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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은 팔지 않고 세금만 피했다…국세청, 부동산 탈세 731억원 적발

▷초고가주택 등 탈세 혐의자 104명 조사…318억원 추징·탈루규모 731억원 확인
▷가장매매 40여건·자금출처 조사 60여건…검찰 고발 6명·통고처분 4명 엄정 조치
▷다주택 중과 재개 이후 증여·가족 간 저가거래 집중 검증 예고

입력 : 2026-07-07 12:11
집은 팔지 않고 세금만 피했다…국세청, 부동산 탈세 731억원 적발 7일 정부세종청사 기자실에서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이 초고가 아파트 등 부동산 탈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서울에 아파트 2채를 보유한 A씨는 양도차익이 큰 고가 아파트를 팔기 전, 자신이 거주하던 저가 아파트를 모친의 지인에게 넘겼다. 겉으로는 매매였다. 그러나 국세청 조사 결과 A씨는 매수인의 취득세와 재산세를 대신 내줬고, 명의를 넘긴 뒤에도 해당 아파트에 계속 거주했다. 명의를 다시 돌려받기 전까지는 매수인에게 매월 사례금도 지급했다. 실제 매매가 아니라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받기 위한 ‘가장매매’였던 셈이다. 국세청은 비과세 혜택을 부인하고 양도소득세 10억원을 추징했으며, A씨와 거래를 주도한 모친, 명의를 빌려준 지인을 조세포탈범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30대 B씨가 서울 강북의 70평대 초고가 대형 아파트를 약 40억원에 취득하고, 입주 때 수억원대 인테리어 비용까지 지출했다. 자금조달계획서에는 전액 본인 예금으로 취득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B씨는 뚜렷한 소득원이 없었다. 국세청이 자금 흐름을 들여다본 결과, B씨는 외국인을 상대로 숙소·식당 예약, 면세점 쇼핑, 관광 안내 등을 알선하는 미등록 여행업을 운영하며 해외 여행사와 관광객에게 받은 현금 수입 약 60억원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해당 사업체를 직권 등록하고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25억원을 추징했다.

 

부모의 자금 지원으로 고액 월세 생활을 이어간 사례도 적발됐다. 소득이 없는 40대 C씨는 서울 강남 한강변 고가 아파트에 살며 매월 700만원이 넘는 월세를 냈다. 수십억원 규모의 주식 투자와 매년 수억원대 생활비 지출도 확인됐다. 조사 결과 C씨는 임대업자인 부모에게 월세, 주식 투자자금, 생활비 등 총 20여억원을 증여받고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증여세 13억원을 추징했다.

 

부동산 탈세가 단순한 ‘자금출처 불분명’ 문제를 넘어 가장매매, 명의신탁, 사업소득 누락, 법인자금 유출, 가족 간 편법증여가 얽힌 복합 탈세로 진화하고 있다. 고가 주택을 누가 샀는지만이 아니라, 집을 사기 전 돈이 어디서 나왔고, 집을 팔기 전 명의가 왜 이동했으며, 세금을 피하기 위해 어떤 거래 형식이 동원됐는지가 조사 핵심으로 떠오른 것이다.

 

국세청은 7일 ‘초고가 아파트 등 부동산 탈세 조사로 731억원 탈루금액 드러나’ 브리핑을 열고, 지난해 10월 1일 착수한 초고가주택 등 부동산 탈세 혐의자 104명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현재까지 총 318억원의 세금을 추징했으며, 확인된 탈루 규모는 731억원에 달한다. 조사 과정에서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확인된 경우에는 40%의 부당 과소신고가산세를 부과했고, 6명은 검찰에 고발, 4명은 벌금 상당액 7억원을 통고처분했다. 명의신탁 등 부동산실명법 위반행위가 확인된 20명은 과징금 부과와 형사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 가장매매 40여건…‘집을 판 척’ 세금만 줄인 거래

 

이번 조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수법은 가장매매다. 가장매매는 실질적으로 소유권을 넘길 의사가 없으면서도 형식상 매매계약을 체결해 명의를 옮기는 방식이다. 다주택자가 양도차익이 큰 주택을 팔기 전 다른 주택을 지인이나 친척 명의로 넘겨 1세대 1주택자처럼 꾸미고, 이후 고가주택에 대해 비과세를 적용받거나 중과세율을 피하는 구조다.

 

국세청 브리핑에 따르면 이번 조사에서 가장매매 관련 사례는 104건 중 약 40여건, 비율로는 40% 수준으로 파악됐다. 자금출처 관련 조사는 약 60여건이었으며, 일부 사안은 가장매매와 자금출처 의심이 함께 겹친 것으로 설명됐다.

 

가장매매가 단순한 편법을 넘어 조세포탈로 판단되는 이유는 거래 외형과 실제 소유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다. 국세청 자료에 제시된 사례에서 가장매매 매수인은 실제 대금 지급 능력이 없었고, 매매대금이나 취득세 등 거래에 필요한 돈이 매도자 측에서 우회 제공된 정황이 확인됐다. 심지어 명의를 넘긴 뒤에도 원래 소유자가 계속 거주하거나 월세를 계속 수령한 사례도 있었다.

