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유가, 이란 전쟁 격화에 배럴당 100달러 돌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인 2022년 7월 이후 처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에 유가·휘발유·증시 동반 충격
석유 펌프. 사진=연합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이란 전쟁 확산 우려가 세계 원유 시장을 뒤흔들며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약 15만원)를 넘어섰다.
9일(현지시간) 미국 유가는 중동 전쟁 격화와 호르무즈 해협 통항 차질 우려가 겹치면서 급등했다.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선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여파가 시장을 흔들었던 2022년 이후 처음이다.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은 이날 18% 오른 배럴당 108달러 안팎에서 거래됐다. 장중 한때 110달러(약 16만원)를 찍었다. 국제 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도 16% 올라 배럴당 108달러(16만원) 선에 근접했다.
시장은 이란을 둘러싼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전 세계 원유 공급망이 크게 흔들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가 지나는 호르무즈 해협이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이란은 이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한 상태다.
에너지 분석업체 클리퍼의 호마윤 팔락샤히 수석 원유 연구원은 해협 통항이 다시 정상화하지 못하면 유가가 3월 말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급등한 유가는 금융시장에도 즉각 충격을 줬다. 투자자들은 연료비 상승이 다시 물가를 자극하고 경기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우지수 선물은 800포인트 넘게, 1.7% 하락했다. S&P500과 나스닥 선물도 각각 1.6% 내렸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미국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9일 미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45달러(약 5152원)로, 일주일 전보다 16% 상승했다. 지난 2월 28일 이란 공습 이후 공급 불안이 본격 반영된 결과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글을 올려 급등한 유가를 두고 “매우 작은 대가”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란 핵 위협 제거가 끝나면 단기 유가 상승은 빠르게 진정될 것이라며, 미국과 세계의 안전과 평화를 위한 비용이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는 유가 급등에 따른 소비자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대응에 나섰다. 백악관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에 보험을 공급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해당 해역이 공격받을 경우 보험을 보장할 수 없다는 해상 보험업계 판단이 나온 데 따른 조치다. 미 정부는 해군 호위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 실행 계획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해운업계도 전쟁이 이어지는 동안 해당 해역 운항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팔락샤히 연구원은 정부 조치가 일부 도움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봤다. 시장이 진정되려면 의미 있는 수준의 긴장 완화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란 측도 강경한 태도를 이어갔다. 이란 고위 당국자는 이스라엘의 이란 석유 저장시설 타격 이후 분쟁이 “새 국면”에 들어섰다고 경고했다. 또 향후 며칠 안에 중동 지역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한 보복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 당국자는 이란이 원하는 결과를 얻기 전까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전쟁 여파로 산유국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원유 저장 여력이 줄면서 일부 생산업체는 생산량 조정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공급 차질 우려가 현실화할 경우 유가 불안은 더 길어질 수 있다.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장관은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이란의 석유 산업이나 다른 에너지 기반시설을 직접 타격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이란산 원유는 이미 강한 제재를 받고 있으며, 현재 주요 구매국은 사실상 중국뿐인 상태다.
이번 유가 급등은 전쟁이 에너지 시장을 넘어 물가, 증시, 소비자 생활비, 미국 중간선거 구도까지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단기 충격을 넘어서기 위해선 군사적 대응보다 분쟁 확산을 막는 외교적 출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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