접 참여하는 방안 등에 대하여 초점을 맞춰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이번 글로벌 R&D 혁신자문위원회의 회의에 대해 주 본부장은 기술패권 시대에 대응한 초격차 기술확보가 국가/경제 안보에 핵심적이라며, 선도적 기술확보를 위해서는 세계적 기준에 맞는 R&D 제도 혁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요. 주 본부장의 이런 발언과 달리 윤석열 정부는 R&D 분야에 대한 예산을 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4년도 예산안을 살펴보면, 내년도 정부의 R&D 예산안은 25.9조 원으로 올해보다 감소했습니다. 과기정통부가 담당하는 R&D의 예산도 깎여 8.8조 원으로 편성되었는데요. 이는 지난해 8월에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2023년도 예산안과는 다른 행보입니다.

 

당시 과기정통부는 올해 정부 R&D 예산안을 총 306,574억 원 규모로 편성하며 2022년 대비 3.0% 늘렸습니다. 증가폭이 2020년 기준 18%에서 3.0%로 크게 줄긴 했습니다만, 30조 원 규모를 일단 넘긴 상황이었는데요. 이러한 R&D 예산이 2024년도엔 2020년도(24.2조 원) 수준인 25.9조 원으로 회귀한 셈입니다.

 

과기정통부는 예산 삭감의 이유로 효율화를 들었습니다.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 맞춰, 필요없거나 낭비되는 R&D 예산을 없앴다는 겁니다. 과기정통부는 기업 보조금성격의 나눠주기 사업, 성과부진 사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 등 그간 R&D에 누적된 비효율을 과감히 걷어내어 올해 31.1조 원(추경 포함) 대비 25.9조 원으로 5.2조 원을 효율화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삭감된 예산 5.2조 원 중 1.8조 원은 줄인 게 아닌 R&D 일반재정사업으로 재분류했다며, 실제 감소폭은 3.4조 원(-10.9%) 수준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종호 과기정통부 장관 曰 과기정통부 올해 예산안은 비효율을 걷어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를 통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국가 경쟁력의 핵심인 인재를 양성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과학계에선 과기정통부의 이러한 행보에 대해 크게 반발했습니다. 정부가 기술패권 경쟁의 시대로부터 역행하고 있다는 겁니다. 글로벌 R&D 혁신자문위원회 등 제도적인 부분에서 개선이 이룬다고 해도, 가장 중요한 R&D 예산이 줄어든다면 진정한 의미의 혁신을 기대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과학계는 지난 5,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를 출범하여, 기자회견문을 통해 현 정부는 국가 과학기술 발전에 묵묵히 이바지해온 연구 현장을 비도덕적 카르텔로 매도하며 예산 삭감을 강행하고 있다, 국가 미래를 잠식하는 정부의 일방적 예산 삭감과 제도 개악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국가 과학기술 바로 세우기 과학기술계 연대회의 曰 위법하고 졸속적으로 삭감한 연구개발예산을 즉각 원상회복할 것을 요구한다. 관료가 급조한 명령하달식 제도혁신방안을 철회하고 연구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정책을 수립할 것을 요구한다

 

 
김영진 사진
김영진 기자  jean@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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