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기획] ② 31년 전, 뒷산을 오른 다섯 명의 아이들

▷ 군인의 오발탄에 맞았다? 수많은 의혹들
▷ 다섯 명의 아이들을 죽일 인물... 전혀 알 수 없는 범인
▷ 본드에 취한 고등학생 무리, 흉기는 버니어 캘리퍼스?

입력 : 2022.06.23 17:30 수정 : 2023.02.03 16:17
 

 

#수많은 타살설

 

5명의 아이들이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했다면, 범인과 그 살해도구를 파악해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이 실종된 지 11년 만에야 유골을 찾았고, 경찰이 발견 현장을 훼손하는 등 문제점이 많았습니다.

 

살해도구는커녕 범인에 대한 단서를 하나도 찾지 못했죠.

 

개구리소년에 대한 유명한 타살설 중 하나는오발탄 사살설입니다.

 

당시 유골이 발견된 지점은 와룡산 세방골 중턱입니다. 이곳에는 육군 제50보병사단이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군부대인 만큼 사격장도 근거리에 있었고, 인근 어린이들은 탄피를 줍기 위해 세방골을 자주 찾았다고 합니다.

 

개구리소년들 역시 탄피를 줍기 위해 와룡산에 올랐다가, 불식간 사격장에 나타났고 이때 오발탄으로 사망했다는 게오발탄 사살설입니다.

 

군부대에서 이 사실을 은폐하고 있었다는 거죠.

 

하지만 이 가설은 문제점이 많습니다.

 

아이들이 실종된 당일은 기초의회 의원을 뽑는 선거일로 임시 공휴일이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이라면 알다시피, 임시공휴일엔 사격을 하지 않습니다.

 

당시 주임원사도실종 당일에는 사격 일정이 없었다고 이야기하고 있죠.

 

더군다나, 아이들이 사격장에 그렇게 쉽게 진입할 수 있었는지에 대해서도 의문이며, 두개골에 난 상처도 총상으로는 볼 수 없는 등 미심쩍은 부분이 많습니다.

 

이외에도, ‘개구리소년은 북한 간첩이 죽였다’, ‘아이들의 부친 중 한 명이 범인이다’, ‘교사가 아이들을 납치한 후 살해했다, 개구리소년에 대해서는 수많은 타살설이 제기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타살설들은 허점을 갖고 있었고, 범인과 살해도구를 명명백백하게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풀리지 않은 의문점들

 

개구리소년엔 해소되지 않는 의문점들이 다수 존재합니다.

 

먼저누가 초등학생 다섯 명을 한 번에 살해할 수 있을까?’입니다.

 

어른이 초등학생 다섯 명을 살해하는 일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 중에선 태권도를 익히거나 달리기에 뛰어난 아이도 있었습니다. 잠깐 눈을 돌린 사이에 도망갈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때문에 일각에선아이들이 차례차례 살해당했다’,

 

‘범인에겐 공범이 있다는 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두 번째, ‘유골의 발견 시점입니다.

 

실종되었을 때 투입된 수사인력만 32만 명입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흔적조차 찾지 못하다가 11년 뒤에 갑작스레 유골을 찾은 겁니다.

 

그것도 아이들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불미골이 아니라,

 

그곳으로부터 1km도 떨어지지 않은 세방골에서요.

 

당시 경찰은 세방골이 수풀이 우거진 외진 곳이고, 근처에 사격장도 있었던 만큼 성인들의 발길이 뜸했기 때문에 유골을 찾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특별 수사를 지시한 사건입니다.

 

경찰의 부실 수사가 아닌 이상, 개미 잡듯이 와룡산을 뒤졌을 터인데 발견하지 못했다는 점은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세 번째, 주변인이 들었던비명소리입니다.

 

실종 당일, 인근 성서국민학교에 재학 중이던 함승훈 씨는 11시 반쯤에 골짜기 쪽에서 날카로운 비명소리를 들었습니다.

 

문제는 이 비명소리가 도대체 무슨 의미인지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네 번째, '흉기'입니다.

 

피해자들의 두개골에는 1.4~2.0mm 정도 패인 상처가 있었습니다.

 

직사각형, 혹은자 모양의 상처였는데,

 

당시 수사진들은 이것이 도대체 어떤 흉기인지 밝혀내지 못했습니다.

 

총으로도, 일반 망치로도 낼 수 없는 모양의 상처였기 때문입니다.

 

현재까지 여러 실험을 거친 결과, 가장 유력한 흉기 후보는 한 쪽 끝은 뾰족하고 다른 한 쪽 끝은 넓적한 용접망치입니다.

 

다섯 번째, 범인입니다.

 

살해당한 아이들의 시신에는 구타당한 흔적이 역력히 남아있었습니다.

 

심지어 한 명의 아이는 흉기를 막으려다 생긴 방어흔이 있었고, 옷이 우악스럽게 찢겨 있었습니다. 도주를 막으려는 듯 상의에 매듭이 지어져 있었죠.

 

범인은 사람이 없는 곳으로 아이들을 유인해 그들을 잔인하게 살인하고, 곧바로 시신을 땅 속에 매장했습니다.

 

흉기와 삽을 들고 산을 오른 시점부터, 범인은 살인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걸 유추할 수 있습니다.

