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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사칭 범죄가 키운 암시장"…가상자산 사기 피해액 작년만 24조원

▷체이널리시스 ‘가상자산 범죄 보고서’
▷AI·사칭 사기...전년 대비 1400% 급증
▷노인을 노린 ‘암호화폐 ATM 사기’도 성행

입력 : 2026.01.14 15:23 수정 : 2026.01.14 15:31
"AI·사칭 범죄가 키운 암시장"…가상자산 사기 피해액 작년만 24조원 (일러스트=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2025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가상자산 사기와 금융 사기로 탈취된 금액이 최대 170억달러(약 23조원)에 이를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칭 사기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범죄의 산업화가 가속된 결과다.

 

블록체인 분석업체 체인널리시스(Chainalysis)는 2025년 가상자산 사기 관련 온체인 유입액이 최소 140억달러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과거 통계 보정과 추가 지갑 식별 가능성을 반영하면 최종 피해 규모는 17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2024년 확정치 120억달러보다 크게 늘어난 수치다.

 

◇사칭범죄 1400% 급증

 


2025년 가상자산 사기 피해 규모는 현재 140억달러로 집계됐으나, 향후 추가 식별될 데이터를 포함하면 역대 최대인 170억달러(약 24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체이널리시스
 

 

올해 사기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사칭 범죄’다. 정부 기관이나 대형 기업을 가장한 사칭 사기는 전년 대비 1400% 급증했다. 피해자 1인당 평균 송금액도 2024년 782달러에서 2025년 2764달러로 3배 이상 늘었다. 단순한 문자 사기에서 벗어나 AI 음성 합성, 딥페이크 영상, 자동화된 피싱 도구가 결합되면서 설득력이 급격히 높아졌기 때문이다.

 

대표 사례로 미국 전자통행료 시스템을 사칭한 ‘E-ZPass’ 문자 피싱이 꼽힌다. 중국어권 사이버 범죄 조직이 대량 문자 발송과 가짜 정부 웹사이트를 결합해 수백만 명을 노렸고, 수년간 10억달러에 달하는 피해를 낸 것으로 조사됐다. Google는 이 조직이 중국계 ‘피싱 서비스형 범죄’ 인프라를 활용했다고 법원에 제출했다.

 

민간 기업 사칭도 확산됐다. 2025년 말 미국 뉴욕 브루클린 검찰은 가상자산 거래소 고객센터를 사칭해 약 1600만달러를 가로챈 조직을 기소했다. 내부 직원 매수를 통해 고객 정보를 확보한 뒤, ‘계정이 해킹됐다’는 불안 심리를 자극해 자산 이전을 유도한 방식이다.

 

이 같은 범죄는 AI 활용 여부에 따라 수익성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였다. J.P모건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AI 도구를 활용한 사기는 건당 평균 320만달러(약 47억)를 탈취해 비AI 사기 대비 4.5배 높은 수익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거래 건수도 9배 많았다. 범죄의 자동화와 분업화가 본격 단계에 접어든 셈이다.

 

범죄의 배후에는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조직적 인프라도 자리 잡고 있다. 캄보디아, 미얀마 국경 지대 등지의 이른바 ‘스캠 컴파운드’에서는 인신매매 피해자들이 강제로 투자 사기와 연애 사기를 수행하는 구조가 확인됐다. 이들 조직은 중국계 자금세탁 네트워크를 통해 가상자산을 세탁하고, 부동산과 명품으로 전환했다.

 

◇노인을 노린 ‘암호화폐 ATM 사기’...가장 재정적으로 치명적

 


가상자산 ATM을 통해 유입된 사기 자금이 동아시아·동남아시아 기반 보증 서비스와 중국계 자금세탁 네트워크(CMLN)로 이동하는 흐름을 나타낸 도표. 자료=체인널리시스
 

FBI 산하 인터넷 범죄 신고 센터(IC3)에 따르면, 2024년 기준 60세 이상 미국인들이 암호화폐 관련 사기로 입은 손실은 약 28억 달러(약 4조)에 달한다. 

 

이는 전체 노년층 피해액 49억 달러(약 7조)의 과반을 차지하며, 암호화폐가 현대 사기 수법의 중심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비트코인 ATM은 사기범들에게 주요한 수단이 되고 있다. 피해 노인들은 사기범의 지시에 따라 현금을 인근 ATM에서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해 특정 지갑 주소로 송금하게 되며, 이는 되돌릴 수 없는 결제 방식으로 사기금 회수를 어렵게 만든다.

 

◇각국 사법당국 대응 강화...사기 관련 비트코인 6만개 압수

 

이에 맞서 각국 사법당국의 대응도 강화됐다. 영국 경찰은 2025년 중국계 대규모 사기 사건과 관련해 비트코인 6만1000개를 압수했다. 

 

이는 단일 사건 기준 세계 최대 규모다. 미국 법무부와 재무부는 캄보디아 기반 범죄 조직 ‘프린스 그룹’과 연계된 자산 150억달러 상당을 동결·몰수 절차에 착수했다. 미국 법무부는 가상자산 추적과 국제 공조를 통해 범죄의 자금줄을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체이널리니스 측은 단속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실시간 이상 거래 탐지, 금융기관과 가상자산 업계의 사전 차단 시스템 구축, 저개발 지역 사법 역량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들은 "AI가 범죄의 무기가 된 만큼, 대응 역시 기술과 국제 협력을 결합한 체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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