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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회생 절차 마쳐도 금융거래 막혀...현대판 '연좌제' 떠올라"

▷조붕구 전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 회장 인터뷰
▷채무 종결된 채권 제시하며 재추심 압박
▷낙인에 따른 배제...국가 미래경쟁력 갉아 먹어
▷기업회생 기업체 및 경영자 신용사면 제도 필요

입력 : 2025.09.25 15:42 수정 : 2025.09.25 15:57
[인터뷰] "회생 절차 마쳐도 금융거래 막혀...현대판 '연좌제' 떠올라" 조붕구 전(前)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 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LC타워 6층 안에서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한번의 실수로 낙인이 찍혀 재기의 기회를 박탈하는 현행 구조를 보면서 현대판 연좌제를 떠올렸다"

 

조붕구 전(前) 한국기업회생지원협회 회장은 기업회생절차를 마무리 한 우리나라 기업이 처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다. 법원의 회생절차를 통해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상황을 마무리 했지만 '기업회생체'라는 낙인으로 각종 금융거래와 정책자금 지원에서 배제되고 있어서다. 그는 "금융공공기관 및 신용평가사 데이터베이스(DB)에 여전히 '회생기업' 기록이 삭제되지 않고 남아 정상 기업임에도 신용상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신용사면이란 특정 기한 내 연체가 발생했지만 이후 전액 상환을 완료한 채무자를 대상으로 연체 기록을 삭제해 주는 제도다. 개인 채무자가 빚을 갚고도 금융거래가 차단되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도입됐다. 그러나 개인회생을 완료한 업체들과 경영자들은 사정이 다르다. 이들은 여전히 낙인이 찍힌 채 금융거래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러다보니 이들은 시장에서 고립되며 다시 부실로 몰릴 위험에 노출 된 상황이다. 이에 위즈경제는 조 전 회장을 만나 신용사면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인 기업회생업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기업회생절차 마쳤지만...재기 기획 박탈당해

 

조 전 회장은 기업회생절차를 마친 기업들이 재기의 기회를 박탈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가 겪은 경험담을 사례로 제시했다. 그는 한때 잘나가던 수출기업인 코막중공업의 대표였다. 회사확장을 준비하던 2007년 (KIKO, 환헤지 통화옵션상품)에 가입했다가 손실이나며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조 전 회장은 부동산 매각 등 각종 노력을 기울여 결국 회생관리의 졸업(절차적 종료)을 마쳤다. 

 

하지만 시련은 끝나지 않았다. 신용보증기관에서 모든 채무변제를 완료해야 한다며 보증을 거부한 것이다. 은행도 과거 이력을 토대로 대출을 꺼리며 자금 조달이 어려워졌다. 이에따라 어렵게 따낸 사업 기회도 번번히 무산됐다. 이후에도 수차례 신용보증기관 문을 두드렸지만 돌아온 답변온 모든 채무변제를 완료해야 보증이 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입장 뿐이였다. 그는 "사업을 통해 수익을 내야 빚을 갚을 수 있는데 지금은 금융 거래가 막혀 사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먼저 모든 채무를 갚으라고 요구하는 건 사실상 다시는 일어설 기회를 주지 않겠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낙인에 따른 배제..."국가 미래경쟁력 갉아 먹어"

 

조 전 회장은 기업회생자에 대한 낙인에 따른 경제활동 배제는 국가경제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고 했다. 성장 가능성이 큰 기업이 한 번의 실패로 무너질 수 있는 구조여서다. 기업이 투자와 실패를 거듭해야 신기술을 발굴하고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현재 구조에서는 거듭된 도전을 통해 쌓은 노하우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채 기업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사회적 자산을 제대로 활용 못하는 것은 국가미래 경쟁력을 갉아먹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법정관리 절차를 마친 기업들에게 금융지원을 해줘야 한다는 게 조 전 회장의 견해다. 재기를 위해 나선 기업인에게 신용보증을 제공해 자금을 융통하는 기회를 줘야한다는 것이다. 금융공공기관이 내부 규정을 이유로 보증을 거부할 경우 강력한 책임을 묻게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한 사회제도적 보완책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법원의 회생절차를 마친 기업에 대해 일정한 심사 기준을 마련해 신용사면을 부여하고 신용평가 데이터베이스(DB)에서 '회생기업'이라는 낙인을 삭제함으로써 정상적인 금융거래와 정책자금 접근을 보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관용을 품은 성숙한 자본주의 사회로 나아가야"

 

조 전 회장은 사회적 보완책이 마련되면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제도적 지원책이 마련되면 창업가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다"면서 "이는 재창업 붐으로 이어져 새로운 유니콘 기업이 형성되고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끝으로 "성숙한 자본주의 사회라면 과거의 실패를 낙인찍기보다는 관용과 재기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며 "과거 노비문서를 다루듯 신용불량자를 관리하고, 금융기관과 사채업자들이 신용을 떨어뜨려 모든 기회를 박탈하는 것은 잘못된 제도적 관행"이라고 일침했다.

