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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 너마저"...억지 PPL 꼭 봐야할까

▷ 방송사들의 PPL... 근본적인 원인은 제작비 때문
▷ 시청자 "PPL은 드라마 보는 데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입력 : 2022.08.11 14:30 수정 : 2022.09.02 13:18
 

최고 시청률 15.8%, 유튜브가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시대에 시청자들을 TV 앞으로 돌아오게 만든 드라마가 한 편 있습니다. 

 

바로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팩트럼을 동시에 가진 변호사 우영우의 이야기를 담아낸 드라마인데요.

 

방영 초창기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이 드라마를 일순간 주춤거리게 만든 요소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PPL, 작중 등장인물 중 한 명이 멀티밤을 바르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간접적인 광고를 해버렸습니다. 

 

이 멀티밤 브랜드는 평소에 PPL을 많이 하는 것으로 유명했죠. PPL이 없는 드라마라고 호평을 받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였는데, 이 장면 하나로 많은 시청자들의 호감을 잃어버린 것으로 보입니다. 

 

한 시청자는 "초심을 잃었다", "제발 우영우에게만은 바르게 하지 말아달라"며 아쉬움을 드러냈습니다.

 

# ‘본 방송 프로그램은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출처: 클립아트코리아)

 

 

★ 방송법 73조 7항

간접광고란, 방송 프로그램 안에서 상품, 상표, 회사나 서비스의 명칭이나 로고 등을 노출시키는 형태의 광고를 말한다

 

PPL이란, Product Placement의 줄임말로 ‘간접광고’를 뜻합니다.

 

TV 프로그램 사이에 방영하는 광고가 ‘직접광고’라면, 이 PPL은 광고가 아닌 영상에서 등장합니다. 각종 영화, 드라마, 심지어 유튜브 동영상 등 미디어에 자주 출현하는 단골손님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정부는 처음엔 PPL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했습니다. 로고나 브랜드가 광고가 아닌 미디어에서 자꾸 보이자 이를 어느 정도 제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2010년 1월에 방송법시행령이 개정되면서 PPL은 발돋움할 기회를 얻었습니다. 

 

보도, 시사, 논평 등 공정성이 요구되는 방송프로그램과 어린이를 시청자로 하는 방송프로그램을 제외한 오락과 교양 분야에선 PPL이 가능해졌습니다. 

 

방송광고가 금지된 제품이나, PPL의 노출 시간이 방송프로그램 시간의 5%를 초과할 경우, PPL 상품이 화면에 나타나는 크기가 4분의 1을 넘어서는 경우 등, 광고가 간접의 영역을 넘어 직접적으로 보이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PPL을 사용할 수 있었는데요. 

 

시작 전에 ‘본 프로그램은 간접광고를 포함하고 있습니다’라는 문구가 노출된다면, 모두 PPL이 포함되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초기에는 은근슬쩍 상표를 노출하던 PPL의 방식은 점차 대담해지기 시작합니다. 

 

‘빈센조’라는 드라마에선 등장인물들이 중국에서 생산한 비빔밥을 먹는 장면이 나오는가 하면, 애플TV+의 오리지널 콘텐츠에는 애플 제품이 시도때도 없이 등장하곤 합니다. 

 

나아가, 애플은 주인공에게 애플의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고, 라이벌에겐 갤럭시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 PPL 효과를 극대화한다고도 합니다. 

 

#PPL과 제작비

 

방송사들이 PPL을 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제작비 때문입니다. 

 

영화나 드라마가 성공하기 위해선 화려한 CG와 쟁쟁한 배우, 이름이 있는 막대한 양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이 큰 금액을 한 번에 마련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제작사에선 PPL을 받아 이를 충당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예로 들자면, 이 드라마에 소요된 제작비는 약 200억 원으로 추정되는데, 대기업 KT 계열의 KT스튜디오지니가 제작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여유로운 예산을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PPL을 상대적으로 적게 사용하여 드라마를 제작할 수 있었던 것이죠. 제작비가 급급한 다른 드라마라면 PPL이 훨씬 더 자주 등장했을 터입니다.

 

최충훈 어지니스 마케팅 회사 대표 曰 "PPL이 있었기 때문에 한국 콘텐츠가 지금처럼 성장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뜬금없는 PPL, 불쾌하다

 

핵심은 이 PPL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그리 좋지 않다는 점 입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PPL이 거의 없다는 면모에서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은 만큼, PPL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좋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방송프로그램의 맥락과 상관없는, 뜬금없이 등장하는 PPL은 소비자의 몰입을 깨뜨려버리는데요.

