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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큰증권은 법제화, 스테이블코인은 공백…디지털자산 제도 정비 속도전

▷전자증권법·자본시장법 개정으로 분산원장 법적 효력 명문화
▷조각투자·토큰증권 시장 확대에도 가상자산·스테이블코인 입법은 지연
▷금융연구원 “완전한 제도보다 단계적 정비와 샌드박스 병행 필요”

입력 : 2026-05-15 15:34
토큰증권은 법제화, 스테이블코인은 공백…디지털자산 제도 정비 속도전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디지털자산 시장이 실험 단계를 넘어 제도권 진입의 갈림길에 섰다. 토큰증권과 조각투자는 법 개정으로 제도적 기반을 확보했지만,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 예금토큰 등 디지털 지급수단은 여전히 규제 공백 속에 머물러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2026년 2월 개정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은 주식·사채 등 전자등록과 관리에 분산원장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 투자계약증권과 조각투자 증권처럼 기존 금융상품 체계에 완전히 들어맞지 않던 비정형 증권도 다수 투자자 사이에서 거래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갖췄다.

 

◇분산원장 법제화, 토큰증권 시장 문 열었다

 

이번 법 개정의 핵심은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의 법적 효력을 명확히 한 점이다. 그동안 분산원장은 가상자산 거래에 널리 쓰였지만, 제도권 금융 인프라로 인정받는 데 한계가 있었다. 개정 전자증권법은 분산원장과 연계장부를 전자등록계좌부로 인정하고, 해당 계좌부에 전자등록된 권리자가 적법한 권리를 가진 것으로 추정하는 효과를 부여했다.

 

토큰증권법은 2027년 2월 시행될 예정이다. 금융당국은 민관 합동 토큰증권 협의체를 구성해 금융 표준과 세부 제도 설계를 추진하고 있다. 제도화가 이뤄지면 부동산, 미술품, 음악 저작권, 한우, 항공기 엔진, 대출채권 등 다양한 기초자산을 쪼개 투자하는 조각투자 시장이 더 넓어질 수 있다.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026년 2월 개정된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은 제도권 밖의 기술적 영역에 놓여 있던 블록체인 기반 분산원장의 법률적 효력 근거를 명문화했다는 점에서 큰 도약”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제도적·기술적 구현 가능성과 별개로 규제 부담과 실용화 비용을 감안한 활용 가능성, 지속 가능한 경제적 수익성 확보도 중요하게 고려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조각투자 확산, 새 시장 열었지만 수익성은 숙제

 

조각투자 시장은 이미 규제샌드박스를 통해 성장해 왔다. 음악 저작권과 부동산 유동화에서 시작된 투자 구조는 미술품, 한우, 대출채권, 항공기 엔진 등으로 넓어졌다. 기존 금융기관의 중개 기능을 줄이고 거래 비용을 낮추려는 시도가 토큰증권 논의와 맞물리면서 시장의 관심도 커졌다.

 

금융업계에서는 제도화 자체를 긍정적으로 보면서도 사업성 검증이 필요하다는 시각이 많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토큰증권은 발행과 유통 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실제 투자자 수요와 유동성이 따라오지 않으면 시장이 빠르게 커지기 어렵다”며 “법적 근거 마련 이후에는 상품 설계, 투자자 보호, 거래 인프라의 완성도가 경쟁력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해외에서는 전통 금융자산의 토큰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블랙록은 미국 국채 펀드 지분을 토큰화한 상품을 내놨고, 홍콩은 토큰화 채권 발행과 디지털화폐 결제 실험을 추진했다. 국내 시장도 토큰증권 법제화에 머물 경우 글로벌 디지털 금융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스테이블코인·예금토큰 제도화도 미룰 수 없다

 

문제는 제도화 속도의 불균형이다. 토큰증권은 자본시장법 틀 안에서 제도권 진입이 가시화됐지만, 가상자산과 스테이블코인은 아직 규제 체계가 분명하지 않다.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제정 이후 발행, 영업행위, 자율규제 등 후속 입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지만, 관련 법안은 뚜렷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논의는 더 복잡하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되는 디지털 지급수단이다. 디지털자산 생태계에서 결제와 송금 기능을 수행할 수 있지만 금융 안정, 소비자 보호, 자금세탁, 외환관리, 통화정책 집행력과 직결된다.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밖에서 확산되면 감독 사각지대에 놓인 그림자 결제망이 커질 수 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새로운 유형의 디지털자산 및 거래플랫폼과 함께 디지털 생태계에서 핵심적인 지급결제 기능을 수행할 스테이블코인, CBDC, 예금토큰 등 새로운 지급결제수단에 대한 제도화도 서두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CBDC와 예금토큰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은행 예금을 토큰화해 지급·이체에 활용하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이다. 정부는 국고보조금 지급과 정산에 예금토큰을 활용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 디지털자산 거래가 늘어날수록 이를 뒷받침할 결제 인프라의 중요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완성형 규제보다 단계적 정비 필요

 

금융연구원은 제도 정비의 방향으로 단계적 접근을 제시했다. 처음부터 완전한 규제 체계를 만들려 하기보다 핵심 원칙을 먼저 세우고, 기술과 시장 변화에 맞춰 리스크를 관리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처음부터 완전한 제도를 추구하기보다 핵심 원칙을 제시하고, 기술과 시장의 발전 상황을 고려해 새로운 불확실성과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한 단계적 제도 정비를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샌드박스의 역할도 계속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토큰증권 제도화 이후에도 새로운 사업모델이 시장에서 검증될 수 있는 예외적 실험 공간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지나치게 획일적인 기술 표준은 투자자 보호 장치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서 쓰이는 퍼블릭 블록체인 활용을 제한해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낮출 수 있다.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디지털자산 제도화는 규제를 강하게 하느냐 약하게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며 “투자자 보호와 금융 안정이라는 최소 기준을 세우되, 기업이 실제 사업모델을 실험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야 한다”고 말했다.

 

디지털자산 제도 정비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시장은 이미 토큰증권, 조각투자, 스테이블코인, 예금토큰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제도가 늦으면 시장은 규제 밖에서 자란다. 반대로 제도가 지나치게 앞서가면 기술과 사업모델을 낡은 틀에 가둘 수 있다. 필요한 것은 완성된 정답이 아니라 작동 가능한 원칙이다. 금융 안정과 혁신을 함께 붙잡는 정교한 설계가 디지털자산 시장의 다음 경쟁력을 가를 전망이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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