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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도 병원도 멀다”…경기도 농촌 99%, 이미 ‘생활 사막’에 갇혀

▷도시보다 최대 6배 먼 거리, 병원·마트 접근조차 일상이 아닌 현실
▷‘황금마차’ 바우처부터 자율주행 모빌리티까지…경기도식 해법은?

입력 : 2026.01.08 12:57 수정 : 2026.01.08 13:10
“마트도 병원도 멀다”…경기도 농촌 99%, 이미 ‘생활 사막’에 갇혀 경기도 사막화 지역 분포도(그래픽=경기연구원)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인구 1,400만 명을 앞두며 대한민국 성장의 중심지로 불리는 경기도 안에, 기본적인 일상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생활 사막’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사막화의 원인은 기후가 아니라 ‘접근성’이다. 집 근처에 마트도, 병원도, 대중교통도 없는 지역이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경기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 ‘우리 동네가 사막이 되어간다’에 따르면, 경기도 내 농촌지역의 99%가 기초생활시설 접근이 극히 어려운 ‘사막화 지역’으로 분류됐다. 도시 지역의 사막화 비율이 31%인 것과 비교하면 격차는 압도적이다.

 

◇ 병원 한 번 가려면 도시의 6배…‘거리의 폭력’

 

보고서는 단순한 시설 수 부족을 넘어, 실제 주민들이 감내해야 하는 이동 부담이 삶의 질을 직접적으로 훼손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농촌 주민이 종합병원 한 곳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해야 하는 면적은 도시의 약 11배, 대형마트 등 대규모 점포는 13배에 달한다. 이동 시간은 도시보다 2~3배, 이동 거리는 최대 6배 이상 길다.

 

이 격차는 대중교통 인프라에서 더욱 선명해진다. 도시와 비교할 때 농촌지역의 도로 공급은 8~9배, 시내버스는 최대 15배, 지하철은 무려 50배 가까운 차이를 보인다. 차량이 없는 고령층이나 교통약자에게 이는 곧 ‘이동 불가능’과 다름없다. 아파도 병원에 갈 수 없고, 신선한 식재료를 구하는 것조차 큰 결심이 필요한 일상이 된다.

 

 

경기도 기초생활시설 평균 접근시간과 거리(그래프=경기연구원)

 

◇ “사막화는 이제 사회적 현상”

 

경기연구원은 이 문제를 단순한 교통·시설 격차가 아닌 복합적 사회 문제로 규정한다. 물리적 거리뿐 아니라 소득 수준, 디지털 활용 능력에 따라 생활 접근성 격차가 중첩되며 ‘이중·삼중의 소외’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스마트폰 앱 기반의 예약·결제·상담 시스템은 젊은 세대에겐 편리하지만, 고령층에게는 또 하나의 장벽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사막화는 공간 문제를 넘어 디지털 소외, 경제적 취약성까지 포괄하는 구조로 확장되고 있다.

 

◇ 단기 처방 ‘황금마차’, 장기 해법은 ‘이동하는 오아시스’

 

연구원은 대응 전략을 단기와 장기로 나눴다. 단기적으로는 식품·의료·교통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전용 바우처를 도입해 긴급한 생활 공백을 메워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포천시의 ‘황금마차’처럼 생필품을 싣고 마을을 직접 찾아가는 이동형 서비스에 바우처를 결합하면 즉각적인 효과를 낼 수 있다는 평가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 멀티 모빌리티’가 해법으로 제시됐다. 단순히 사람을 이동시키는 교통수단이 아니라, 한 대의 차량 안에서 장보기, 원격진료, 행정 민원, 돌봄 서비스까지 해결하는 이른바 '사막의 오아시스'와 같은 '만능 이동 수단'이다. 여기에 AI 상담원이 연계된 전화·앱 기반 플랫폼이 더해지면,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주민도 접근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구상이다.

 

구동균 경기연구원 연구위원은 “사막화는 이제 도로를 얼마나 더 놓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누가 일상에 접근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며 “유무형 서비스를 통합하는 플랫폼 전략을 통해 경기도 전역을 생활 서비스가 순환하는 ‘디지털 녹지’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장의 상징이던 경기도 안에서 확산되는 생활 사막화. 이 문제를 방치한다면 지역 격차는 곧 삶의 격차로 고착될 수밖에 없다. ‘찾아가는 오아시스’ 실험이 단순한 정책 아이디어를 넘어, 지속 가능한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영진 사진
김영진 기자  jean@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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