 

TV를 즐겨보는 시청자 A씨 曰 "PPL은 드라마 보는 데 집중력을 떨어뜨린다"

 

한국콘텐츠학회논문지에서 발간한 PPL 관련 논문(PPL 광고의 배치유형과 프로그램 상황이 광고태도에 미치는 영향: 사전 침입성 지각의 조절효과)에선, "시청자들의 방송 전반에 대한 수준이 높아지면서 프로그램에 제품이 나오면 광고인지 아닌지 알아차리는 소비자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긍정적인 프로그램 맥락에서는 현저한 배치가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 있지만 부정적인 프로그램 맥락에서는 현저한 배치가 맥락에 맞지 않게 뜬금없이 튀어나오는 것과 같은 느낌을 강하게 줌으로써 오히려 소비자들의 광고태도를 낮추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분석했습니다. 

 

즉, PPL으로 사용되는 제품과 브랜드가 스토리와 어울리지 않으면 않을수록 시청자들에게 불쾌한 감정을 전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차라리 대놓고 PPL 하는 게 낫다?

 

PPL은 분명한 장단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업이 방송 프로그램을 마케팅 통로로 활용하면서 방송 산업이 발전한 것은 분명한 사실이나, 방송프로그램과 크게 상관없어 보이는 엉뚱한 PPL은 소비자들에게 불쾌감을 줘 역효과를 내기도 합니다. 

 

돈을 주고 광고를 했는데, 오히려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셈이죠.

 

발전한 소비자의 인식에 발맞춰 최근 PPL의 트렌드는 ‘간접’보다는 ‘직접’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유 퀴즈 온 더 블록’이라는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직접 "잠시 제작비 좀 벌고 오겠습니다"라며 PPL을 대놓고 진행합니다. 

 

출연자가 PPL 음식을 대대적으로 먹는 모습이 소비자들에게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죠. 

 

PPL과 방송 프로그램 간의 어울리지 않는 맥락을 억지로 끼워 맞추는 것보단, 차라리 대놓고 광고하는 게 더 효과가 클 수도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김영진 사진
김영진 기자  jean@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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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st 댓글

1

일한 만큼 대가 주어야 합니다

2

많은걸 원하는게 아닙니다. 제발 현장 교사 의견을 들으세요.

3

아니죠.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습니다. 단기간 속성으로 배워 가르치는 교육이 어디있습까? 학부모로서도 제대로 교육과정을 밟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교사에게 내 아이를 맡기고 싶습니다. 지금이 60년대도 아니고 교사 양성소가 웬말입니까. 학부모를 바보로 아는게 아닌이상 몇 없는 우리 아이들 질 높은 교육받게 해주십시오.

4

정부가 유치원-보육과정 통합의 질을 스스로 떨어뜨리려하네요. 지금도 현장에서 열심히 아이들 지도하시는 전문성 갖춘 어린이집 선생님들 많이 계시지만 아직까지 국민의 인식은 '보육교사나 해볼까?'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주변에서도 음대 나오신 분 보육교사 양성소에서 자격 취득하시고 어린이집 선생님 하고 계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유아특수교사를 또 이런식으로 양성과 훈련만으로 현장에 나오게 되면 누가 봐도 전문성이 떨어지고 유-보통합은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 안에서도 교사간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 될 수 밖에 없구요. 아이들 좋아하니 나도 보육교사 해볼까? 그리고 장애아동 지도해봤고 교육 좀 들었으니 유특교사네. 하면 학부모 앞에서 교사 스스로 전문가가 될 수없다고 봅니다. 학부모보다 경험 많은 교사일 뿐이겠죠. 학력을 떠나 전문성 갖춘 좋은 선생님들 많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통합은 반대합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교사의 질의 가장 기본은 전문성입니다.

5

맞습니다~ 사실 애초에 통합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보육과 교육은 다르니까요. 유아특수교육교사가 하고 싶으면 유아특수교육과가 있는 대학교나 대학원에 진학하시면 되고, 유아특수보육교사가 되고 싶으면 보육교사 자격 취득 후 특수관련 연수 이수하시면 됩니다.

6

제대로된 준비 없이 무조건 통합을 서두르는 정부의 행태가 문제네요. 정말 통합이 필요하다면 현장의 목소리부터 충분히 청취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