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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기, 지금은] 상장도 환불도 거짓이었다…이상투자그룹 코인사기의 실체①

▷주식 리딩방 손실 보상 내세워 RNDX 코인 추가 매수 유도
▷시세조종·텔레그램 압박·환불 약속으로 피해자 재유인
▷377명 피해, 104억 원 규모…투자 실패 아닌 조직적 기망 구조
▷개인지갑 출금 때마다 300개 차감....발행자가 지갑 속 코인 옮겨

입력 : 2026-05-20 13:34
[그 사기, 지금은] 상장도 환불도 거짓이었다…이상투자그룹 코인사기의 실체①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그 사기, 지금은] 기획은 한때 사회적 관심을 받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사기 사건을 다시 들여다보는 위즈경제의 재추적 기획이다. 당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보고 사건 이후 남겨진 피해와 여전히 반복되는 유사 사기 사건을 짚고 제도적 허점과 수사·제도적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주)

 

상장을 믿고 코인을 샀고, 환불을 믿고 또 당했다. 이상투자그룹 사건은 단순한 투자 실패가 아니었다. 주식 리딩방에서 손실을 본 회원들에게 손실 보상을 약속한 뒤 무가치한 코인을 팔고, 시세조종, 텔레그램방 경쟁 구도, 환불 사기까지 동원한 조직형 범행이었다. 수사기관은 이들이 총책, 코인 발행책, 시세조종책, 판매책, 자금세탁책 등으로 역할을 나눠 피해자들을 끌어들인 것으로 봤다.

 

그럼에도 이 사건을 여전히 개인 투자자의 무리한 선택이나 단순 투자 실패로 보는 시선은 남아 있다. 그러나 피해자 진술과 수사 기록을 종합하면 문제의 핵심은 피해자 판단을 흐르게 만든 기망구조에 있다. 해외 거래소 상장은 정상적인 시장 진입처럼 포장됐고, 시세조종은 실제 수요가 있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텔레그램방에서는 경쟁 심리를 자극해 추가 매수를 압박했다. 손실 보상과 환불 약속은 피해자를 다시 범행 구조 안으로 끌어들이는 통로가 됐다. 사기 조직은 손실을 되찾고 싶은 기대와 절박함을 파고들었다.

 

위즈경제는 당시 공소장과 피해자 및 관계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이상투자그룹 사건의 흐름을 다시 짚는다. 피해자들에게 판매된 RNDX 코인의 민낯은 무엇인지 살펴보고 여전히 비슷한 방식으로 반복되는 코인사기와 이 같은 피해를 막기 위한 현실적 대안도 모색한다.

 

◇주식 리딩방에서 코인 사기로

 

 

이상투자그룹은 관리부서, 주식분석 전문가 그룹, 영업부 등으로 구성된 유사투자자문업체였다. 회원들에게 수천만원 대 가입비를 받고 문자메시지나 카카오톡으로 주식 정보를 제공하는 유료 리딩방을 운영했다. 그러나 주식시장 상황이 나빠지고 신규 회원이 불고 기존 회원들의 환불 요청도 늘면서 영업 실적이 악화됐다.

 

이들이 선택한 돌파구는 코인사기이었다. 주식 투자 손실과 환불 책임을 피하기 위해 2022년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투자 열풍이 커진 틈을 파고들었다. 기존 영업부 직원들을 대표로 내세운 판매법인을 세우고, 기존 고객 정보와 텔레마케팅 조직을 활용해 투자자들에게 자체 개발·발행한 코인 투자를 권유했다.

 

범행은 단계적으로 진행됐다. 먼저 유튜브 채널과 주식 리딩방 등을 통해 투자자를 모으고 개인정보를 확보했다. 이후 자체 발행 코인 또는 관계 코인 투자를 권유했다. 코인 가격은 시세조종팀, 이른바 MM팀을 통해 인위적으로 띄웠다가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관리됐다. 내부자들은 가격 상승 구간에서 수익을 챙겼고, 일반 투자자들은 고점에 물렸다.

 


당시 이상투자그룹 손실보상 담당자라고 밝힌 인물이 리딩방 회원들에게 보낸 메시지. 사진=이상투자그룹 피해자 대표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명분은 '손실 보상'이었다. 이상투자그룹 손실보상 담당자라고 밝힌 인물은 기존 리딩방 회원들에게 “회원들이 금감원에 신고해 법인 통장이 묶였고 피해자들에게 보상해야 한다”고 설명하며 경계심을 낮췄다. 그러나 보상 약속은 곧 RNDX 추가 투자 권유로 바뀌었다. 이들은 RNDX가 곧 상장되고 SNS 앱 ‘둥글’에서 결제와 보상 수단으로 쓰일 것이라고 홍보하며 “상장 전에 싸게 살 수 있다”, “수십 배 오를 수 있다”고 피해자들을 설득했다.