 

예컨대 한 다주택자는 단독주택을 팔기 전 보유 아파트를 남편 친구에게 가장매매했다. 매수자가 실제 취득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친구와 회사동료 등을 통해 매수자에게 자금을 우회 전달했고, 이 돈을 다시 매매대금과 취득세로 사용하게 했다. 이후 단독주택을 15억원에 양도하면서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적용했다. 국세청은 금융증빙 조작을 확인하고 양도세 6억원을 추징했으며, 본인과 탈세에 협조한 남편 친구를 검찰에 고발했다.

 

또 다른 다주택자는 고가 아파트 양도세 부담을 피하기 위해 보유 중인 다가구주택의 건물만 동생에게 넘겼다. 대금 거래 내역은 확인되지 않았고, 건물을 넘긴 뒤에도 세입자에게서 월세를 계속 받았다. 국세청은 이를 실질적인 소유권 이전이 아닌 가장매매로 보고 1세대 1주택 비과세를 부인했다. 양도세 4억원을 추징하고 본인과 동생에게 각각 1억원 상당의 벌금을 통고처분했다.

 

가장매매가 부동산 시장에서 더 문제적인 이유는 조세 회피와 명의신탁이 결합되기 때문이다. 세법상으로는 비과세 혜택을 부인해 양도세를 추징할 수 있고, 명의신탁이 확인되면 부동산실명법 위반에 따른 과징금과 형사처벌 문제로도 이어진다. 국세청은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명의신탁 혐의자 20명을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했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 초고가 아파트 자금출처, 사업체까지 따라갔다

 

이번 조사에서 또 하나 주목할 대목은 자금출처 조사가 주택 취득자 개인에게서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국세청은 자금 원천이 사업소득 누락이나 법인자금 유출과 관련된 경우 사업체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했다. 주택 취득자금이 개인 통장에 들어오기 전, 어떤 사업에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졌는지를 끝까지 추적한 것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축산물 도매업체 자금 유출이다. 50대 D씨는 약 40억원 규모의 서울 강남권 재건축 예정 아파트를 포함해 상가와 토지 등 다수 부동산을 취득했다. 신고소득과 재산 내역에 비해 취득 규모가 컸고, 국세청은 자금출처 조사를 통해 배우자가 운영하는 축산물 도매업체 자금이 사용된 정황을 포착했다.

 

법인 조사 결과 해당 업체는 자료 없이 거래하는 방식으로 약 30억원의 무자료 매출을 누락했고, 배우자가 이를 별도로 관리하다 D씨에게 몰래 증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세청은 법인세와 증여세 등 31억원을 추징했다. 브리핑에서 국세청은 해당 업체의 연매출 규모가 약 50억원 수준이며, 세금계산서나 현금영수증 등 증빙 없이 매출을 누락한 방식으로 파악했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는 이번 조사에서 최고 세액 규모로 언급됐다.

 

이처럼 부동산 취득자금 조사는 단순히 “돈을 누가 줬는가”를 묻는 데 그치지 않는다. 법인 매출 누락, 현금 거래 은폐, 사업장 미등록, 법인자금 유출이 고가 주택 취득으로 연결되면 법인세, 부가가치세, 종합소득세, 증여세가 동시에 문제 된다. 부동산 탈세 조사가 자산거래 조사이면서 동시에 사업소득 조사로 확장되는 이유다.

 

미등록 여행업 사례도 같은 맥락이다. 30대가 40억원대 강북 초고가 아파트를 취득하면서 전액 본인 예금이라고 신고했지만, 실제 자금 원천은 외국인 관광객과 해외 여행사로부터 받은 현금 수입이었다. 미등록 업체가 외국인 관광객의 숙소, 식당, 면세점 쇼핑, 관광 일정을 알선하면서 현금 수입 60억원을 신고하지 않았고, 그 돈이 초고가 아파트 취득으로 이어진 것이다.

 

국세청은 해당 미등록 여행업체를 직권으로 사업자 등록하고, 누락된 현금 수입에 대해 부가가치세와 종합소득세 25억원을 추징했다. 현금 거래가 많은 업종에서 발생한 소득 누락이 부동산 취득자금으로 전환된 전형적인 사례다.

 

◇ 외국인·고액월세도 검증 대상…‘사는 방식’이 자금출처 단서

 

국세청은 고가 주택을 취득한 외국인과 고액 월세 거주자에 대한 자금출처도 검증했다. 외국인 E씨는 거주 목적이 아닌 투기 목적으로 마용성 소재 고가 아파트 2채를 외국인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약 30억원에 취득했다. 그러나 뚜렷한 소득과 재산이 없는 가정주부였고, 조사 결과 배우자에게 주택 취득자금과 인테리어 비용 전액을 증여받고도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증여세 4억원을 추징했다.