 

여러 전문가들은 개구리소년 사건을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 혹은 연쇄살인범의 소행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들을 순차적으로, 흔하지 않은 흉기로 죽일 정도로 치밀하며, 구타로 공포심을 심어주는 등 잔인하기 때문입니다.

 

에릭 히키 범죄심리학 박사 曰 “(개구리소년 사건의 범인은) 자신이 살인을 저지르고 있다는 걸 분명히 인지하고 있었고, 법적으로 문제가 된다는 걸 알고 있어도 신경 쓰지 않는 인물

 

 

#범인은 그 지역의 불량고등학생, 흉기는 버니어 캘리퍼스

 

개구리소년 사건의 피해자들이 발견된 지도 어느덧 10년이 흘렀고, 2022 6, 한 커뮤니티에 흥미로운 글이 올라옵니다.

 

 

 
버니어 캘리퍼스

 


제목은나는 개구리 소년 사건의 흉기를 알고 있다였죠.

 

이 글의 필자는두개골을 직접 뚫지 못한 데미지 여러 개가 한 곳에 집중되었다는 건, 그 이상의 데미지를 줄 수 없는 도구다라면서, (흉기는) 망치처럼 생겼지만 망치만큼 강하지 않은 버니어 캘리퍼스라고 주장했습니다.

 

다시 말해, 두개골을 뚫지 못하면서 저런 상처를 남길 수 있는 흉기는 '버니어 캘리퍼스'밖에 없다는 이야기죠.

 

필자는 흉기가 버니어 캘리퍼스라는 점을 토대로 논리를 이어 나갔습니다.

 

임시공휴일인 선거날에 버니어 캘리퍼스를 들고 와룡산을 오를 인물, 범인은 본드를 부는 불량 고등학생들이라는 것입니다.

 

, 개구리소년들은 환각 상태에 취한 불량 고등학생 집단을 발견했고, 이들이 입막음을 하기 위해 버니어 캘리퍼스로 아이들을 살해했다는 게 주장의 요지입니다.

 

이 주장에 대해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습니다.

 

글쓴이의 주장은 충분히 설득력이 있으며, 내용이 디테일하기 때문에 사건을 잘 알고 있다는 게 이 교수의 평가입니다.

 

물론, 이 가설에도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집단 고등학생이 환각 상태에 빠져, 버니어 캘리퍼스로 아이의 두개골을 집중적으로 공격할 수 있는가’, ‘버니어 캘리퍼스가 정말 살상력을 갖는가, 해결해야 할 의문점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 범인은 모든 걸 알고 있지만, 우린 아무것도 알지 못한다

 

개구리소년 사건은 우리나라 장기 미제사건으로서 수많은 의혹을 낳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31년이 지났고, 개구리소년 사건엔 여전히의혹루머들만 가득합니다.

 

피해자들의 유족들은 아직 개구리소년 사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사건 위에 덮인 수많은 의혹을 걷어내고, 유족들을 위로할 수 있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남아있지 않습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범인을 찾아내는 것뿐이죠.

 

범인은 여전히 모든 걸 알고 있으나 침묵하고 있고, 우리는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만 아무것도 모릅니다. 해답은 역시, 범인을 찾아 죗값을 묻는 것밖에 없습니다.


 

 
김영진 사진
김영진 기자  jean@wisdot.co.kr
 

댓글 0

Best 댓글

1

일한 만큼 대가 주어야 합니다

2

많은걸 원하는게 아닙니다. 제발 현장 교사 의견을 들으세요.

3

아니죠.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습니다. 단기간 속성으로 배워 가르치는 교육이 어디있습까? 학부모로서도 제대로 교육과정을 밟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교사에게 내 아이를 맡기고 싶습니다. 지금이 60년대도 아니고 교사 양성소가 웬말입니까. 학부모를 바보로 아는게 아닌이상 몇 없는 우리 아이들 질 높은 교육받게 해주십시오.

4

정부가 유치원-보육과정 통합의 질을 스스로 떨어뜨리려하네요. 지금도 현장에서 열심히 아이들 지도하시는 전문성 갖춘 어린이집 선생님들 많이 계시지만 아직까지 국민의 인식은 '보육교사나 해볼까?'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주변에서도 음대 나오신 분 보육교사 양성소에서 자격 취득하시고 어린이집 선생님 하고 계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유아특수교사를 또 이런식으로 양성과 훈련만으로 현장에 나오게 되면 누가 봐도 전문성이 떨어지고 유-보통합은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 안에서도 교사간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 될 수 밖에 없구요. 아이들 좋아하니 나도 보육교사 해볼까? 그리고 장애아동 지도해봤고 교육 좀 들었으니 유특교사네. 하면 학부모 앞에서 교사 스스로 전문가가 될 수없다고 봅니다. 학부모보다 경험 많은 교사일 뿐이겠죠. 학력을 떠나 전문성 갖춘 좋은 선생님들 많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통합은 반대합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교사의 질의 가장 기본은 전문성입니다.

5

맞습니다~ 사실 애초에 통합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보육과 교육은 다르니까요. 유아특수교육교사가 하고 싶으면 유아특수교육과가 있는 대학교나 대학원에 진학하시면 되고, 유아특수보육교사가 되고 싶으면 보육교사 자격 취득 후 특수관련 연수 이수하시면 됩니다.

6

제대로된 준비 없이 무조건 통합을 서두르는 정부의 행태가 문제네요. 정말 통합이 필요하다면 현장의 목소리부터 충분히 청취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