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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교사들은 왜 한겨울 거리에 나섰나?

▷27일 경복궁역 앞 교육훼손정책 규탄 집회 열려
▷서이초 진상규명·늘봄학교 지자체 이관 등 불만 목소리 높여
▷참석자 "집회 내용 공감...무너진 교육 현장 세우고자 집회 참여"

입력 : 2024.01.29 14:13 수정 : 2024.01.29 14:22
[르포] 교사들은 왜 한겨울 거리에 나섰나? 27일 서울 정부청사 인근인 경복궁역 앞에서 교육훼손정책 규탄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출처=위즈경제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초등교사노동조합(이하 초등노조)은 27일 서울 정부청사 인근인 경복궁역 앞에서 교육훼손정책 규탄 집회(부제:늘봄학교 규탄)를 열었습니다. 강추위가 한풀 꺾였다지만, 추운 날씨를 뚫은 교사들의 분노의 열기가 경복궁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습니다. 몇몇 외국인은 지나가다 잠시 멈춰서서 집회 현장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기로 했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은 앞에는 "늘봄 학교가 아닌 지자체가 책임져라"와 뒤에는 "서이초 재조사하고 교사 순직 인정하라"고 쓰인 피켓을 들고 서이초 사건 진상규명, 교사본질 업무회복, 늘봄학교 지자체 이관 등 교육 현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5,000여명의 교사(경찰 추산 2,500명)들이 참여했습니다.

 

전남에서 올라온 30대 여성 교사 A 씨는 "이번 집회에서 말하고자 하는 사안들에 대해 공감이 갔다. 특히, 늘봄학교가 교사의 업무 가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목소리를 내고 싶어 멀리서 올라왔다"고 말했습니다.

 

고양시에서 온 20대 여성 교사 B 씨는 "서이초 교사 사건 이후 교권이 조금이나마 회복될 줄 알았지만 전혀 그렇지 못했다. 교육부는 학부모의 이야기만 듣고 교육의 주체자인 교사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않고 있다. 그래서 무너진 교육 현장을 다시 세우는데 도움을 주고자 이 자리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위한 간식차. 출처=위즈경제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을 위한 간식차. 출처=위즈경제

 

집회 앞뒤 공간에는 집회에 참석한 교사들을 위한 간식 차가 눈에 띄었습니다. 작은 트럭 크기에 뒷문과 옆문이 열리는 간식 차 앞에는 "집회 후원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여있었습니다. 집회에 참석한 교사와 함께 온 가족들은 간식 차 직원으로부터 어묵과 뜨거운 국물을 받아 삼삼오오 모여 음식을 먹었습니다. 

 

◇"늘봄학교, 교사의 '교육권' 무시하는 행태"

 

이날 집회는 △모두발언(정수경 위원장) △교사발언1.故 서이초 교사 부모님 발언(대독) △교사발언2.은빛랑 선생님(대독) △교사발언3.고요한 선생님(교사본질업무 되찾기), △교사발언4.늘볼학교 담당자(늘봄학교지자체이관) △교사발언5.김신안 전남교사노동조합 위원장 △성명문 낭독(백승아 전 수석부위원장) 순으로 진행됐습니다. 

 

 

정수경 초등노조 위원장은 27일 서울 정부청사 인근인 경복궁역 앞에서 교육훼손정책 규탄 집회에 참석해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출처=위즈경제

 

정수경 초등노조 위원장은 이날 모두 발언을 통해 "새해가 되면 교육 현장이 '교육'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되리라는 희망을 가졌다. 그러나 그 희망은 헛된 것이었습니다"라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교육부가 ‘늘봄학교’까지 교사에게 시킨다는 건 교사의 ‘교육권’을 무시하는 행태입니다. 교육부는 공교육이 무너졌는데 학교 만능주의적 사고를 고칠 생각이 없다는 뜻입니다. 오늘 그래서 우리가 다시 모이는 이 자리를 마련하였습니다. 선생님, 무너진 교육 현장을 다시 세우기 위해 우리가 다시 모인 것을 보여줍시다"라고 힘주어 발언했습니다.

