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고령화가 바꾼 재난지도…2025년 소방출동 452만건, ‘정교한 대응’ 필요
▷화재 1.9% 늘고 인명피해 13.9%↑…건조한 기후 속 ‘부주의’ 여전, 배터리 등 화학 요인 급증
▷잦은 비에 벌집제거 출동 급감했지만 폭염에 온열질환 이송 12%↑…이송환자 10명 중 6명은 60대 이상
사진=연합뉴스
[위즈경제] 전현규 기자 = 소방청이 2025년 한 해 화재·구조·구급 활동 실적을 분석한 결과, 기후위기와 인구구조 변화가 재난 현장의 ‘수요’ 자체를 바꾸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5년 119신고는 총 1,065만4,902건으로 전년 대비 6.2% 감소했지만, 같은 기간 화재 발생은 되레 증가했고, 구급 현장에서는 고령층 비중이 더 커지는 등 분야별로 뚜렷한 온도차가 확인됐다.
소방청 집계에 따르면 2025년 화재·구조·구급 출동 건수는 총 452만501건으로, 하루 평균 1만2,385건의 현장 활동을 처리했다. 이는 전년(468만738건)보다 3.4% 줄어든 규모다. 다만 세부 항목을 뜯어보면 화재는 3만8,341건(일평균 105건)으로 1.9% 증가해 ‘유일하게 늘어난 지표’로 기록됐다. 반면 구조는 119만7,158건(일평균 3,280건)으로 9.2% 감소했고, 구급 출동은 328만5,002건(일평균 9,000건)으로 1.2% 줄었다.
특히 화재는 단순 ‘건수 증가’를 넘어 인명피해가 더 가파르게 늘었다. 2025년 화재 인명피해는 총 2,736명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으며, 사망자는 346명(12.3%↑), 부상자는 2,390명(14.1%↑)으로 집계됐다. 소방청은 건조한 기후 등으로 화재 위험이 높아졌다는 점을 주요 배경으로 제시했다.
원인별로는 ‘부주의’가 1만7,155건으로 여전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전년 대비 1.4% 늘었다. 전기적 요인도 1만1,194건으로 5.7% 증가했다. 눈에 띄는 변화는 ‘화학적 요인’이다. 전기차·전동킥보드 등 배터리 사용이 늘면서 화학적 요인 화재가 1,127건으로 16.7% 급증해 가장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화재 사망 요인에서도 부주의로 인한 사망이 가장 많았고, 전기적 요인에 따른 사망도 전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구조 활동이 큰 폭으로 감소한 배경에는 ‘기후 변화가 만든 역설’이 자리했다. 구조 출동에서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벌집 제거’ 출동이 지난해 가을철(9~10월) 잦은 비로 벌의 활동이 위축되면서 급감했다는 설명이다. 즉, 같은 기후 변수라도 폭염·건조는 화재·건강 피해를 키우는 반면, 강수 패턴 변화는 특정 출동 유형을 줄이는 방향으로 작동할 수 있다는 얘기다.
구급 분야는 ‘총량 감소’ 속에서도 사회 변화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났다. 구급 이송 건수는 173만3,003건으로 전년 대비 3.2% 감소했고, 이송 인원도 174만8,084명으로 3.3%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 짧은 장마 뒤 기록적인 무더위가 이어지면서 온열질환자 이송은 전년 대비 12%(336명) 급증했다. 소방청은 심화되는 기후 위기가 국민 건강을 직접 위협하는 신호로 해석했다.
연령별 분석에서는 저출산·고령화의 그림자가 더욱 선명했다. 60대 이상 이송 환자는 102만1,423명으로 전체 이송 환자의 약 58.4%를 차지하며 전년 대비 1.6% 증가했다. 반면 10세 미만 소아 환자 이송은 5만3,977명으로 11.2% 감소했다. 전체 이송 감소 폭(3.3%)보다 3배 이상 큰 감소율로, 어린이 인구 감소가 구급 수요 감소로도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같은 변화는 ‘출동이 줄었다’는 단순 평가로는 해석하기 어렵다. 재난의 빈도와 유형이 달라지고, 환자군의 중심이 고령층으로 이동하면서 현장 대응에서 요구되는 장비·인력·의료 연계 체계 또한 재설계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예컨대 폭염이 상수(常數)가 되는 여름철에는 온열질환 대응을 전제로 한 구급대 운영과 병원 전 단계 분류, 고령층 만성질환 악화에 따른 응급 이송 체계 강화가 동시에 요구된다. 화재의 경우에도 전기·배터리 관련 위험이 커지는 만큼, 예방 홍보와 시설 점검뿐 아니라 현장 진압·구조 과정에서의 안전 기준 고도화가 중요 과제로 떠오른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2025년 소방활동 데이터는 기후위기와 사회구조 변화가 재난 안전에 미치는 막대한 영향을 수치로 증명하고 있다”며 “이러한 변화에 발맞춰 데이터에 기반한 정교하고 과학적인 재난 대응 체계를 마련해 국민의 안전을 빈틈없이 지키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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