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앤톡] 차별금지법 재발의에 거세진 찬반 논란…"평등의 시작"VS"역차별 우려"
진보당 손솔 의원은 지난 9일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했다. 사진=손솔 의원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다시 발의되며 교육계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거세지고 있다. 전교조 등은 “혐오와 차별 없는 교육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며 조속한 입법을 촉구한다.
반면 교육전문가와 학부모단체는 “역차별과 현장 혼란”을 경고한다. 법의 취지 자체보다도, 학교에서 어떤 방식으로 적용될지가 쟁점으로 부상했다.
진보당 손솔 의원은 지난 9일 차별금지법을 대표발의했다. 발의자 명단에는 손 의원 외에도 진보당 전종덕·정혜경·윤종오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조국혁신당 김재원·서왕진·김준형 의원,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 이름을 올렸다.
차별금지법은 2007년 처음 발의된 이후 지난 18년간 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는 장혜영 당시 정의당 의원과 이상민·박주민·권인숙 당시 민주당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한 바 있다. 손 의원이 발의한 이번 법안은 이전에 발의된 내용에서 사각지대 해소와 실효성 강화를 위한 내용들이 추가됐다는 것이 특징이다.
구체적으로 법안에는 △근로계약뿐 아니라 ‘노무제공계약’까지 보호 대상을 확대해 특수고용·플랫폼 노동자를 포함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 피해자 대신 제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며 △하나의 차별로 다수 피해가 발생했을 경우 집단 소송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이 담겼다.
◇“교육 불평등 완화"VS"과도한 평등주의가 교육 격차 키워"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차별금지법 발의를 환영하며 조속한 입법 절차 착수를 요구하고 있다. 전교조는 교육 현장에 확산된 혐오 표현과 차별 담론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번 법안에 ‘교육기관의 교육·직업훈련에서의 차별금지 및 예방조치’가 포함된 점을 들어, 교육 기회와 교육 내용에서의 차별을 금지하면 교육 불평등 완화와 국가 책임 교육 강화의 기반이 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차별금지법과 학생인권조례 등이 강조하는 ‘평등’의 가치가 현장에서는 오히려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태양 전국학부모단체연합 공동대표는 위즈경제와의 통화에서 "누군가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로 우수상이나 모범상조차 사라지는 것이 오늘날 학교의 현실"이라며 "아이들의 서로 다른 능력과 성취를 인정하고 북돋아 주는 교육의 본질이 ‘비교와 차별’이라는 잣대에 가로막혀 있다"고 비판했다.
◇진평연 등 700단체 "아니면 말고식 소송남발 부추겨"
한쪽에선 법안의 사법적 타당성에 대한 비판도 거세다. 진평연 등 700단체는 지난 19일 성명서를 통해 “입증책임을 가해 지목자에게 떠넘기는 것은 ‘피해자가 증명한다’는 법학 원칙에 어긋나는 일”이라며 “피고에게 일방적으로 불리한 재판 결과를 초래해 ‘아니면 말고’ 식의 소송 남발을 부추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제가 결합할 경우 발생할 경제적 타격도 지적했다.
이들은 “인터넷상의 비판적 설교나 기사 하나에 수만 명이 집단소송을 걸어 천문학적인 배상을 요구하게 되면 종교단체나 언론사는 파산할 수밖에 없다”며 “이는 국민의 경제적 자유를 압살하고 자유민주주의 헌법 가치를 훼손하는 시도”라고 강력히 규탄했다.
교육 현장에서는 ‘차별’의 판단 기준이 어디까지 확장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변수로 거론된다. 교사단체와 학부모단체 일부는 “학교는 성적 평가, 생활지도, 상벌, 진로지도처럼 학생을 ‘구분’하고 ‘판단’하는 제도가 촘촘한 공간”이라며 “차별의 개념이 넓게 적용되면 정당한 교육활동까지 위축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수행평가, 생활기록부 기재, 교내 수상, 반 편성, 교칙 적용 등에서 학생·학부모의 이의 제기가 늘어날 가능성을 우려한다.
반대로 인권단체와 진보 성향 교육계는 “이미 학교 안에서도 장애, 출신, 외모, 가족 형태, 성적지향 등을 이유로 한 따돌림과 혐오 표현이 반복되고 있다”며 “그 피해는 학생 개인의 상처를 넘어 학습권과 성장권을 침해한다”고 맞선다. 이들은 차별금지법이 ‘처벌’이 아니라 ‘예방과 시정’에 방점을 둔 법이라며, 학교가 차별 예방 교육과 대응 체계를 갖추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실제 운영의 핵심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하위 지침, 그리고 학교별 규정 정비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장에서는 △정당한 생활지도와 차별 행위의 경계 설정 △신고 접수부터 조사, 조정까지의 절차 표준화 △악성 민원·허위 신고 방지 장치 △교사 법률 지원과 행정 부담 완화책이 병행돼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취지는 동의하지만 현실은 준비가 안 됐다”는 중간 지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회 심사 과정에서 쟁점이 될 조항으로는 입증책임 배분, 징벌적 손해배상과 집단소송의 적용 범위, 국가인권위의 권한 강화 등이 꼽힌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학교는 분쟁이 발생하면 학생 보호와 교육활동 지속이라는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해야 한다”며 “법이 사회적 갈등을 줄이려면 현장 적용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장치가 먼저 설계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학교 현장에서는 성별 정체성, 종교적 신념, 표현의 자유가 충돌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 어떤 기준으로 조정할지에 대한 우려도 크다. 체육수업 조 편성, 탈의실·화장실 이용, 동아리·축제 참여 기준 같은 구체 사례가 대표적이다. 법안 논의가 반복된 만큼 이번에는 공청회와 시범 적용, 가이드라인 공개 등으로 사회적 합의를 넓히는 절차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