 

조 전 회장의 휴대전화는 인터뷰 내내 계속해서 울렸다. 대부분 해외 사업과 관련된 연락이었다. 오랜 사업 경험을 토대로 축적된 노하우가 사업 수완으로 전환돼 빛을 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의 표정은 마냥 좋지 않았다. 제때 금융지원을 받았더라면 펼쳐졌을 미래와 그러지 못한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머릿속을 스치고 있는 듯했다.

 

 

조 전 회장의 휴대전화 화면. 해외 사업과 관련된 연락이 인터뷰 내내 이어졌다. 사진=위즈경제

 

★신용사면제도

용사면제도란, 연체 채무자가 채무 원리금을 전액 상환했을 경우, 기존의 연체 기록을 신용정보에서 즉시 삭제해주는 제도다. 이 제도는 2025년 9월 30일부터 시행되며, 대상은 2020년 1월 1일부터 2025년 8월 31일 사이에 발생한 5천만 원 이하의 연체 채무다. 아직 상환을 완료하지 못한 52만 명도 올해 연말까지 채무를 모두 갚으면 동일한 혜택을 받게 된다. 이러한 광범위한 적용은 신용 회복이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전체의 금융 포용성과도 직결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정부와 금융당국은 이번 제도를 통해 연체자의 사회 복귀를 촉진하고, 금융 시스템 전반의 건전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기업회생제도

재정적으로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법원의 감독 하에 채무를 조정하고 사업을 지속하여 재건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다. 법원이 사업을 계속하는 것이 청산보다 더 큰 가치를 창출한다고 판단될 때 회생계획안을 인가하여, 채권자의 개별적인 권리 행사를 금지하고 채무자의 경영 정상화를 도모한다. 이 제도는 기업의 존속과 채무 변제를 목적으로 하며, 파산과는 달리 기업의 경제적 가치를 보전하고 재건을 꾀하는 데 중점을 둔다.

 

 
류으뜸 사진
류으뜸 기자  awesome@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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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선택권을 줘야합니다 공산당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밀어부치는 섣부른 정책 다시 검토해야합니다.

2

탈시설 지원법은 악법이며 폐기 되어야만 합니다. 부모회는 자립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무조건적 탈시설 보다는 자립을 원하면 자립 지원을 해주고 시설을 원하면 입소 지원을 해달라는 것입니다.

3

탈시설은 자립의 유일한 길이 아닙니다. 중증장애인에게는 선택권과 안전한 돌봄이 먼저 보장돼야 합니다. 정부는 현실에 맞는 복지 다양성을 마련해야 합니다.

4

다양한 삶의 방식 앞에 놓이는 단일 선택은 폭력입니다. 각자의 삶에 맞는 환경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합니다.

5

탈시설 지원법은 중증장애인들을 사지로 내모는 악법이다. 다양한 시설과 시설의 처우개선은 뒤로 한체 시설에 있는 장애인들은 생존권까지 무시한 폐쇄에만 목적을 둔 이권사업으로써 탈시설 지원법은 폐기 시켜야 합니다.

6

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냐가 토론의 장이되야한다는 말씀 공감하며 중증발달장애인의 또다른 자립주택의 허상을 깨닫고 안전한 거주시설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추구하여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할수있도록 거주시설어 선진화에 힘을 쏟을때라 생각합니다 충분한 돌봄이 가능하도록 돌봄인력충원과 시설선진화에 국가에서는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합니다

7

탈시설 정책을 시작한 복지 선진국에서의 주요 대상자는 정신장애인과 지체장애인이다. 거주시설은 중증장애인들이 부모사후 인권을 보장받으며 살아갈 제 2의집 장애인들의 마지막 보루다! 마땅리 존치되어야한다. 정부는 장애인들의 권리를 획일적인 자립정책으로 박탈하지말고 거주시설을 더더욱 늘리는 정책을 펼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