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대책은 나왔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일상을 찾지 못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인터뷰
▷정보 제공을 넘어 구조 개편이 필요한 이유
(일러스트=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위즈경제] 이정원 기자 =2025년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지만, 전세사기 피해자들의 속은 여전히 타들어 가고 있다.
정부와 국회가 전세사기 피해 예방과 구제를 위해 각종 대책을 내놓고 있음에도, 현장에서는 실질적인 변화가 체감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앞서 국회는 전세사기특별법과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 등 피해자 구제를 위한 법안을 잇달아 추진해왔지만, 피해자들은 즉각적인 회복이나 실효성 있는 구제까지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이에 위즈경제는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2025년 한 해 동안의 전세사기 대응을 피해자 시각에서 되짚어본다. 이번 기사는 현장에서 체감되는 제도의 실효성과 한계를 짚는 한편, 반복되는 피해를 막기 위해 요구되는 추가 보완 과제를 함께 살펴본다.
◇ 2025년 한 해 동안 정부와 국회의 전세사기 대응을 지켜보신 입장에서 전반적인 대응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2025년 정부의 전세사기 대응은 한마디로 '문제의 핵심을 짚지 못한 채 시간만 소모한 대응'이었다고 본다.
현장에서는 지금도 경매가 진행되고 배당이 끝나버리면 그 순간부터는 법이 만들어져도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는 피해자들이 계속 생기고 있다.
그런데 정부와 국회는 피해자가 신속하게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를 만드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정보를 더 제공하겠다는 식의 접근에 머물고 있다.
국내에서 반복되는 전세사기 피해의 본질적인 문제는 피해자들에게 제공되는 정보가 부족한 것이 아닌 문제가 발생했을 때 돈을 돌려받을 구조가 없었다는 게 핵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정부의 대응은 문제의 근본을 건드리기 보다는 정작 빠른 해결이 절실한 피해자들의 시간만을 소모하게 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 최근 국회에서 여러 전세사기 관련 법안들이 통과되거나 추진되고 있다. 전체적인 법·제도 변화에 대해 피해자 입장에서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전세사기를 방지하기 위한 법안이 나오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희망적이지만, 현장에서 느끼는 체감은 미미한 수준이 그치고 있다.
처음부터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요구했던 건 100% 보상이 아니었다. 다만, 최소한의 기준선을 만들어서, 모든 피해자들이 제도권 내에서 합리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였다.
그런데 지금 실시되고 있는 'LH 피해주택 매입' 방식의 경우, 주변에서 어느 정도의 보상이 가능한지에 대한 기준을 가늠할 수 있는 사례들이 공유됨에 따라 상대적으로 견딜 여력이 있는 피해자들은 보다 나은 조건을 기대하며, 최대한 버티는 선택을 하고 있다.
다만, 다가구 주택처럼 권리 관계가 복잡해 경매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한 피해자들을 위한 대안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일부 피해자만 선택지를 가질 수 있는 구조 속에서, 법안은 나오고 있지만 실제 현장의 복잡한 상황과 다양한 피해 유형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 전세사기 피해가 끊기지 않고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전세사기의 형태는 계속해서 고도화되고 있으며, 유형도 다양해 이유를 하나로 콕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문제의 핵심은 결국 현 전세 제도의 구조에 있다고 본다. 지금 구조에서는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임차인이 보증금 원금에 대한 위험을 홀로 떠안게 돼 있다.
전세대출을 받을 때 거주할 주택의 가치나 임대인의 상환 능력을 충분히 따지기보다는, 대게 임차인의 신용을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은행은 문제가 발생하던 그렇지 않던 이자를 챙길 수 있고, 손실이 생기더라도 보증보험을 통해 보호를 받을 수 있기에 실질적인 손해를 거의 보지 않아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거나 해결하려는 모습이 미흡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결국 전세사기가 발생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현 전세 제도의 구조 자체가, 피해를 반복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본다.
◇ 정부 혹은 국회가 전세사기 피해 구제를 위해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하거나 실시해야 한다고 보는지?
우선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앞서 정부에서 진행한 국무회의를 보면 알 수 있는데,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센터를 구축하고, 공인중개사나 전문가를 배치해 계약 전 위험 요소를 컨설팅해 주는 ‘정보 제공’ 중심의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수많은 사례가 보여주듯, 정보를 더 많이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전세사기의 근본적인 해결이 될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실제로 서울시 공공주택인 청년안심주택에서도 전세사기 피해가 발생한 바 있는데, 이는 단순히 믿을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는 분명한 한계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핵심은 정보를 얼마나 아느냐가 아니라, 사고가 발생했을 때 보증금을 회수할 수 있는 구조가 마련돼 있느냐에 있다.
그런 점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물건 담보 중심’으로 전환하는 방식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주택 가격이 1억 원인 경우, 전세보증금은 최대 70%까지만 허용하는 방식으로 상한선을 두는 식이다.
이처럼 전세가율을 낮추는 방식을 통해, 이후 건물이 경매로 넘어가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남은 자산의 가치 내에서 임차인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아가 전세대출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도 병행돼야 한다.
현재 전세대출은 형식상 임차인의 ‘신용대출’로 분류되지만, 사실상 자금은 임차인이 아닌 임대인에게 귀속되는 구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출 심사 과정에서 임대인의 신용도나 상환 능력은 제대로 검증되지 않고 있어, 이로 인해 계약 만기 시 보증금 반환 책임이 임차인에게 전가되는 구조적 모순이 반복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전세대출에 대한 책임 구조를 재설계해, 원금 상환 책임은 보증금을 수령한 임대인에게, 이자 부담은 대출을 이용한 임차인에게 각각 귀속시키는 ‘임대인·임차인 책임 분리’에 대한 제도적 논의 또한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 2026년 전세사기 피해자로서 바꿨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면?
어디선가 전 정부의 기조를 두고 시장에 개입을 잘 안하는 체제를 이른바 '작은 정부'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서민을 위한 대책에 소극적으로 접근했기 때문에 전세사기 피해가 누적된 게 아닐까 생각한다.
따라서 현 정부는 보다 과감하게 시장에 개입해 전세사기로부터 서민들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여러 정책을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울러 국회 역시 여당이 다석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전세사기 피해를 방지할 의지가 있다면 적극적인 대안 법안을 마련하고 피해 예방에 나서야 한다.
이러한 노력이 이어진다면, 2025년과는 달리 내년에는 전세사기 피해에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는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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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으뜸기자님,우리 피해자들의 마음을 헤아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사기피해는 단순한 경제적 손실을 넘어 가정 붕괴,극단적 선택,사회불신 확대로 이어지는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었고, 현행 법체계로는 이 거대한 범죄구조를 제때 막이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조직사기특별법은 피해자 구조와 재발 방지를 위해 반드시 제정되어야 합니다!
2한국사기 예방 국민회 웅원 합니다 화이팅
3기자님 직접 발품팔아가며 취재해 써주신 기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4조직사기 특별법은 반듯시 이루어지길 원합니다 빠른시일내에 통과하길 원 합니다
5피해자들은 결코 약해서 속은것이 아닙니다. 거대한 조직의 치밀한 덫 앞에서.국민의 안전망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한 틈을 통해 쓰러러진겁니다. 조직사기특별법 반드시 하루빨리 제정해야 합니다!!!
6판사님들의 엄중한 선고를 사기꾼들에게 내려주십시요
7사기는 살인이나 마찬가지이고 다단계살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