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총 “교실 몰래녹음 합법화? 교육 붕괴 불러올 악법… 즉각 철회해야”
▷“감시·불신의 교실 만들 것”… 50만 교원 강력 반발
▷“대법원 판례·헌법 가치 정면 위배… 사적 감청 합법화 우려”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강주호 교총회장 (사진=교총)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학생·교사의 대화를 제3자가 몰래 녹음해도 처벌하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되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교육 붕괴를 초래할 악법”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교총은 관련 상임위와 정부 부처에 공식 의견서를 제출하고, 발의 의원실을 직접 찾아 법안 철회를 촉구했다.
논란이 된 법안은 김예지 의원이 대표 발의한 ‘통신비밀보호법·아동학대처벌법·장애인복지법·노인복지법’ 일부개정안이다. 아동·장애인·노인 등에 ‘학대가 의심될 만한 충분한 사유’가 있을 때, 제3자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상 제3자의 ‘몰래 녹음’을 재판 증거로 인정해 통신비밀보호법의 예외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교총은 이 조항이 헌법 제17·18조가 보장하는 사생활·통신의 비밀을 정면으로 침해하는 위헌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의견서에서 교총은 “사생활의 평온과 인격권을 강조해온 헌법재판소의 기준에도 맞지 않는다”며 “사적 감청을 사실상 합법화하는 조항”이라고 지적했다.
교총은 특히 올해 1월 대법원 판결(2020도1538)을 언급했다. 당시 대법원은 “교실 내 교사의 발언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에 해당한다. 학부모의 몰래 녹음은 명백한 불법이며 증거능력이 없다”고 판결했다. 교총은 “이번 개정안은 사법부가 정립한 원칙을 입법 편의주의로 뒤흔드는 것”이라며 “교실의 특수성과 교육 과정의 맥락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위험한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개정안 문구에 포함된 ‘학대를 의심할 만한 충분한 사유’라는 표현의 모호성도 강한 반발을 불렀다. 교총은 “학부모의 주관적 판단만으로 ‘아이가 평소와 다르다’는 이유로 녹음기를 들려보내는 일이 가능해진다”며 “교실은 일상적인 감시 공간으로 전락하고, 교원은 정상적 생활지도조차 두려워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교총은 특히 특수교육 현장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특수교사들은 돌발행동·자해 예방을 위해 불가피하게 제지하는 과정에서도 학대 혐의로 고초를 겪고 있다”며 “무차별 녹음이 허용되면 특수교육 기피 현상이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 교육부 자료(2025년 5월 13일)에 따르면 교원 대상 아동학대 신고 중 약 70%는 ‘정당한 생활지도’로 판단됐고, 수사 종결 사건 중 95.2%가 ‘불기소·불입건’이었다. 교총은 “무고성 신고가 95%에 달하는 상황에서 녹음까지 합법화하면 악성 민원과 소송이 폭증해 학교 기능이 마비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국회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아동학대 예방은 국가 시스템 강화로 해결해야 할 문제지, 국민을 서로 감시하게 만들 법을 만들어서는 안 된다”며 “신뢰가 사라진 교실에서 교육은 존재할 수 없다. 국회는 즉각 개정안을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교총은 지난 21일 법안 반대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25일부터 국회 앞 릴레이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교총은 “이번 법안은 교실을 불신과 감시의 감옥으로 만드는 것”이라며 “교육현장을 파괴하는 악법은 반드시 막아내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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