 

 

노조관계자가 27일 서울 정부청사 인근인 경복궁역 앞에서 교육훼손정책 규탄 집회에 참석해 서이초 교사 A씨의 아버지 발언을 대독하고 있다. 출처=위즈경제

 

다음으로 숙연한 분위기 속에 노조는 실추된 교직 사회가 만든 사회적 죽음임에도 아직 서이초 교사 A 씨의 순직 인정이 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습니다.  

 

A 씨의 아버지는 "실추된 교직 사회가 만들어 낸 사회적 죽음이란 참담한 상황 속 언제까지 인사혁신처의 대답만 기다릴 수 없다"며 "인사혁신처의 빠른 순직 심의회의 개최와 순직 인정을 촉구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노조는 "교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관련 제도와 전담 기구 설치 등 교사라는 이유로 감내하고 교육자라는 이름으로 버티고 지켜왔던 것들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촉구했습니다. A씨 아버지의 발언은 노조 관계자가 대신 읽었습니다.

 

노조는 교육부가 제대로 준비 없이 추진하고 있는 늘봄학교 정책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늘봄 시범학교 담당자 1년을 경험한 경북지역 늘봄부장(노조 관계자 대독)은 "학교 현장에 대한 이해도 소통도 없고 제대로 된 인력 준비도 없이 교묘한 말장난으로 현장을 고려하는 척하는 교육부의 행태가 개탄스럽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그는 "교육부는 독불장군처럼 전국적으로 시행하려는 늘봄학교 도입을 전면 중지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초등노조는 교권 회복 및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앞으로도 이와 같은 연대를 계속할 예정입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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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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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한 만큼 대가 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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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걸 원하는게 아닙니다. 제발 현장 교사 의견을 들으세요.

3

아니죠.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습니다. 단기간 속성으로 배워 가르치는 교육이 어디있습까? 학부모로서도 제대로 교육과정을 밟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교사에게 내 아이를 맡기고 싶습니다. 지금이 60년대도 아니고 교사 양성소가 웬말입니까. 학부모를 바보로 아는게 아닌이상 몇 없는 우리 아이들 질 높은 교육받게 해주십시오.

4

정부가 유치원-보육과정 통합의 질을 스스로 떨어뜨리려하네요. 지금도 현장에서 열심히 아이들 지도하시는 전문성 갖춘 어린이집 선생님들 많이 계시지만 아직까지 국민의 인식은 '보육교사나 해볼까?'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주변에서도 음대 나오신 분 보육교사 양성소에서 자격 취득하시고 어린이집 선생님 하고 계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유아특수교사를 또 이런식으로 양성과 훈련만으로 현장에 나오게 되면 누가 봐도 전문성이 떨어지고 유-보통합은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 안에서도 교사간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 될 수 밖에 없구요. 아이들 좋아하니 나도 보육교사 해볼까? 그리고 장애아동 지도해봤고 교육 좀 들었으니 유특교사네. 하면 학부모 앞에서 교사 스스로 전문가가 될 수없다고 봅니다. 학부모보다 경험 많은 교사일 뿐이겠죠. 학력을 떠나 전문성 갖춘 좋은 선생님들 많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통합은 반대합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교사의 질의 가장 기본은 전문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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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사실 애초에 통합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보육과 교육은 다르니까요. 유아특수교육교사가 하고 싶으면 유아특수교육과가 있는 대학교나 대학원에 진학하시면 되고, 유아특수보육교사가 되고 싶으면 보육교사 자격 취득 후 특수관련 연수 이수하시면 됩니다.

6

제대로된 준비 없이 무조건 통합을 서두르는 정부의 행태가 문제네요. 정말 통합이 필요하다면 현장의 목소리부터 충분히 청취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