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은 막혔지만 현금은 흘렀다…국세청, 부동산 탈세혐의 127명 정조준
▷30억 학군지 아파트·50억 강남권 초고가 주택까지…편법증여·소득누락 자금출처 검증
▷주택 취득규모 3,600억원·탈루 추정액 1,700억원…현금부자·사인간 채무·다주택자 집중 조사
▷국세청 “현금 취득 자체가 문제는 아냐”…신고소득·재산 대비 불분명한 자금흐름이 핵심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사례1. 대기업에 다니는 30대 자녀 부부는 교육 여건이 좋은 학군지 고가 아파트를 30여억원에 대출 없이 공동 취득했다. 겉으로는 ‘전액 자기자금’ 매수였지만, 국세청은 자금 흐름에서 이상 징후를 포착했다. 자녀가 아파트를 사기 직전, 고액 자산가인 부친이 해외주식 30여억원어치를 매각했고 사용처는 불분명했다. 국세청은 부친의 해외주식 매각대금이 자녀 부부의 주택 취득자금으로 흘러간 편법증여인지 들여다보고 있다.

대출 없이 고가 아파트 취득하였으나, 부친으로부터해외주식 매각대금을 편법 지원받아 증여세 탈루 사례(이미지=국세청)
#사례2. 30대 초반 사회초년생이 강남권 신도시의 20억원대 아파트를 소액 담보대출만 받고 취득했다. 부족한 취득자금 대부분은 상가 건물주인 부친에게서 10여억원을 빌린 것으로 신고했다. 그러나 차용증에는 상환기한이 부친의 사망 시점으로 적혀 있었고, 이자도 그때 한꺼번에 지급하는 구조였다. 국세청은 이 거래가 정상적인 빚인지, 증여세를 피하기 위해 차용증만 형식적으로 만든 것인지 검증할 방침이다.

부친으로부터 고액의 취득자금을 차용하였으나 허위로 차용증을 작성하여 증여세 탈루 사례(이미지=국세청)
#사례3. 서울 강남권에서는 개인병원을 운영하는 치과의사가 50여억원짜리 대형 평수 초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사례도 조사 대상에 올랐다. 국세청은 비급여 진료비를 현금으로 결제하도록 유도해 병원 수입금액을 누락했거나, 부모로부터 자금을 편법 증여받았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개인병원 비급여 현금매출을 누락한 자금 등으로 초고가 대형 아파트 취득하면서 소득세 등 탈루 사례(이미지=국세청)
부동산 세무조사의 초점이 ‘누가 비싼 집을 샀느냐’에서 ‘그 돈이 어떻게 만들어졌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대출규제가 강화되면 금융권 대출을 통한 주택 매입은 줄어들 수 있지만, 현금 동원력과 가족 간 자금 이전을 앞세운 거래는 오히려 규제망 밖에서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은 이런 흐름을 겨냥해 부동산 탈세혐의자 127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19일 ‘대출규제 밖 현금부자, 시세차익을 노린 다주택자 등 부동산 탈세혐의자 127명 자금형성과정 철저히 검증’ 브리핑을 열고, 주택 취득자금의 원천과 재산 형성 과정을 정밀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대상자의 주택 취득규모는 약 3,600억원, 탈루 추정금액은 약 1,700억원이다.
◇ 현금 매수·부모찬스가 모두 탈세는 아니다…핵심은 ‘설명되지 않는 돈’
이번 조사에서 주목할 부분은 국세청이 현금 매수 자체를 문제 삼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브리핑 질의응답에서도 “대출 규제 밖 현금부자가 죄나 잘못은 아니지 않느냐”는 질문이 나왔고, 국세청은 “맞다”고 답했다. 다만 신고소득이나 보유재산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고액 현금, 상환능력에 비해 과도한 가족 간 차입, 사업소득 누락 정황이 결합된 경우 탈세 혐의로 본다는 설명이다.
오상훈 국세청 자산과세국장은 “대출 없이 현금으로만 부동산을 취득하는 이른바 현금부자 거래가 확인되고 있고, 대출규제를 우회하고자 부모로부터 고액 자금을 차용하는 부모찬스 거래도 증가하고 있다”며 “신고되지 않은 소득으로 조성된 현금을 활용했거나 증여 사실을 채무로 위장하려는 꼼수증여에 해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이번에 제시한 조사 유형은 네 가지다. 첫째는 대출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현금부자와 사인 간 채무 과다자다. 둘째는 시세차익을 노리고 고가 아파트를 취득한 다주택자다. 셋째는 성북구·강서구 등 서울 비강남권과 광명시·구리시 등 가격 상승지역 주택 취득자다. 넷째는 30억원 이상 초고가 주택 취득자다.
유형별로는 각각 30명 안팎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강남4구와 마·용·성 등 주요 선호지역뿐 아니라 최근 거래가 몰리며 가격이 오른 서울 비강남권과 경기 일부 지역까지 모니터링 범위를 넓혔다. 국토교통부로부터 실시간 공유받는 자금조달계획서에 소득·재산 자료를 대조해 탈루 혐의를 분석하고 있다.
자금출처 조사도 주택 취득자 개인에만 머물지 않는다. 주택 취득자금이 사업소득 누락이나 법인자금 유출에서 나온 것으로 의심되면 관련 사업체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한다. 농산물 도소매업자가 서울 강북 가격급등 지역 아파트를 20억원에 취득하면서 수억원의 예금을 자금원천으로 신고했지만, 실제로는 농산물 유통·판매 과정에서 발생한 매출을 누락한 자금으로 취득한 것으로 분석된 사례가 대표적이다.
