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교사들에게 묻다…‘대체인력 의무화법’, 유치원 ‘독감 출근’ 비극 끊어낼까

▷김민전 의원, 유치원 업무 공백 시 대체인력 배치 의무화 법안 발의
▷공립·사립 노조 “필요한 첫걸음”…“인력풀·예산 없으면 실효성 한계”
▷특수교사노조 “유아특수교육기관도 지원 대상서 빠져선 안 돼”

입력 : 2026-04-28 14:49
교사들에게 묻다…‘대체인력 의무화법’, 유치원 ‘독감 출근’ 비극 끊어낼까 생성형 AI(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김민전 의원은 지난 24일 유치원 교직원의 업무 공백 시 대체인력을 원활히 배치하도록 하는 「유아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번 개정안은 최근 독감에 걸린 상태에서도 출근을 강행하다 사망에 이른 초임 교사의 사례가 알려진 뒤, 유치원 교사의 병가·연가 사용 환경을 둘러싼 사회적 문제의식이 커진 가운데 나왔다.

 

현행법에는 교사가 질병이나 휴직 등으로 직무 수행이 어려울 때 이를 대체할 인력에 대한 명확한 배치 및 지원 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현장에서는 교사가 병가를 사용하려 해도 “내가 빠지면 아이들을 볼 사람이 없다”, “동료에게 부담이 간다”는 이유로 아픈 몸을 이끌고 출근을 선택하는 사례가 반복돼 왔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전교조 설문조사에 따르면 유치원 교사 10명 중 6명 이상인 64.5%가 독감에 걸린 상태로 출근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교사 개인의 헌신과 책임감에 기대어 교육 공백을 메워 온 구조가 한계에 이르렀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김민전 의원이 발의한 유아교육법 일부 개정안 내용.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개정안은 질병이나 감염병 등 예기치 못한 사유로 유치원 교육과정 운영에 공백이 생길 경우 대체교사 등 대체인력을 배치하도록 하고,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이 관련 인력 확보 및 관리 시책을 수립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오고 있다. 대체인력 배치 근거가 마련되면 교사들의 병가·연가 사용 부담을 낮출 수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실제 인력풀과 예산, 교육청 책임 운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도가 형식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이에 위즈경제는 전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 전국사립교원노동조합,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에 이번 개정안에 대한 기대와 우려, 현장 안착을 위한 보완 과제를 물었다.

 

◇공립·사립 노조 “필요한 첫걸음…법만으로는 현장 안 바뀐다”

 

공립·사립 유치원 교원노조는 이번 개정안이 교사들의 병가·연가 사용 부담을 낮추는 제도적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대체인력 배치 근거가 마련되면 교직원이 자리를 비웠을 때 동료에게 부담이 전가되는 구조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두 노조가 공통적으로 짚은 문제는 ‘제도’와 ‘현장 현실’ 사이의 간극이다. 대체인력 배치가 법으로 규정되더라도 실제 현장에서 대체인력이 부족하거나, 긴급 상황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인력이 확보되지 않는다면 제도는 형식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민재식 전국사립교원노조 위원장은 “교사들이 눈치 보지 않고 병가와 휴직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도의 실효성과 현장 실행력을 담보할 추가 대책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이은순 전국국공립유치원노조 부위원장도 “법에 대체인력 배치 의무를 명시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예산과 인력풀이 충분히 마련되지 않으면 지금처럼 현장에서 대체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고, 이 경우 법은 있어도 실제 교사들이 체감하는 변화는 제한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청이 책임져야”…상시 인력풀·예산·전문성 확보가 관건

 

공립·사립 유치원 교원노조는 대체인력 배치 의무화가 실효성을 갖기 위해서는 개별 유치원이 아니라 국가와 교육청이 책임지는 구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두 노조가 공통적으로 요구한 보완책은 △국가·교육청 책임의 상시 대체인력풀 구축 △대체인력 처우 개선과 사전 연수를 통한 전문성 확보 △인건비에 대한 국가·교육청 재정 지원 △소규모 유치원·농산어촌 등 현장 여건을 반영한 탄력적 운영 등이다.

 

국공립유치원노조는 이외에도 학급 수 감축으로 발생한 과원 교사와 추가배치 교사를 단설·병설유치원에 전담교사 또는 수업지원 교사로 배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소규모 병설유치원의 경우 인근 유치원을 권역으로 묶어 지원 인력을 운영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봤다.

 

교육과정과 방과후과정의 분리도 과제로 제시됐다. 일부 지역에서 과원 교사를 방과후과정 담당 교사로 배치하고 있지만, 이는 정규 교육과정을 담당해야 하는 유치원 정교사의 업무 부담을 키우고 교육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부위원장은 “유치원도 초등학교처럼 교육과정 이후 운영되는 방과후과정, 즉 돌봄 업무를 별도 체계로 분리하고, 정교사가 방과후과정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립유치원 현장에서는 추가적으로 교육청의 관리·감독 권한 강화도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대체인력 배치 의무가 마련되더라도 이를 지키지 않는 기관에 대한 점검과 제재가 없다면 제도는 형식에 그칠 수 있다고 봤다.

 

또 교사가 병가·휴직·퇴사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보호 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년 계약 관행과 과도한 업무, 갑질 문제 등으로 교사가 퇴사하거나 문제를 신고하더라도 이후 임용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임용서류나 1급 정교사 승급 연수 관련 서류 등을 교사가 교육청에 직접 제출할 수 있는 시스템도 함께 요구했다.

 

◇특수교사노조 “유아특수교육, 대체인력 지원서 빠져선 안 돼”

 

특수교사노동조합은 이번 개정안 논의에서 유아특수교육이 소외될 가능성을 우려했다. 유아교육법 제22조에 따르면 교원 자격 규정에는 유아특수교사가 포함돼 있지 않고, 유아특수교사는 초중등교육법 제21조에 지위가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유아특수교사들은 그동안 유아교육법이 적용되는 여러 제도에서 괴리를 겪어왔고, 이번 법안 역시 유아교육법 내 지위 부재를 이유로 적용 대상에서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원화 특교조 정책실장은 “시도교육청별 보결 정책에서도 특수교사가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해 왔다”며 “단설·병설유치원뿐 아니라 특수학교 유치부, 유아특수학교 등 유아특수교육기관이 지원 대상에서 빠지지 않도록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발의 의원실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결 정책은 교사의 출장, 휴가, 병가 등으로 결원이 발생했을 때 수업 결손을 최소화하기 위해 내부 교사 보강이나 외부 강사 배정을 정하는 교육 현장 운영 지침을 뜻한다. 특수교육 현장에서는 그동안 이 같은 보결 체계에서도 충분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결국 이번 개정안의 성패는 법 조문에 ‘대체인력 배치’를 명시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실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인력과 예산, 이를 관리할 교육청 책임 체계가 갖춰져야만 아픈 교사가 쉬고 아이들의 교육과 돌봄도 멈추지 않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교원단체들이 이번 법안을 환영하면서도 “실효성 확보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으는 이유다.

 


유치원 관련 교원 단체 로고. 사진= 각 노조 제공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