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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그늘] ①고투몰, 유동인구는 북적이는데…텅 빈 매장과 높아진 대부료

▷”세일중에도 손님은 줄었다”…관광특구 현장 상인의 그늘진 얼굴
▷서울시 공유재산 ‘고투몰’…대부료 폭등에 상인은 등 터진다

입력 : 2025.08.05 16:30 수정 : 2025.08.05 17:04
[도시그늘] ①고투몰, 유동인구는 북적이는데…텅 빈 매장과 높아진 대부료 고속버스터미널역 지하상가 고투몰의 점포 문이 닫혀있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전희수 기자 = 서울 지하철 하루 평균 이용객은 약 660만 명. 도시의 혈관처럼 연결된 지하철역 안, 수많은 사람들이 스쳐 지나가는 지하상가. 겉으로는 유동인구가 풍부해 보이지만, 그 안에서 생계를 이어가는 상인들은 매출 감소와 임대료 부담에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위즈경제는 [도시 그늘] 연재를 통해 겉으로는 보이지 않는 도시의 불균형과 생활경제의 그늘을 따라가 봅니다. 이 시리즈는 단순한 공간의 풍경 기록을 넘어, 도시 안에서 점점 더 밀려나는 삶의 자리, 그리고 그 삶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조명합니다. 더불어 단절된 공간 너머의 시민들과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고민하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오후 6, 3호선·7호선·9호선 세 개의 지하철 노선이 지나는 고속버스터미널역과 지하상가는 유동인구로 붐볐다

 

고속터미널 지하상가(고투몰) 곳곳에는 전 품목 세일’, ‘정리 세일이라는 문구를 내건 상점들이 가격 할인으로 손님을 끌고 있었다.

 

그러나 오후 7시가 되자 지하상가 양끝부터 셔터를 내리는 점포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한 이불 매장 사장은 손님 발길이 끊기니까 가게 문을 닫는다며 가게를 정리했다이를 지나던 시민들은 “7시가 되니 문을 닫네,여긴 일찍 닫아라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잠옷 매장 사장은 요즘은 손님이 줄어서 대부분의 매장이 8시 정도에 문을 닫는다고 말했다. 이어 유동인구가 많아서 보기에는 매상이 높을 것 같지만, 실제로는 손님이 없어 물건도 저렴하게 판매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매출에서 대부료를 제하면 실제 남는 이익이 거의 없다그렇다고 높은 대부료 때문에 폐업할 수도 없어 장사를 이어가는 중이라고 털어놨다.

 

상가 천장에는 '고터·세빛 관광특구 지정'이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고터·세빛 관광특구는 서울 유일의 한강 관광특구이자 복합문화 관광지다

지난 6, 서초구는 이 일대를 문화의 거리로 지정했다. 서초구에 따르면 이 지역은 앞으로 문화예술 명소로 자리잡게 될 전망이며, 지난 1월에는 향후 5년 간 약 9조 원의 경제 파급 효과를 전망한 바 있다.

 

그러나 상인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고터 관광특구 지정 이후 매출에 변화가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가방·잡화 매장 사장은 매출에 크게 영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잠옷 매장 사장도 체감상 별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장에선 관광특구 지정이 실질적인 매출 증가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 '고터·세빛 관광특구지정'을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사진 = 위즈경제) 


고투몰 운영권 확보 위해 대부료 인상”…부담은 상인에게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는 서울시 공유재산으로, 서울시설공단(이하 공단)이 민간 수탁법인에 위탁 관리하고 있다. 터미널 지하상가는 620개 점포, 총 면적 31,566㎡로 공단이 관리하는 상가 중 가장 큰 규모다.

 

2023 10, 공단은 5년 계약 종료에 맞춰 상가 운영을 맡을 새로운 수탁처를 공개 입찰했다. 고투몰 법인은 운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공단이 제시한 대부료 예정가격(156억 원)보다 22% 높은 187억 원을 써내 낙찰됐다. 이로 인해 상인들의 대부료는 기존 점포당 평균 2,059만 원에서 3,015만 원으로 46%가량 인상됐다.

 

인상된 대부료에 부담을 느낀 지하상가 상인들은 대부료 인하 정책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가방·잡화 매장 점주는 정부에서 대부료나 임대료를 낮춰주는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다요즘은 저금리 대출조차 부담이라고 토로했다.

 

팬데믹 시기와 지금의 경제 상황 변화를 묻자, 그는 코로나19 당시엔 정부에서 대부료도 인하하고 지원금도 줬다. 지금보다 그때가 차라리 나았다고 말했다.

 

전 품목 만 원부터’, ‘세일 중이라는 문구를 내건 구두 매장 사장은 코로나19 확산 시기 이후로 매출이 줄었고, 지금까지 회복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여성의류 매장 사장은 “2023년 이후 대부료가 46%나 올랐다정부에서 전기요금 지원 공고는 나왔지만, 무엇보다도 대부료 인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상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상가 점주를 위한 지원제도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진행하는 전기, 가스, 수도 등의 공과금 크레딧 지원 정도에 그친다 실질적인 대부료 인하와 같은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겉으론 공공재산, 속은 사적인 임대시장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 설치된 안내문. 서울시설공단은 지하도상가 양수도와 전대행위가 위법임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전대 구조가 암암리에 작동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사진 = 위즈경제)

 

취재를 마치고 지하상가를 빠져나오던 길목.
무심코 스쳐 지나치던 소화기 옆에 지하도상가 양수도(매매), 전대행위는 위법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힌 안내판이 눈에 들어왔다. 그 한 줄 문장이, 오히려 고투몰이 안고 있는 대부료 폭등의 본질적인 문제를 집약적으로 말해주고 있었다. 

 

서울시 공유재산으로 운영되는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는 공공성과 공정성의 원칙 아래 관리되어야 할 공간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양수도(매매)', '전대행위' 등 비공식적 거래가 암묵적으로 통용되는 구조에 대한 문제가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지하도상가에서 임차인이 또 다른 상인에게 점포를 임대하는 '전대행위'는 명백한 위법이다. 서울시설공단에 따르면 지하도상가는 공공시설이기 때문에 임차인은 점포를 직접 운영해야 하며, 다시 임대하는 행위는 행정자산에 대한 불법 사용으로 간주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 등에서는 이중 대부료, 위장 계약, 명의 대여 등 편법적 구조가 존재하고 있으며, 이는 상인들 간의 불신과 법적 분쟁의 씨앗이 되고 있다

 

 

[도시 그늘] 2편 예고
도시의 지하, 수많은 시민이 오가는 터미널 지하도상가.

그러나 그 화려한 외면 속엔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공간’, 불법 위임과 이권 거래의 구조가 자리잡고 있다. 
 

다음 회에서는 터미널 지하상가는 누구의 재산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전대행위 실태, 관리기관의 대응, 그리고 상인들의 목소리를 따라갑니다
.

 

위즈경제는 고투몰 또는 터미널 지하상가와 관련된 제보를 받고 있습니다. (jebo@wisdot.co.kr)

 

 

 
전희수 사진
전희수 기자  heesoo5122@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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