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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의 자격] ①이사의 책임은 커졌는데…자격 검증은 여전히 ‘사각지대’

▷ 사외이사만 규제하는 ‘비대칭 구조’…사내이사는 사실상 무제한
▷ “정보는 제한적, 판단은 투자자 몫”…지배구조 논의의 공백 드러나

입력 : 2026.04.06 11:04:00
[이사의 자격] ①이사의 책임은 커졌는데…자격 검증은 여전히 ‘사각지대’ (일러스트=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기업지배구조 개편 논의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정작 이사 개인의 자격과 검증 기준은 여전히 제도적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최근 발표한 ‘이사 자격 제한 및 정보 공개 제도의 국제 비교와 개선 과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이사 자격 제한과 정보 공개 제도는 주요국과 비교할 때 적용 범위와 정보 수준 모두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상법 개정으로 이사의 충실의무가 명문화되고, 사외이사의 명칭이 ‘독립이사’로 변경되는 등 이사회 역할과 책임은 한층 강화됐다. 독립이사 비율 역시 확대되면서 기업 경영 전반에서 이사회가 차지하는 영향력은 과거보다 훨씬 커졌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와 달리, 이사가 될 수 있는 자격에 대한 논의는 상대적으로 뒤처져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행 상법은 사외이사에 대해서만 결격사유를 규정하고 있으며, 사내이사에 대해서는 별도의 자격 제한을 두지 않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이사 선임 자격 제한 관련 법률(표=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보고서)

이 같은 구조는 기업 내부 자율성을 존중한다는 취지에서 출발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중대한 범죄 이력이나 규정 위반 전력이 있는 인물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것을 제도적으로 막기 어렵다는 한계를 낳고 있다. 특히 상장사의 경우 일반 투자자의 자산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업 내부 문제가 아니라 시장 전체의 신뢰와 직결된 사안이라는 지적이 뒤따른다.

 

일부 보완 장치는 존재한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이나 자본시장법 등 개별 법률에서는 금융회사나 특정 범죄 유형에 한해 이사 선임을 제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역시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고, 모든 기업에 일관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문제는 자격 검증뿐만이 아니다. 투자자가 이사 후보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 역시 충분히 제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 함께 지적된다. 현재 제도는 후보자의 체납 여부, 결격사유 해당 여부, 부실기업 재직 이력 등 제한된 항목만을 공시하도록 하고 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을 통한 이사 후보자 정보 공개 예시(이미지=정수민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보고서)

겉으로는 ‘정보 공개’라는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실제로는 핵심적인 판단 기준이 될 수 있는 범죄 이력이나 규제 위반 사실 등은 직접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구조다. 투자자가 이사 후보의 위험 요소를 종합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처럼 자격 제한은 느슨하고, 정보 공개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사 선임은 사실상 기업 내부 결정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이사회가 감시와 견제라는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기보다 특정 이해관계에 종속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다르게 접근하고 있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를 구분하지 않고 동일한 자격 기준을 적용하거나, 이사의 과거 이력과 관련된 정보를 보다 구체적으로 공개하는 방식으로 투자자의 판단권을 강화하는 흐름이 나타난다. 반면 우리나라는 자격과 정보 모두에서 ‘최소 기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구조적 차이가 존재한다.

 

결국 현재 논의의 핵심은 단순히 규제를 강화할 것인지 여부가 아니라, 이사라는 자리의 공적 성격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귀결된다. 상장사의 이사는 기업 내부 인사를 넘어 시장 전체에 영향을 미치는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기존의 ‘사적 자치’ 논리만으로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해지고 있다.

 

이사회의 권한이 커질수록, 그 자리에 앉는 사람에 대한 검증은 더 엄격해지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러나 현재 제도는 책임의 무게에 비해 자격 검증과 정보 공개 모두 충분히 따라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특히 사내이사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두는 구조는 ‘형식적 지배구조 개선’에 머무를 가능성을 내포한다. 결국 시장의 신뢰는 규제가 아니라 정보에서 시작된다. 투자자가 판단할 수 있는 충분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한, 어떤 제도도 실질적인 견제 장치로 작동하기는 어렵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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