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기,전자 산업 영업비밀 유출 사례 多... 절반 이상이 퇴직자 소행
▷ 영업비밀 유출 사건 절반 이상이 퇴직자로 인해 발생
▷ 지난해엔 반도체 관련 국가핵심기술 해외로 유출한 사례 적발돼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특허청이 5일 발표한 ‘2022년 지식재산 보호 실태조사’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발생한 영업비밀 유출 건수 중 51.2%가 퇴직자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이 재직자(26.4%), 외부인(24%) 순이었는데요. 최근 반도체 핵심기술을 해외로 유출하려 하는 사람이 적발되어 재판부와 씨름을 벌이는 등의 사례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해 보입니다.
특허청은 “퇴직자를 대상으로 인터뷰와 ‘비밀보호 서약서’를 받는 등의 관리 노력은 44.8%에 불과하다”며, “영업비밀 보호를 위한 퇴직자 관리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고 전했습니다.
국내 기업 중 영업비밀을 보유하고 있다고 응답한 비율은 76.8%로 나타났습니다. 기업 10곳 중 8곳이 영업비밀을 관리하고 있는 셈인데요. 이 중 최근 5년간 영업비밀 유출로 인해 피해를 입은 기업은 1%로 조사되었습니다.
영업비밀 유출 피해의 절반 이상이 퇴직자로 인해 발생했을 정도로 기업 입장에선 퇴직자 관리에 많은 신경을 써야할
것으로 보이는데요.
업종 별로 살펴보면, 떡볶이 등 한국 음식에 대한 세계적인 인기가
높아짐에 따라 음식료 등 제조업 분야의 영업비밀 유출 비율(2.3%)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 다음으로는 전기/전자산업(2.1%),
의복/신발 제조업(2.0%), 비금속 광물 산업(1.9%), 화학 산업(1.7%) 등의 순이었는데요.
눈 여겨볼 건, 전기/전자산업의 영업비밀이 유출당하는 사례가 전 산업에서 2번째로 많았다는 점입니다. 최근 반도체 등 국가전략기술의 중요성은 급격하게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미국이 CHIPS 법안을 통해 자국과 우방국의 기술을 안전하게 육성, 발전시키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미국과 우호적이지 않은 국가인 중국, 이란, 북한 등보다 산업에서 앞서가겠다는 겁니다.
우리나라 역시 반도체는
물론 이차전지 등 유망 산업을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하면서 적극적인 육성책을 내놓고 있는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기술 안보의 중요성 역시 크게 증가한 상황입니다. 독자적인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었을 경우 발생할 수
있는 경제적, 외교적 피해는 상당히 클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반도체 초순수시스템 관련 첨단기술과 파운드리 국가핵심기술을 국외로 유출시키려는 사례가 검찰에 의해 각각 적발되었습니다. 두 사례 모두 국내 기업의 퇴직자가 해외 기업으로 이직하려다 발생했습니다.
초순수시스템 관련 첨단기술을 유출한 사건의 경우, 국내 기업에서 재직하고 있는 한 엔지니어가 중국의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 위해 초순수시스템의 설계도면, 운전메뉴얼 등을 빼냈습니다.
참고로 초순수시스템은 각종 불순물을 극한까지 제거한 ‘순수한 물’로서 반도체 공정에 꼭 필요한 설비입니다. 물에 불순물이 적을수록 반도체 불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반도체 수율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시스템인데요.
초순수시스템은 당초 일본 기술에 전적으로 의지하고 있었으나, 국내 기업이 2006년부터 매년 300억
원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들여 국산화에 성공했습니다. 퇴직자들이 이직 과정에서 이를 무단으로 유출시켜
국내 기업에게 큰 피해를 입힌 셈입니다.
파운드리 국가핵심기술 유출 사건도 그 피해가 큽니다. 한 회사의 파운드리팀 연구원이 국외 경쟁업체 PDK(Process Design Kit) 분야로 이직하기 위해, 재직 중인 회사의 SPICE(Simulation Program with Integrated Circuit Emphasis, 전자회로 아날로그 동작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모델을 비롯한 국가핵심기술 총 33개 파일을 촬영한 뒤 유출시켰습니다.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을 위반한 중대한 사건인데요. 피의자가 빼돌린 기술은 이미 해외 기업으로 유출되었으므로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합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상기 사건들에 대해 “반도체는 경제를 지탱하는 기둥이자 경쟁국가에 대한 정치적인 무기로도 사용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 반도체 관련 기술의 보호는 국가경쟁력 유지 및 경제안보와도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며, “상당한 시간과 비용, 노력을 들여 국산화에 성공한 초순수시스템 설계 자료, 세계를 선도하는 반도체 공정 자료 등 국가안보에 직결된 첨단 산업기술을 보호하기 위해 전국가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음을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첨단기술은
한번 유출되면 그 피해를 가늠하기 어렵고 사실상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유관기관과의 긴밀한 협조 하에
국가경쟁력 확보와 경제안보를 위해 국가핵심기술 등 산업기술의 국외유출을 신속히 인지하여 엄정하게 형사 처벌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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