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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Zoom-in] 서울은 14억 돌파, 지방은 거래 ‘올스톱’…부동산 양극화 심화

▷ 강남엔 ‘똘똘한 한 채’ 몰리고, 지방은 매수자 실종
▷ 농지취득심사·양도세 부담에 외지인도 발길 끊어
▷ “수입 0원, 폐업 직전”…벼랑 끝에 놓인 공인중개사

입력 : 2025.08.07 14:00 수정 : 2025.08.07 14:02
[지역 Zoom-in] 서울은 14억 돌파, 지방은 거래 ‘올스톱’…부동산 양극화 심화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위즈경제] 이수아 기자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더 이상 통계 수치에만 머물지 않고, 국민 일상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주거, 일자리, 교육, 의료 등 핵심 인프라의 수도권 집중은 지방 인구 유출과 경제 침체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국가의 균형 발전과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과제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위즈경제 [지역 Zoom-In]은 단순한 지역 현황 보도를 넘어, 지방소멸이라는 구조적 문제 속에서 지역 주민의 삶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청년 인구 유출, 부동산 침체 등 다양한 사례를 통해 단순히 정책이나 통계로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역 주민의 삶을 구체적이고 현장감 있게 조명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대한민국 지방 부동산 시장이 심각한 ‘거래 절벽’에 빠졌다. 단순한 가격 하락을 넘어 청년층 이탈, 고령화, 농지 매입 규제 등 복합적 요인으로 수요가 사라지며 부동산은 더 이상 ‘자산’이 아닌 ‘짐’으로 전락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방 공인중개업소들조차 줄폐업 위기에 놓이며, 지역 경제의 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근본적인 정책 변화와 제도 개선 없이는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북 의성의 한 공인중개업소 대표는 “10만 원에 거래되던 농지를 6만 원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한 달에 거래가 한 건이라도 이뤄지면 다행”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청년층 유출로 인해 인구 고령화가 심화됐고, 젊은 층의 유입은 거의 없다”며, 특히 외지인이 토지를 매입하려면 ‘농지취득자격증명’을 받아야 하는데, 심사 과정에서 통과하지 못해 번번이 무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동네 주민 간 직거래에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가격이나 요구 조건이 맞지 않아 거래 자체가 성사되지 않는 실정이다. 그는 “최근엔 거래가 거의 전무해 문을 닫는 중개업소가 속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폐업한 부동산 중개사무소 (사진=연합뉴스)

 

전남 고흥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한 공인중개사 김모 씨는 “작년부터 거래 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가격을 내려도 수요가 없어 거래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르신들이 병원비라도 마련하기 위해 땅을 팔려 해도 매수자가 없다”며, 거래 위축의 주된 원인으로 농지 거래 제한과 양도소득세 부담을 꼽았다.


강원 태백은 더욱 심각하다. 부동산 중개업자인 구모 씨는 “2025년 들어 지금까지 단 한 건의 거래도 성사되지 않았다”“수입이 전혀 없어 임대료조차 감당하지 못해 빚만 지는 상황”이라고 호소했다.


그는 “3,000만 원에 매입한 집을 1,500만 원에 손해 보고 팔고 떠나는 사람도 있다”“운영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공통적으로 확인되는 가장 큰 문제는 ‘수요의 실종’이다. 현장의 중개업자들은 “젊은 층은 떠났고, 귀농 인구도 없다”며 입을 모은다. 반면 서울은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며 수도권과 지방 간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 14억 원 돌파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매달 꾸준히 상승하며 지방과 뚜렷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지난 7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1.28% 상승해 2008년 집계이후 처음으로 14억 원을 돌파했다.

 

 

(그래픽=KB 부동산)

 

KB국민은행의 7월 전국 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 3,545만 원이었고, 수도권은 7억 8,979만 원이었다. 수도권은 전월(0.47%)보다 소폭 상승한 0.5%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5대 광역시는 -0.14% 하락했다. 울산(0.19%)만 상승했고, 부산(-0.18%), 대구(-0.20%), 광주(-0.16%), 대전(-0.14%)은 하락했다. 전월(-0.24%)보다는 하락폭이 다소 줄었다.

