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사기는 진화했고, 그 대가는 사회가 치르고 있다
▷‘개인 책임’이라는 말로는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 현실
▷조직사기특별법은 시대가 요구하는 국가의 최소 조건이다
한국사기예방국민회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조직사기특별법 제정' 조속한 입법을 요구하며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있다.(사진=한사국)
[사기 사회의 구조] 10편의 기획연재를 통해 확인한 사실은 단순하다. 사기는 멈추지 않았고, 그 사이 제도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문제는 이 간극이 단순한 행정 지연이나 입법 공백이 아니라, 사회 전체에 누적되는 비용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사기 범죄는 더 이상 우발적 사건이 아니다. 전화와 문자에 머물던 수법은 메신저와 플랫폼으로 옮겨갔고, 투자·사칭·관계형 범죄가 결합된 형태로 진화했다. 접근, 신뢰 형성, 자금 이동은 분업화됐고, 범죄는 하나의 구조처럼 작동한다. 이는 사기범 개인의 기지가 아니라, 반복과 학습을 통해 정교해진 범죄 시스템의 결과다.
그럼에도 대응은 여전히 ‘개인 책임’의 언어에 머물러 있다. 사기는 조심하지 못한 개인의 문제로 설명되고, 피해는 판단 착오로 환원된다. 수사는 사건 단위로 분절되고, 처벌은 개별 행위자에 국한된다. 이 사이 사기범들은 이름을 바꾸고, 계좌를 바꾸며, 무대를 옮긴다. 범죄는 진화했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과거의 사기를 전제로 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구조가 지속되면서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개인의 삶이다.
사기 피해자 상당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해 회생과 파산 절차로 내몰리고, 노동과 일상에서 이탈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개인의 파탄은 곧 사회의 부담으로 전이된다. 회생·파산 제도 운영, 복지 지출, 사회 안전망 유지에 국가는 결국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투입하게 된다.
사기를 개인 문제로 방치하는 선택은 결코 비용을 줄이는 길이 아니다.
오히려 피해를 축적시킨 뒤, 더 큰 비용을 사회 전체가 나눠 떠안게 만드는 구조다. 이 점에서 사기 대응은 더 이상 부차적인 민생 이슈가 아니다. 사회적 신뢰와 국가의 위험 관리 능력을 시험하는 핵심 과제다.
연재를 통해 반복적으로 드러난 것은 사기범의 교묘함이 아니라 책임 구조의 공백이었다. 신고는 분산돼 있고, 책임은 흩어져 있으며, 피해 회복은 항상 후순위로 밀린다. 정부·금융권·플랫폼 가운데 어느 곳도 조직적 사기 범죄를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구조를 갖고 있지 않다. 이 공백은 사기범에게 가장 안전한 환경이 됐다.
이 지점에서 조직적 사기 범죄를 전제로 한 별도의 법적 틀, 이른바 ‘조직사기특별법’ 논의는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이는 처벌을 강화하자는 감정적 요구가 아니라, 이미 변해버린 범죄 현실에 제도를 맞추자는 구조적 요청에 가깝다.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범죄를 개인 범죄의 틀로 다루는 한, 사기의 진화를 따라잡기는 어렵다.
사기 피해는 특정 계층의 문제가 아니다.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고, 한 번의 피해는 삶 전체를 흔들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우리는 그 비용을 개인에게 떠넘겨 왔다. 그러나 개인의 파탄이 사회의 비용으로 귀결되는 구조를 더 이상 방치할 수는 없다.
사기는 계속 진화하고 있다.
이제 질문은 명확하다. 이 현실을 언제까지 개인의 주의에만 맡길 것인가, 아니면 조직적 범죄에 걸맞은 제도적 대응으로 전환할 것인가.
조직사기특별법 논의는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이는 과잉 입법이 아니라, 지금까지 미뤄져 온 국가의 최소한의 책무에 가깝다.
사기를 개인의 불운으로 남겨둘 것인지, 사회가 관리해야 할 구조적 위험으로 인식할 것인지.
그 선택의 결과는 이미 충분히 예고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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