차용증을 통한 가족 간 자금거래도 엄격히 들여다본다. 국세청은 차용증이 있다고 해서 모두 정상 채무로 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이자가 지급됐는지, 상환기한이 통상적인지, 차입자가 스스로 갚을 능력이 있는지 등을 확인한다. 정상 채무로 인정되더라도 끝이 아니다. 국세청은 부채 사후관리를 통해 실제 채무자가 원리금을 상환했는지, 이자소득 신고가 적정했는지 상환 시점까지 관리하겠다고 밝혔다.
◇ 부동산 세무조사, 가격 안정책 넘어 ‘자금 형성 과정’ 검증으로
이번 조사는 단순한 부동산 가격 대응책이라기보다,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비정상 자금의 경로를 추적하는 성격이 강하다. 주택가격 상승기에는 현금 동원력이 큰 계층이 대출규제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대출 한도가 막힌 실수요자는 매수 여력이 줄지만, 현금성 자산을 보유했거나 가족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매수자는 고가 주택 시장에 계속 진입할 수 있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증여세를 내지 않은 가족 간 자금 이전, 사업소득 누락, 법인자금 유용이 끼어들 경우다. 이는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라 시장의 출발선을 왜곡한다. 신고소득으로 자금을 모아 주택을 사는 사람과, 숨겨진 소득이나 편법증여로 현금을 조달한 사람이 같은 시장에서 경쟁하게 되면 조세 형평성과 거래 질서가 동시에 흔들린다.
국세청도 이 점을 강조했다. 보도자료에서 국세청은 부동산 거래 과정의 불법·탈세행위가 조세정의를 훼손하고 청년과 서민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주며, 거짓계약과 차명거래 등 비정상 거래행태가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과 건전성을 저해한다고 밝혔다. 또 투기수요를 유인해 과도한 자금이 비생산적 자산인 부동산에 몰리게 하고, 경제 전반의 성장 기반도 약화시킨다고 지적했다.
특히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 시장에는 또 다른 변수가 생겼다. 국세청은 다주택 중과유예 종료로 변칙증여와 우회거래 등 편법을 이용한 세금 회피 시도가 늘어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적발될 경우 부당 가산세 40%를 부과하고,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방법으로 조세를 포탈한 사실이 확인되면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수사기관에 고발하겠다는 방침이다.
사업자대출 유용도 하반기 핵심 검증 대상이다. 국세청은 사업자대출을 받아 고가 아파트 취득에 사용한 경우 상반기 자진시정을 거친 뒤 하반기부터 전수 검증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이 경우 단순히 대출금이 어디에 쓰였는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업체 전반의 매출 누락과 비용 처리, 법인자금 유출 여부까지 살피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사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조사 대상 거래의 시점이다. 국세청은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이번 조사 대상이 2024년 이후 거래부터 최근 신고 가능 범위까지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세무조사는 과세기간이 도래한 뒤 가능하다는 제약이 있어 시장에서 이상거래가 포착되더라도 즉시 조사로 연결되기 어렵다. 그럼에도 국세청은 자금조달계획서와 신고 자료를 연계해 탈세 위험이 높은 이상거래를 초기 단계부터 포착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이번 세무조사의 핵심은 ‘고가 주택을 샀느냐’가 아니라 ‘그 돈의 출처를 세금으로 설명할 수 있느냐’다. 대출규제는 금융권 대출을 제한할 수 있지만, 가족 간 자금 이전과 숨겨진 사업소득, 법인자금 유출까지 막아내지는 못한다. 부동산 시장 안정이 단순한 대출관리만으로 어려운 이유다.
국세청은 국무조정실 부동산감독추진단이 주관하는 부동산 불법행위 대응협의회를 통해 국토교통부, 경찰청 등 관계기관과도 공동 대응할 계획이다. 주택시장의 불안이 가격 문제를 넘어 자금의 출처와 조세 형평성 문제로 번지는 만큼, 이번 조사는 부동산 시장에 들어온 돈의 ‘형성과정’을 끝까지 들여다보겠다는 신호로 읽힌다.
댓글 0개
관련 기사
Best 댓글
사기청정국 만들려면 조직사기특별법 및 피해자 보호법 꼭 만들어 주셔요
2지방 선거 알으로 두달여 남았습니다 우리의 소원은. 조직사기. 특별법. 데정되어. 사기 방지. 피해자 보호 당연한 것 아닙니까
3양당의 국회의 원님들께 간절히 부탁드립니다. 사기피해자들의. 고통이 너무. 힘겹습니다. 많은분들의 동참이. 너무 중요합니다. 많이 동참해주십시오
4개인정보활용을 이런식으로 악용한다면 과연 누굴믿고 무엇을한단 말인가 ? 보험사까지??? 범죄는 어디서나 어디서든 이뤄질수있구나?? 개인정보를 악용못하게 하는 대책이 나와야할듯 이젠 안전지대가 없다는게 슬픈현실이다
5내부 통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6피해자 약점을 이용해 자신들 배만 키운사람들은 강력한 처벌도 받아야되지만 먹은돈의 10배는 토해 내야 됩니다~
7AI로도 사기치는데 더좋은 예방 방법이 있다고 하니 다행입니다 좋은 정보 고맙습니다 조직 사기 특별법 제정되여서 이나라가 사기꾼 없는 나라가 되길 간절이 바라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