 

고액 월세 사례는 부동산을 직접 취득하지 않아도 자금출처 조사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무직인 40대가 매월 700만원이 넘는 월세를 내며 강남 한강변 고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수십억원 규모의 주식 투자와 고액 생활비 지출을 이어갔다면 단순 소비가 아니라 증여 여부를 확인할 단서가 된다. 국세청은 부모에게 월세와 주식 투자자금, 생활비 등 20여억원을 증여받은 사실을 확인하고 증여세 13억원을 추징했다.

 

부동산 탈세의 범위가 취득과 양도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월세, 인테리어, 생활비, 주식 투자자금도 부모나 배우자에게서 이전된 자금이라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고가 주택에 살고 있으면서 신고소득이 없거나 재산 형성 과정이 설명되지 않는 경우, 국세청은 주거 형태와 소비 수준 자체를 자금출처 검증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이는 최근 부동산 세무조사의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국세청은 30억원 이상 초고가주택 거래는 2024년 거래분부터 전수 검증을 이어가고 있으며,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30대 이하 연소자와 외국인 등 자금출처가 의심되는 대상도 집중 점검하고 있다. 강남4구와 마용성 아파트 증여거래 2,077건에 대해서도 증여재산 평가, 증여세 대납, 증여재원 등 신고내용 전반을 점검했다.

 

국세청은 지난해 10월 국토교통부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후 자금조달계획서를 실시간으로 공유받고 있다. 부동산 탈세 신고센터도 운영 중이다. 해당 센터에는 개통 이후 올해 상반기까지 1,168건의 탈세 제보가 접수됐다. 국세청은 제보 내용을 추가 검증하고, 필요한 경우 포상금도 신속히 지급하겠다는 입장이다.

 

◇ 다주택 중과 재개 이후, 증여·가족 간 저가거래가 다음 쟁점

 

국세청은 향후 다주택자 증여거래와 가족 간 편법거래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계획이다. 다주택자 중과 재개 이후 양도세 부담을 피하려는 움직임이 증여나 저가 양도, 매매 형식의 위장 증여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시장에서 세금 부담이 커질수록 거래 형식은 복잡해진다. 부모가 보유한 아파트를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에 자녀에게 넘기거나, 매매계약서 형식을 갖췄지만 실제로는 대금을 돌려주거나 대신 부담하는 방식이 나타날 수 있다. 증여재산을 저가로 평가하거나, 증여세를 부모가 대납하면서 이를 다시 신고하지 않는 방식도 편법증여의 한 유형이다.

 

국세청은 부동산 취득·보유·양도 등 거래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탈세 위험요인을 조기에 포착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단일 거래만 보겠다는 의미가 아니다. 집을 살 때 제출한 자금조달계획서, 보유 과정의 임대소득과 월세 지출, 양도 전후의 명의 이동, 가족 간 자금 흐름, 사업체 매출 누락 여부까지 연결해 보겠다는 의미에 가깝다.

 

이번 조사 결과는 부동산 탈세가 시장 안정 문제와 조세정의 문제를 동시에 건드린다는 점을 보여준다. 자금출처가 불분명한 돈으로 고가 주택을 취득하거나, 가장매매로 다주택자 세금을 피하면 성실하게 세금을 내는 실수요자와 시장 참여자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준다. 또 투기적 자금이 고가 주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면 가격 안정과 거래질서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세무조사만으로 부동산 시장의 모든 불공정 거래를 막기는 어렵다. 가장매매는 형식상 매매계약과 등기이전이 이뤄지기 때문에 외형만으로는 적발이 쉽지 않다. 가족 간 저가거래나 우회 증여 역시 금융 흐름, 실제 거주 여부, 세금 대납 여부, 거래 이후 임대료 수령 주체 등을 종합적으로 봐야 드러난다. 국세청이 국토부 자금조달계획서와 탈세 신고센터, 현장정보 수집을 결합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번 발표의 핵심은 “고가 주택을 샀다”는 사실이 아니라 “그 거래가 세금으로 설명되는가”다. 집을 팔았다고 해도 실제로는 계속 소유하고 있었다면 양도세 비과세는 인정될 수 없다. 본인 예금으로 샀다고 해도 그 예금이 신고되지 않은 사업소득에서 나온 것이라면 소득세와 부가세, 증여세 문제가 동시에 발생한다. 부모가 월세와 생활비를 대신 부담했다면 주택을 직접 사주지 않았더라도 증여가 될 수 있다.

 

부동산 탈세는 거래 한 번으로 끝나지 않는다. 취득 전 자금 형성, 보유 중 비용 부담, 양도 전 명의 이전, 양도 후 세금 신고가 모두 연결된다. 국세청의 이번 조사는 초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세금 회피가 얼마나 정교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앞으로의 관건은 적발된 사례를 넘어, 자금조달계획서와 실거래 정보, 세무자료를 얼마나 촘촘히 연결해 사전에 탈세 위험을 걸러낼 수 있느냐에 있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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