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KDI, 올해 성장률 2.5%로 올렸지만…반도체가 가린 ‘비대칭 회복’

▷반도체 수출 호조에 2026년 성장률 2.5% 전망…경상수지 2,400억달러 흑자 ‘이례적’
▷중동전쟁은 성장률 0.5%p 낮추는 요인…추경 효과는 0.2%p로 추정
▷물가 2.7%·근원물가 2.5% 전망…KDI “경기부양보다 물가 대응·지출 효율화 필요”

입력 : 2026-05-13 12:12
KDI, 올해 성장률 2.5%로 올렸지만…반도체가 가린 ‘비대칭 회복’ 13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이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사진=연합)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5%로 대폭 끌어올렸다. 반도체 수출 호조와 내수 개선세가 맞물리면서 경기 흐름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이번 전망의 핵심은 단순한 ‘성장률 상향’이 아니다. 반도체가 성장률과 경상수지를 강하게 끌어올리는 동안,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물가 압력, 건설투자 부진, 소비심리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는 ‘비대칭 회복’의 성격이 짙어지고 있다.

 

KDI는 13일 발표한 ‘2026년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2.5%로 전망했다. 내년 성장률은 1.7%로 제시했다. 올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수준으로, KDI는 이를 경기 확장 국면으로 해석했다. 올해 상반기 성장률은 3.1%, 하반기는 1.9%로 전망됐지만, 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브리핑에서 “전년동기대비 기준의 기저효과가 반영된 것”이라며 “하반기 흐름이 나빠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1/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로 전기대비 1.7% 증가하였으며, 전년동기대비로도 전분기(1.6%)보다 높은 3.6%의 증가율을 기록했다.(그래프=KDI)

 

성장률 전망을 끌어올린 가장 큰 요인은 반도체다. KDI는 올해 수출이 반도체 호조세에 힘입어 4.6% 증가하고, 내년에도 2.2%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설비투자 역시 반도체 부문의 높은 투자 수요를 반영해 올해 3.3%, 내년 2.4% 증가할 것으로 봤다. 

 

반도체 가격 급등은 수출 물량 증가와 맞물려 경상수지도 이례적으로 키우고 있다. KDI는 올해 경상수지 흑자를 2,390억달러, 내년에는 2,137억달러로 전망했다. 상품수지만 놓고 보면 올해 2,507억달러, 내년 2,305억달러 흑자가 예상된다. 

 

정 부장은 브리핑에서 “오늘 말씀드리는 숫자 중 가장 이례적인 숫자가 경상수지일 것”이라며 “반도체 가격이 많이 올라간 부분이 경상수지에 반영된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에는 한 분기에 250억달러, 연간으로 1,000억달러 정도 되는 수준이었는데 1분기를 계절조정해 보면 거의 800억달러로 두 배 이상 늘어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성장률은 올랐지만, 회복의 중심은 좁다

 

이번 전망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KDI가 성장률을 끌어올리면서도 경기 판단을 낙관 일변도로 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정 부장은 성장률 전망 상향에 대해 “중동전쟁의 부정적인 영향보다 반도체 수출의 긍정적인 영향이 더 컸다”고 설명했다. 특히 기존 전망보다 올해 성장률을 끌어올린 부분에서 반도체의 기여가 “0.3%p보다 상당 폭 더 클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중동전쟁은 올해 성장률을 약 0.5%p 낮추는 요인으로, 추가경정예산은 약 0.2%p 높이는 요인으로 추정했다. 

 

이는 올해 성장률 2.5%가 경제 전반의 고른 회복이라기보다, 반도체라는 특정 부문의 강한 상승세가 중동전쟁 충격을 상쇄하고도 남은 결과라는 뜻이다. 성장률 숫자만 보면 경기 회복세가 선명해 보이지만, 그 내부에서는 업종별 온도 차가 뚜렷하다.

 

실제 KDI는 내수가 회복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중동전쟁으로 하방 위험이 확대됐다고 진단했다. 소비는 소득 개선과 정부 지원 정책에 힘입어 올해 2.2%, 내년 1.5%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4월 소비자심리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KDI는 이를 실제 소비가 곧바로 위축된다는 신호라기보다, 향후 소비 하방 위험이 커졌다는 지표로 해석했다.


중동 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으로 생산 비용이 빠르게 증가한 가운데, 4월 소 비자심리지수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그래프=KDI) 
 

건설투자도 회복세가 제한적이다. KDI는 올해 건설투자가 0.1% 증가하는 데 그치고, 내년에도 1.1% 증가할 것으로 봤다. 중동전쟁에 따른 유가 상승과 원자재 비용 부담이 공사비를 끌어올리면서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건설 수주는 일부 개선되고 있지만 착공으로의 연결이 원활하지 않고, 건축 부문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고용도 성장률만큼 강하게 반응하지 않을 전망이다. KDI는 올해와 내년 취업자 수 증가 폭을 각각 17만명으로 예상했다. 성장률 전망은 크게 올랐지만 취업자 수 전망이 크게 변하지 않은 것은 성장을 이끄는 주력 부문이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정 부장은 “반도체는 고용을 아주 많이 늘리는 섹터는 아니다”라며 “그 부분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결국 올해 경제 흐름은 ‘반도체가 이끄는 확장’에 가깝다. 반도체는 수출, 설비투자, 경상수지, 자산가격, 민간소비 심리에까지 긍정적인 파급을 주고 있지만, 그 효과가 고용과 내수 전반으로 균등하게 확산되는 구조는 아니다. 이 점이 다른 성장 국면과 구분되는 핵심이다.

