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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상승은 정말 ‘부의 확대’인가…한국에서 어긋난 자산효과의 방정식

▷ 한국은행 “5% 상승 시 50세 미만 후생 감소”…세대별 효과 역전
▷ 자산가치 증가에도 소비는 위축…성장 공식 흔들리나

입력 : 2026.02.23 16:02 수정 : 2026.02.26 12:29
집값 상승은 정말 ‘부의 확대’인가…한국에서 어긋난 자산효과의 방정식 주택자산가치 소득 비율과 평균소비성향 변화(그래프=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집값이 오르면 가계는 부자가 되고, 부자가 되면 소비가 늘어난다.

 

경제학 교과서에 등장하는 ‘자산효과(wealth effect)’의 단순한 구조다. 주택은 가계 자산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가격 상승은 곧 자산가치 확대를 의미한다. 그동안 정책 담론에서도 집값 상승은 일정 부분 경기 회복의 신호로 해석돼 왔다.

 

그러나 최근 한국은행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주택가격 상승이 연령별 소비 및 후생에 미치는 영향’은 이 공식이 한국에서는 성립하지 않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보고서는 우리나라의 주택자산가치·소득 비율이 장기간 상승했음에도 평균소비성향은 오히려 하락해 왔다고 분석했다. 집값이 오르는 동안 소비는 늘지 않았고, 오히려 줄어드는 흐름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 현상은 단순한 경기 둔화와는 구분된다. 보고서는 주택가격이 소비에 영향을 미치는 경로를 네 가지로 나눈다. 자산가치 상승이 소비를 늘리는 경로도 있지만, 동시에 대출 부담을 확대하는 ‘저량효과’와 미래 주택구매를 위해 소비를 줄이게 만드는 ‘투자효과’도 존재한다. 한국에서는 후자의 힘이 더 강하게 작동하고 있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표=한국은행 BOK 이슈노트)

 

실증 분석 결과는 이를 뒷받침한다. 가계금융복지조사 미시데이터를 토대로 추정한 소비의 주택가격 탄력성은 25~39세에서 –0.301, 40~49세에서 –0.180으로 나타났다. 집값이 상승할수록 젊은층의 소비가 줄어드는 경향이 통계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반면 50세 이상에서는 소비 반응이 제한적이거나 유의하지 않았다.

 

더 나아가 구조모형을 통한 후생 분석에서도 세대 간 방향은 엇갈렸다. 주택가격이 5% 상승할 경우 50세 미만 가계의 후생은 평균 0.23% 감소하는 반면, 50세 이상 가계의 후생은 0.26%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50세 미만 유주택자조차 후생이 줄어든다는 사실이다. 단순히 ‘집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생애주기상 더 나은 주거 환경으로 이동해야 하는 단계에 있는 가계에게 집값 상승은 추가 부담으로 작용한다. 현재의 자산 증가가 미래의 비용 상승으로 상쇄되는 구조다.

즉, 집값 상승은 청년층에게 ‘축적된 부’가 아니라 ‘도달해야 할 목표의 상향 조정’에 가깝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 주택시장의 특성과도 맞닿아 있다. 전세 제도, 높은 초기자본금 요구, 장기 대출 계약, 소득 대비 높은 주택가격 등은 집값 상승이 소비 확대 대신 저축 압박으로 이어지도록 만든다. 장부상 자산가치는 늘어나지만, 실제 현금흐름은 개선되지 않는 ‘비유동성의 함정’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집값 상승을 경제 성장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기존 인식은 얼마나 유효할까.

 

자산가격 상승이 광범위한 소비 확대로 이어지지 않는다면, 그것은 실물경제의 활력이라기보다 자산 보유 구조의 재편에 가까울 수 있다. 특히 소비 여력이 충분히 형성되지 않은 세대에게 집값 상승은 경제적 사다리를 올려놓기보다, 사다리의 높이를 더 올리는 효과를 낳는다.

 

보고서는 높은 주거비 부담이 청년층의 결혼·출산 결정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는 단순한 가계 재무 문제를 넘어, 인구 구조와 성장 잠재력과도 연결되는 지점이다.

 

집값 상승이 모든 세대의 소비를 자극한다는 전제는 이제 수정이 필요해 보인다. 최소한 한국의 데이터는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집값 상승을 바라보는 시각에는 오랫동안 ‘부의 확대’라는 낙관이 깔려 있었다. 그러나 자산이 늘어도 소비가 줄어드는 구조라면, 우리는 그 상승을 무엇이라 불러야 할까. 특히 자산 형성 초기 단계에 있는 세대에게 집값 상승은 기회가 아니라 더 높은 진입 장벽일 가능성이 크다. 

 

장기적으로 소비 기반이 약화된다면, 자산가격 상승은 성장의 동력이 아니라 성장의 그림자가 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집값의 등락을 둘러싼 단기 논쟁이 아니라, 자산 구조가 소비와 세대 균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다. 집값이 오르는 동안 소비가 줄어든다면, 우리는 과연 올바른 지표를 보고 있는 것일까.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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