 

기타 지방의 경우 전북(0.15%), 충북(0.05%)은 소폭 상승했지만, 강원(-0.08%), 충남(-0.05%), 전남(-0.12%), 경북(-0.10%), 경남(-0.08%)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강남 ‘똘똘한 한 채’ 쏠림과 지방 투자 심리 붕괴

정택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부장은 “현재 조세 구조와 투자 심리가 지방 수요 붕괴를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투자자들은 부동산을 주거 공간이 아닌 투자 수단으로 보기 때문에, 가치 상승 가능성이 높은 곳에만 투자하려는 ‘똘똘한 한 채’ 심리가 강해졌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아파트 (사진=클립아트코리아)

또한 “지방에 저렴한 주택을 여러 채를 보유한 다주택자보다 강남의 20억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한 1주택자가 오히려 더 큰 세제 혜택을 받는 역설적인 구조”라고 지적하며, “이러한 세제 혜택이 강남 쏠림 현상을 촉진하고, 지방 부동산 시장을 더욱 침체시키는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정 부장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주택 수가 아닌 전체 자산 가치를 기준으로 세금을 부과하는 방향으로 조세 체계를 개편해야 한다”며, “예컨대 저가 주택 여러 채를 보유한 경우 총자산이 10억 원을 넘지 않으면 세금을 완화하고, 반대로 20억 원 이상의 고가 주택에 대해서는 세율을 높이는 방식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그는 “정부가 주택 가격 안정이라는 일관성을 가지고 금융·조세·부동산 공급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야 한다”“주택을 투기의 대상이 아닌 거주 공간으로 보는 사회 인식 변화와 정책 설계가 동반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인구 구조 변화와 경직된 규제, 지방 거래 절벽의 본질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한국부동산경영학회장)는 지방 부동산 거래 절벽 현상이 단순한 가격 문제가 아니라, 인구 구조 변화와 경직된 제도의 유연성 부족으로 기인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지방은 인구와 가구 수 자체가 줄어들며 주택 수요가 근본적으로 사라진 상태”라며, “전면적 완화가 아닌 읍·면·동 단위로 1가구 1주택’ 규제를 완화하는 등 제한적이고 선별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농지취득자격증명’의 규제 완화 필요성을 주장했다. “지역 소멸 위기 속에서 도시 자본이 농촌에 유입돼 스마트 농업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농업의 스마트화와 대규모화를 통해 지방 경제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화려한 도시와 대비되는 시골 마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중개업자 생계 위협하는 거래 절벽

신광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책임연구원은 “지방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단지 가격 문제가 아니라 중개업자의 생존이 걸린 문제”라며 경고했다. 그는 “현재 중개업계는 심각한 거래 부진을 겪고 있으며, 다수의 공인중개사가 소득 없이 폐업 위기에 놓였다”고 전했다. 

신 연구원은 “거래는 줄고, 중개사는 늘어난 탓에 수입이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중개업소를 위한 무이자 대출이나 임대료 일부 지원 등 최소한의 운영을 돕는 제도적 지원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거래 절벽 해소를 위해 세금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방 부동산 활성화를 위해서는 양도소득세 일시 감면이나 대출 완화 등 실질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보유세는 유지하되 거래 비용은 낮춰 시장의 유동성을 살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방 부동산 시장의 위기는 단순한 부동산 가격 하락을 넘어 인구 구조 변화, 경직된 규제, 불균형한 세제 구조가 얽힌 복합적 문제다. 이제 정부와 지자체는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거주 공간’으로서의 주택 가치를 회복하는 지속 가능한 지방 활성화 정책 설계를 서둘러야 한다.

동시에 거래를 활성화하기 위해 농지 규제 완화, 세제 개편, 중개업소 생존 지원 등 거래를 실질적으로 살릴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지방의 미래를 위해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해법을 모색할 시점이다.
 
이수아 사진
이수아 기자  lovepoem430@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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