 

일부는 소액으로 시작했지만 상장 기대감과 추가 매수 권유가 반복되면서 피해 규모는 커졌다. 자금이 없다는 피해자에게는 대출 플랫폼 이용을 안내해 코인 매수 대금을 마련하게 했다. 관련 피해자는 377명, 피해액은 약 104억 원으로 추산된다. 대부분의 피해자는 신용불량과 회생 절차, 질병, 생계 붕괴로 내몰렸다.

 

◇RNDX 코인의 민낯

 

RNDX가 단순한 코인 투자 실패가 아니라 사기적 구조로 의심받는 이유는 투자자가 산 코인의 가격이 떨어져서만이 아니었다. 투자자가 부담할 이유가 없는 비용이 붙었고, 일부 지갑에서는 발행자 측이 코인을 움직일 수 있는 권한까지 있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초이스뮤온오프가 작성한 'RNDX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RNDX는 2022년 3월 22일 코인 발행과 거래내역을 기록하는 블록체인 시스템에서 총 200억개가 만들어졌다. 발행자는 당일 전체 발행량의 20%인 40억 개를 특정 코인 지갑으로 보냈다. 피해자들의 코인은 이곳에서 본인 명의의 코인 지갑으로 옮겨졌다. 

 


RNDX 블록체인 거래 내역 비교 자료. 발행자 측 지갑으로 분석된 ‘8257’에서는 출금 수수료가 차감되지 않았지만, 투자자 개인지갑에서는 외부 지갑이나 거래소로 코인을 옮길 때마다 300 RNDX가 자동 차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겉으로는 일반적인 코인 구매 절차처럼 보인다. 그러나 발행자 측 지갑으로 분석된 '8257'에서 외부로 코인이 나갈 때는 수수료가 붙지 않았다. 반면 투자자 개인지갑에서 RNDX를 다른 지갑이나 거래소로 옮길 때는 300개의 RNDX가 자동으로 차감됐다. 같은 코인 이동인데 발행자는 비용은 내지 않고 투자자만 부담한 구조다. 

 

문제는 이 출금 수수료 구조가 개인 구매자에게 제대로 고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출금수수료는 투자자가 내야 할 필수 비용이 아니다. 최화인 초이스뮤온오프 대표는 "코인 구매자가 비용을 부담해야 할 이유가 기술적으로 전혀 없다"며 "이같은 출금 수수료 강제 부과는 국내에서 사기성 코인으로 문제가 된 여러 사례에서 발견됐다"고 지적했다. 

 

더 심각한 대목은 투자자 지갑에 들어간 코인을 발행자 측에 의해 움직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한 피해자의 출금 내역을 보면 2022년 4월부터 2023년 7월까지 모두 11차례 출금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본인 의사에 따른 출금은 2차례, 총 144만6000개에 그쳤다. 나머지 9차례 출금은 발행자 측에서 이뤄줬다. 

 


RNDX 블록체인 거래 내역에 표시된 ‘approve’ 기록과 피해자 지갑 입출금 내역. 초이스뮤온오프는 이 기록을 근거로 피해자 지갑의 RNDX 전송 권한이 발행자 측 지정 지갑으로 위임됐고, 발행자 측이 피해자 지갑 속 코인에 접근할 수 있었던 정황으로 분석했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그 근거로 블록체인 거래 내역에 남은 'approve' 기록을 들었다. ‘approve’는 지갑 안의 코인을 다른 주소가 사용할 수 있도록 승인하는 기능이다. 발행자는 2022년 4월 18일과 같은 해 10월 25일 두 차례에 걸쳐 피해자가 보유한 RNDX 전송 권한을 발행자가 지정한 지갑으로 넘겼다. 이 같은 출금 권한 위임은 RNDX 발행 시점에 설계된 프로그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피해자가 코인을 샀더라도 처음부터 출금 권한을 온전히 갖지 못한 상태였다는 것이다.

 

피해자의 두 차례 출금도 발행자 측이 일시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봤다. 추가 투자를 유도하거나 법적 분쟁 과정에서 지갑 통제권 위임 사실을 감추기 위한 목적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상투자그룹 사기 피해자들도 이 차이를 알기는 어려웠다. 이상투자그룹 피해자 대표는 “피해자 대부분은 고령 투자자들이라 지갑이나 출금 수수료 구조를 제대로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며 “코인을 옮길 때마다 300개씩 자동으로 빠져나간다는 설명을 들었다면 투자 판단은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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