 

◇ 경상수지 2,400억달러의 의미…“많이 벌었지만 다 쓰지는 않는 경제”

 

경상수지 전망도 단순히 ‘수출 호조’로만 보기 어렵다. KDI가 올해 2,400억달러에 가까운 경상수지 흑자를 제시한 것은 반도체 가격 급등에 따른 소득 효과가 매우 크다는 뜻이다. 국내총소득(GDI)도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으로 1분기 전년동기대비 12.3% 증가했다. GDP 성장률보다 국민소득 지표가 훨씬 크게 뛴 셈이다.

 

정 부장은 경상수지 흑자의 의미를 “소득에서 지출을 뺀 것”으로 설명했다. 그는 “지금 소득이 상당히 많이 늘어난 것이고, 이것을 올해 다 쓰지는 않고 일부를 저축한다는 의미”라며 “미래를 대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수치로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대목은 올해 경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하다. 반도체 가격 상승은 기업 수익과 수출금액을 크게 늘리지만, 그 소득이 곧바로 가계 소비나 전 산업 투자로 전환되는 것은 아니다.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는 국가 전체로 보면 대외 건전성을 높이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국내 소비와 투자로 흡수되지 못한 소득이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반도체 호황이 일부 기업과 산업에 집중될 경우, 경상수지 흑자와 주가 상승은 확대되지만 내수 업종과 고용 취약 부문은 상대적으로 회복을 체감하지 못할 수 있다. KDI가 이번 전망에서 성장률보다 물가, 기대인플레이션, 재정지출 효율화, 구조개혁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 물가가 다시 정책의 중심으로…“경기부양 필요성 크지 않다”

 

성장률 상향에도 정책 환경은 오히려 더 까다로워졌다. KDI는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2.7%, 근원물가 상승률을 2.5%로 전망했다. 내년에는 국제유가 하락을 전제로 소비자물가 2.2%, 근원물가 2.3%로 상승 폭이 일부 낮아질 것으로 봤다. 하지만 근원물가가 물가안정목표인 2%를 웃도는 흐름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KDI는 통화정책에 대해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해질 가능성에 대비해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소비 개선으로 수요 측 물가 압력이 누적되는 가운데, 국제유가 상승으로 공급 측 물가 압력도 커졌다는 판단이다. 특히 중동전쟁 이전에도 근원물가가 2%를 소폭 웃도는 흐름을 보였고, 최근 기대인플레이션도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주목했다. 

 

정 부장은 브리핑에서 “고물가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상황으로 간다면 금리 인상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그것이 5월일지, 하반기에 실제 그런 현상이 나타날지는 지금의 불확실성하에서는 확정적으로 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재정정책에 대해서도 KDI는 경기부양보다 지출 효율화에 무게를 뒀다. KDI는 재정정책이 잠재성장률 제고와 소득 취약계층 지원을 중심으로 운용돼야 하며, 기초연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등 의무지출 구조도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따르면 기초연금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년에 100조원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KDI는 기초연금을 취약 노령층에 집중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학령인구에 연동되도록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 부장은 추가 재정 확대와 관련해서도 “중동전쟁이 어느 정도 누그러진다면 경기 부양을 위한 확장 재정은 크게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경기 부양이 아닌 구조개혁이나 잠재성장률 제고를 위한 지출은 중장기 관점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KDI 전망이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한국 경제는 올해 예상보다 높은 성장률을 기록할 가능성이 커졌지만, 그 회복은 반도체에 크게 기대고 있다. 반도체가 수출과 경상수지, 설비투자를 끌어올리는 동안 유가 상승은 물가와 금리, 건설비, 소비심리를 압박하고 있다. 성장률만 보면 경기 확장 국면이지만, 산업별로는 호황과 부담이 동시에 커지는 구조다.

 

따라서 올해 경제정책의 초점은 단순한 경기부양이 아니라 회복의 질을 관리하는 데 맞춰질 필요가 있다. 반도체 호황이 만들어낸 소득과 투자 여력을 어떻게 경제 전반의 생산성 개선으로 연결할 것인지, 에너지 비용과 고금리 부담이 집중되는 취약 부문을 어떻게 완충할 것인지가 관건이다. 성장률 2.5%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그 성장의 기반이 얼마나 넓고 지속 가능한가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