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만 '이차전지', '로봇', 'AI' 등... 사업 추진하지 않은 상장사 55% 이상
▷ 7대 테마업종 사업목적에 추가한 회사 중 55%가 추진내역 없어
▷ 이들 중 대부분이 상대적으로 재무 안정성 낮아
▷ 금융감독원, 투자자 유의 당부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절반 이상의 국내 상장 기업들이 메타버스, 이차전지, 인공지능 등의 주요 신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는 사업을 추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즉, 대부분의 기업들이 증시에서 주요 이슈로 떠오른 7개 테마업종, △메타버스 △가상화폐 및 NFT △이차전지 △인공지능 △로봇 △신재생에너지 △코로나 부문의 ‘이름만’ 빌린 겁니다. 유망한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통해 주가를 방어하거나 끌어올린 후, 실제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유명무실(有名無實)한 상황이 나타난 셈입니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3년간 정관에 사업목적을 추가/삭제/수정한 내역이 있는 상장사 1,047곳의 반기보고서를 중간점검 했습니다. 해당 기업들이 신사업을 얼마나 잘 추진하고 있는지, 공시에 미흡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한 건데요.
그 결과, 금융감독원이 지정한 24개의 세부 점검항목을 모두 준수한 회사는 516사(49%)로 드러났으며, 나머지 531사(51%)는 최소 1개 이상의 미흡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지난 2021년부터 2022년까지 7개 테마업종을 사업목적에 추가한 회사 중 129사(55%)는 추진내역이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업 추진 현황이 존재하는 회사는 104사(45%), 추가한 다수의 사업 모두 추진 현황이 있는 회사는 83사(36%)에 그쳤습니다. 더욱이 추가한 테마업종이 많으면 많을수록, 사업 추진 비율은 급감했습니다.
메타버스와 이차전지, 인공지능, 신재생에너지 등 7개 테마업종은 아시다시피 정부가 많은 신경을 쏟고 있는 분야입니다. 31일 열린 제4회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에선 인공지능과 첨단바이오의 전략로드맵을 제시함으로써 상세한 목표를 설정했습니다.
학습 데이터와 자원 소모량을 50% 이상 경량화, 인공일반지능(AGI) 원천기술 확보 등 초격차 기술 확보를 위해 투자/지원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인데요.
그러나 129곳의 상장사들은 이러한 ‘신사업’의 이름을 증시의 수단으로서 이용했습니다.
정부가 주목하는 산업을 추진한다는 뜻을 밝히기만 해도, 상장사로서는 증권시장의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떨어지는 주가를 방어하거나, 주가를 끌어올릴 수도 있는데요. 더욱이, 금융감독원 조사에 따르면 해당 사업 추진 현황이 존재하는 104사 중 47사(45%)는 관련된 매출이 발생 중에 있으나 유의미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는 곳은 4사(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업종목에 추가한 신사업을 실제로 추진하여, 좋은 성과를 어둔 곳이 그만큼 적다는 이야기입니다.
사업 추진현황이 존재하지 않는 129개사는 상대적으로 재무/경영 안정성이 낮으며 내부통제 등 문제점이 지속 노출된 기업이 대부분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들 중 최근 3년간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겪은 기업이 무려 43%, 자본잠식이 12%로 열악한 재무상황을 겪고 있었으며, 회사의 최대주주가 변경되는 전/후 과정에서 해당 사업 목적이 추가된 경우도 36%로 빈번했습니다.
횡령/배임, 감사보고서 미제출 등으로 인해 상장폐지 위기에 몰린 기업이 22%, 공시 지연 및 누락 등으로 불성실공시법인으로 지정된 사례도 30%에 달했습니다.
기업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보니, 신사업
사업 추진이 쉽지 않은 건데요. 문제는 이 과정에서 부정한 이익을 취하려는 세력이 있다는 점입니다. 신사업 발표 직후 주가가 급등하는 상황을 이용해 최대주주 관련자가 주식을 매도하고, 사업 추진 계획을 철회하는 등 부정거래 혐의 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의해 적발된 바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투자자 유의를 당부했습니다. “최근 신사업을 사업목적으로 추가한 회사의 상당수가 역량 부족, 사업 타당성 결여 등으로 추진실적이 없거나 부진한 상황”이라며, “향후 제출되는 정기보고서를 통해 실제 사업 추진 여부 및 경과 등을 주기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습니다.
금융감독원은 향후 신사업 추진 관련 불공정 거래 혐의를 저지른 조목에 대해서는 철저한 조사를 실시한 뒤, 혐의가 적발되면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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