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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사회의 구조] ⑧피해금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사기는 막지 못해도, 돈은 멈출 수 있었다
▷회수 실패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선택이다

입력 : 2026.01.28 11:08 수정 : 2026.01.28 12:11
[사기 사회의 구조] ⑧피해금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일러스트=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사기 피해가 발생한 뒤 피해자가 가장 간절히 묻는 질문은 단순하다.

“돈은 돌려받을 수 있습니까.”

 

이 질문 앞에서 제도는 늘 애매한 답을 내놓는다. 가능성은 낮지만 시도해보라는 말, 이미 늦었다는 말, 혹은 기다리라는 말이다. 그러나 피해자 입장에서 이 답변들은 사실상 같은 의미다. 돌려받기 어렵다는 뜻이다. 문제는 이 어려움이 정말 불가피한 결과인지, 아니면 그렇게 설계된 구조의 산물인지다.

 

◇ 사기는 막지 못해도, 돈은 멈출 수 있었다

 

사기 범죄의 공통점은 자금이 반드시 금융 시스템을 통과한다는 점이다. 전화나 메신저는 사기의 시작일 뿐이고, 범죄가 완성되는 순간은 언제나 돈이 이동할 때다. 이 지점에서 금융 시스템은 단순한 ‘중개자’가 아니라, 사기 범죄의 성패를 가르는 관문이 된다.

그럼에도 피해금 회수는 항상 “어렵다”는 말로 정리된다. 이미 자금이 빠져나갔고, 계좌가 바뀌었고, 추적이 힘들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 설명은 중요한 사실을 가린다. 자금이 이동하는 순간을 제도가 거의 통제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상 거래 탐지는 사후에 이뤄지고, 계좌 동결은 수사 요청 이후에 가능하다. 즉, 피해금 회수는 구조적으로 늦을 수밖에 없다.

 

◇ 골든타임은 왜 항상 지나 있는가

 

사기 피해금 회수의 핵심은 시간이다. 자금이 첫 이체를 마치고 여러 계좌로 분산되기 전, 이른바 ‘골든타임’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골든타임은 피해자에게 거의 알려지지 않는다. 피해자는 사기임을 인지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인지한 뒤에도 어디에 먼저 연락해야 할지 망설인다.

그 사이 자금은 이동한다. 그리고 제도는 말한다. “이미 늦었다.”

이 구조에서 늦음은 우연이 아니라 예정된 결과다. 사기 범죄 대응이 사전 차단이 아닌 사후 처리에 머무르는 한, 피해금 회수는 늘 뒤처질 수밖에 없다.

 

◇ 회수 실패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흔히 사기 피해금 회수가 어려운 이유로 ‘기술적 한계’가 언급된다. 그러나 금융권은 이미 자금 세탁, 테러 자금, 불법 거래를 탐지하고 차단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문제는 그 기술이 어디에 우선적으로 적용되는가다.

 

불법 자금이나 금융 시스템 리스크와 직결된 사안에는 즉각적인 대응이 이뤄진다. 반면 사기 피해자의 자금은 ‘개인 간 거래’라는 이유로 보호의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기술이 없는 것이 아니라, 적용할 의지가 없는 영역이 존재하는 셈이다.

 

 

(일러스트=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 피해금 회수 책임은 누구의 몫인가

 

피해금이 돌아오지 않을 때 책임은 자연스럽게 피해자에게 귀속된다. 왜 더 빨리 알아차리지 못했는지, 왜 확인하지 않았는지, 왜 그 계좌로 보냈는지 묻는다. 그러나 이 질문들은 본질을 비껴간다. 피해자는 금융 시스템의 설계자가 아니다.

 

금융 시스템은 거래를 승인할 권한을 갖고 있고, 플랫폼은 접촉을 중단시킬 수 있으며, 국가는 이를 통합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그럼에도 이 권한들은 회수 책임으로 연결되지 않는다. 권한과 책임이 분리된 구조에서 피해금은 돌아오지 않는다.

 

◇ ‘돌려받을 수 없다’는 말이 만드는 결과

 

피해금 회수가 어렵다는 인식이 확산될수록, 사기 범죄는 더 매력적인 범죄가 된다. 범죄자는 위험 대비 수익이 높다는 사실을 안다. 피해자는 신고와 회수를 포기한다. 제도는 통계상 ‘미해결 사건’을 쌓아간다.

이 악순환은 사기 범죄를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지속 가능한 범죄 모델로 만든다. 피해금이 돌아오지 않는 사회는, 의도치 않게 사기범에게 가장 안정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 회수되지 않는 돈은, 방치된 책임의 증거다

 

사기 피해금이 돌아오지 않는 이유는 사기범이 영리해서가 아니다. 회수를 최우선 과제로 두지 않는 구조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피해금 회수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선택의 문제다. 자금을 지킬 것인지, 시스템의 편의를 지킬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지금까지의 선택은 명확했다. 개인의 손실은 감내 가능한 비용으로, 시스템의 안정은 최우선 가치로 취급돼 왔다.

 

이 선택이 바뀌지 않는 한, 피해금은 계속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그 비용은 다시 개인에게 전가될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사기 범죄의 또 다른 확산 지점, 청소년과 디지털 취약계층이 어떻게 사기의 표적이 되고 있는지를 살펴본다.

사기 범죄의 미래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그 경고 신호를 추적한다.

 

이 기획은 Global Anti-Scam Alliance(GASA)가 2025년 발표한 ‘State of Scams in South Korea 2025’ 보고서를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해당 보고서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 사기 범죄가 얼마나 일상화·구조화되어 있는지를 수치로 보여준다.


위즈경제는 이 데이터를 단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기 범죄가 개인의 부주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위험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누가 피해자가 되었는지보다, 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자 한다.[편집자주]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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