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토큰증권은 허용했지만…한은이 경고한 ‘보이지 않는 금융불안’

▷“24시간 거래·재담보화 확산 시 금융시스템 충격 전이 가능성”
▷한은 “CBDC·예금토큰 우선 활용”…스테이블코인은 보완적 접근 시사

입력 : 2026-05-18 13:52
토큰증권은 허용했지만…한은이 경고한 ‘보이지 않는 금융불안’ (일러스트=챗GPT로 생성된 이미지)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자산 토큰화(Tokenization) 시장이 빠르게 커지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토큰증권(STO)의 성장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금융시스템 전반의 새로운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와 금융권이 토큰증권 제도화와 시장 확대에 속도를 내는 상황에서, 한국은행은 거래 효율성 이면에 숨어 있는 유동성 불일치와 레버리지 확대, 플랫폼 집중 리스크 등을 함께 점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한국은행 금융안정국은 최근 발표한 ‘국내외 자산 토큰화 현황 및 향후 정책 과제’를 통해 글로벌 자산 토큰화 시장 현황과 국내 제도 정비 상황, 금융안정 측면의 잠재 리스크를 종합적으로 분석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 토큰화 시장 규모는 올해 3월 말 기준 약 503억7000만달러 수준으로 집계됐다. 시장 규모 자체는 아직 전통 금융시장 대비 작은 수준이지만 성장 속도는 가파르다. 연간 성장률은 2023년 65%, 2024년 93%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69%까지 확대됐다.

 

특히 최근에는 기관투자자 참여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블랙록의 토큰화 MMF(머니마켓펀드) ‘BUIDL’, Circle사의 국채 기반 토큰 ‘USYC’ 등 미국 대형 금융사와 핀테크 기업들이 시장 확대를 주도하고 있다. 미국은 전체 토큰화 시장의 65.2%를 차지하며 압도적인 비중을 기록했다.

 

 

미국 중심으로 확대되는 글로벌 자산 토큰화 시장(그래프=한국은행 BOK이슈노트)

 

◇ “조각투자 넘어 금융 인프라 경쟁”…국내 금융권도 STO 전열 정비

 

국내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다. 현재까지는 부동산·음원저작권·미술품 등을 기반으로 한 조각투자 중심 구조에 머물러 있다. 한국은행은 국내 조각투자 누적 규모를 올해 1월 기준 약 64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음원저작권이 약 4200억원으로 전체의 65.2%를 차지했다.

 

다만 올해 2월 개정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개정안은 분산원장의 법적 효력을 인정하고, 투자계약증권의 유통을 허용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기존에는 조각투자 상품 상당수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한시적으로 운영됐지만, 앞으로는 토큰증권 발행·유통을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금융권 역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증권사들은 토큰증권 발행·유통 플랫폼 구축에 나서고 있고, 은행권은 STO 컨소시엄 참여를 통해 투자자 예치금 관리와 결제 인프라 구축을 준비 중이다.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도 각각 KDX와 NXT컨소시엄을 설립해 조각투자 장외거래소 구축 작업에 착수했다.

 

표면적으로는 단순한 신사업 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자본시장 인프라 구조 자체가 바뀌는 흐름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기존 증권시장은 거래 체결 이후 청산·결제·예탁이 각각 별도의 기관과 시스템을 통해 처리됐다. 반면 토큰화 환경에서는 거래 체결부터 결제, 권리 이전, 사후관리까지 블록체인 네트워크 안에서 통합 처리하는 구조가 가능해진다.

 

한국은행도 보고서에서 “토큰화는 단순한 기술적 변화를 넘어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혁신”이라고 평가했다.

 

 

자산 토큰화의 유용성 (표=한국은행 BOK이슈노트)

◇ “24시간 거래의 그림자”…한은이 주목한 금융불안 가능성

 

다만 한국은행은 토큰화 확대가 새로운 금융안정 리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가장 대표적인 우려는 ‘온체인-오프체인 유동성 불일치’다.

 

토큰화 자산은 블록체인상에서 24시간 거래와 환매가 가능하지만, 실제 기초자산은 여전히 전통 금융시장 거래시간과 결제주기의 영향을 받는다. 시장 충격 발생 시 토큰 가격 급락과 강제 청산이 연쇄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은 특히 스마트계약 기반 자동 청산과 실시간 거래 구조가 결합될 경우 시장 변동성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고 봤다. 투자자 환매 움직임이 실시간으로 공개되면서 군집행동이 강화될 가능성도 거론했다.

 

재담보화(rehypothecation) 문제도 주요 리스크로 지목됐다. 토큰화 자산은 담보 설정과 재사용이 쉽기 때문에 레버리지가 빠르게 확대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가상자산 투자회사 ‘쓰리애로우캐피털(Three Arrows Capital)’ 파산 사례를 언급하며, 재담보화와 고레버리지 구조가 기관 간 상호연계성을 키워 충격을 증폭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플랫폼 해킹이나 스마트계약 오류 같은 기술 리스크도 금융시장 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보고서는 올해 4월 디파이(DeFi) 프로토콜 ‘Kelp DAO’ 해킹 사건 이후 대형 대출 플랫폼에서 약 90억달러 규모 자금 유출이 발생한 사례를 소개했다.

 

 

자산 토큰화의 잠재리스크(인포그래픽=한국은행 BOK이슈노트)

 

 

한국은행은 향후 정책 과제로 △유동성 확보 △가치평가·공시 체계 구축 △상호운용성 확보 △온·오프체인 통합 모니터링 체계 마련 등을 제시했다. 특히 토큰화 자산의 결제수단과 관련해서는 중앙은행 화폐(CBDC)와 은행 예금(예금토큰 포함)을 우선 활용하고, 스테이블코인은 보완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최근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 논의가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은행이 민간 스테이블코인 중심 결제체계에 대해 여전히 신중한 시각을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으로 해석된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