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1.7톤 코카인 밀반입 적발…관세청·해경, 국제 마약카르텔 추적 중
▷FBI·HSI 첩보 기반, L호 전격 검문…은닉된 코카인 1,690개 압수
▷페루 해상서 '닌자' 조직원 접선, 동아시아 해역 거쳐 한국 해역 투기 시도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세관장 고석진)과 동해지방해양경찰청(청장 김성종)은 지난 4월 강릉 옥계항에 입항한 화물선 ‘L호(3만2천 톤급)’에서 국내 최대 규모의 코카인 밀반입 시도를 적발했다고 28일 밝혔다. 압수된 코카인은 총 1.7톤에 달하며, 이는 약 5,700만 명이 동시에 투약할 수 있는 막대한 양으로 확인됐다. 이번 사건은 관세청과 해경청 양 기관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토안보수사국(HSI) 등으로부터 입수한 첩보를 바탕으로 공조에 나섰다.
수사 당국에 따르면, 화물선 L호는 지난 2월 8일 새벽 페루 해안에서 약 30마일 떨어진 해상에서 보트 2척과 접선했다. 이 보트에는 '닌자'로 불리는 마약카르텔 조직원 10~15명이 타고 있었고, 이들은 코카인 블록 1,690개를 나눠 담은 자루 56개를 L호에 은밀히 옮겨 실었다. 이후 L호는 파나마를 경유해 대한민국 당진항으로 향했고, 항해 도중 일본, 제주, 중국 인근 해역에서 코카인을 해상에 투기한 뒤 수거선을 통해 전달하려는 '드랍앤픽업(Drop & Pick Up)' 방식의 유통을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기상 악화 등으로 계획은 모두 실패했고, 마지막으로 옥계항을 출항한 후 해상 하역을 시도하려던 계획마저 서울본부세관과 동해해경청에 덜미를 잡혀 무산됐다.
관세청과 해경은 사전에 여러 차례 작전회이를 거쳐 L호 입항 당일, 총 90여 명의 수색 인력과 마약탐지견 2두를 동원해 선박 전 구역을 정밀 수색했다. 그 결과, 선박의 격벽 내 은밀하게 조성된 공간에서 비닐 포장된 블록 형태의 코카인 1,690개(총 1,690kg, 포장지 포함 1,988.67kg)를 발견했다. 각 블록은 가로 10cm, 세로 6cm, 높이 1.7cm 크기로 포장되었다.
코카인 적발 직후, 관세청과 해경은 47명 규모의 합동수사단(단장: 총경 신경진)을 구성하고, 선원 20명 전원을 대상으로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동시에 현장 감식, 지문·DNA 분석,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등 다각도의 수사가 전개됐다. 수사 결과, 코카인 밀반입에 직접 가담한 선원 8명이 특정되었으며, 이 중 4명은 마약류범죄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됐다. 나머지 4명은 옥계항 입항 전 하선해 필리핀으로 귀국한 것으로 확인돼, 현재 인터폴을 통한 적색수배 절차가 진행 중이다.
수사단은 확보한 GPS 경로 정보, 지문·DNA 감식 결과, 현장 압수물 자료 등을 바탕으로 국제 마약단속청(DEA), 필리핀 마약단속국(PDEA), 인터폴과 정보를 공유하며 국제공조 수사도 본격화하고 있다.
신경진 합동수사단장은“이번 사건은 국제 마약카르텔이 연계된 국내 최대 규모의 마약 범죄로, 현재까지 대한민국으로 코카인을 직접 반입하려고 한 구체적인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영해 또는 인근 해역에서 코카인 하역을 시도하는 등 대한민국 또한 코카인으로부터 결코 안전하지 않다는 점을 다시 한 번 느낀 엄중한 사안”이라며, “관세청과 해경청을 비롯한 국내외 유관기관과의 협력을 바탕으로 해상 마약범죄에 더욱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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