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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는 거래를 멈췄지만 가격은 버텼다…10·15 대책 이후 주택시장 ‘엇갈린 신호’

▷수도권 거래 급감·상승 기대 꺾였지만 매매가격은 여전히 플러스
▷전세 공급 부족·월세 전환 가속…주거비 압박은 구조화 단계

입력 : 2025.12.16 14:15 수정 : 2025.12.16 14:33
규제는 거래를 멈췄지만 가격은 버텼다…10·15 대책 이후 주택시장 ‘엇갈린 신호’ 사진=연합뉴스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국내 주택시장은 표면적으로는 ‘진정 국면’에 들어선 듯 보이지만, 지표를 뜯어보면 가격·거래·임대차 시장 간 흐름은 서로 엇갈리고 있다. 거래는 급격히 얼어붙었지만 가격은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고, 전세 공급 부족과 월세 전환은 구조적 흐름으로 굳어지는 양상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15일 발표한 ‘KB주택시장리뷰’는 이러한 시장의 이중적 신호를 수치로 확인해준다 .

 

◇ 거래는 급감, 가격은 ‘완만한 상승’…정책 이후 관망세 확대

 

10·15 대책 이후 가장 즉각적으로 반응한 지표는 거래량이다. 11월 서울 주택 매매 거래량은 전월 대비 71% 급감하며 사실상 ‘급제동’이 걸렸다. 대출 규제 강화와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은행권 대출 관리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매수 심리가 빠르게 위축된 결과다. 

 

그러나 가격 흐름은 다르다. 11월 전국 주택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30% 상승했고, 수도권은 0.57%로 오히려 상승폭을 키웠다. 특히 주목할 점은 그동안 하락세를 이어오던 5대 광역시와 기타 지방에서도 가격이 플러스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이는 단기 정책 효과가 거래에는 강하게 작용했지만, 가격을 끌어내릴 만큼의 공급·수요 구조 변화로까지는 이어지지 못했음을 시사한다.

 

다만 상승의 ‘온도’는 확연히 낮아졌다.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신규 지정된 서울 강남·마포·성동, 경기 분당·과천 등 주요 지역의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대책 발표 전후로 급격히 둔화됐다. KB부동산전망지수 역시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승 기대가 빠르게 후퇴하며 관망 심리가 확산되고 있다.

 

 

지역별 주택 매매가격 변동률 및 전망지수 추이(그래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 전세는 ‘공급 부족’, 월세는 ‘대세화’…임대차 시장의 구조 변화

 

매매시장보다 더 뚜렷한 긴장 신호는 임대차 시장에서 나타난다. 11월 전국 전세가격은 전월 대비 0.21% 상승했고, 수도권은 0.25%로 28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이는 단순한 단기 반등이 아니라 구조적 공급 부족에 기인한 흐름이라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갭투자 금지와 매매 거래 급감으로 전세 매물이 줄어든 가운데, 수도권 신규 입주 물량은 향후 수년간 빠르게 감소할 전망이다. KB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수도권 입주 예정 물량은 2023년 19만4천 호에서 2026년 11만1천 호 수준으로 줄어든다. 전세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기 어려운 구조다.

 

이 과정에서 월세 전환은 가속화되고 있다. 10월 기준 전국 전월세 거래 중 월세 비중은 62.7%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으며,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 역시 47.6%에 달했다. 특히 비아파트 시장에서는 월세 비중이 76%를 넘어 ‘월세 고착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세가격 변동률과 전월세 거래 비중 추이(그래프=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 분양은 수도권 집중, 미분양은 비선호 지역 확대

 

분양시장에서도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11월 전국 아파트 분양 물량은 2만9천 호로 전월 대비 75% 급증했지만, 이 가운데 60%가 경기 지역에 집중됐다. 반면 서울과 비수도권 다수 지역은 공급이 제한적인 상황이다 

 

문제는 미분양이다. 10월 기준 전국 미분양 아파트는 6만9천 호로 전월 대비 2천3백여 호 늘었다. 최근 공급이 몰렸던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증가세가 두드러지며, 비선호 지역을 중심으로 미분양 리스크가 다시 확대되는 모습이다. 이는 향후 지역별 주택시장 온도차를 더욱 벌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 대출은 조여졌지만, 가격 하방은 아직…정책의 다음 단계는

 

주택금융 지표는 정책 효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11월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35조5천억 원으로 증가폭이 7천억 원에 그치며 3개월 연속 둔화됐다. 전세자금대출 잔액도 감소 전환됐다. 대출 규제와 거래 감소가 맞물린 결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격이 급락하지 않는 이유는 명확하다. 공급 부족, 특히 수도권 핵심 지역의 구조적 수급 불균형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책이 거래를 누르는 데는 성공했지만, 가격의 방향성을 바꿀 만큼의 구조 개편으로 이어졌는지는 아직 미지수다.

  

◇ ‘안정’이 아니라 ‘정체’…주택시장은 다음 신호를 기다린다

 

10·15 대책 이후 주택시장은 분명 이전과 다른 국면에 진입했다. 그러나 이는 가격 하락을 동반한 안정이라기보다, 거래 위축 속에서 가격이 버티는 ‘정체 국면’에 가깝다. 전세·월세 시장의 부담은 오히려 확대되고 있고, 분양과 미분양의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다.

 

결국 향후 주택시장의 방향은 추가 공급 정책, 금리 경로, 그리고 대출 규제의 지속성에 달려 있다. 지금 시장은 안정이라기보다, 다음 충격 혹은 반등을 앞둔 ‘숨 고르기’ 단계에 서 있다.


 
김영진 사진
김영진 기자  jean@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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