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위경토크] 연이은 표절 논란, “뮤지션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해”

입력 : 2022.07.22 16:00 수정 : 2022.08.31 16:31
[위경토크] 연이은 표절 논란,  “뮤지션들의 인식 변화가 필요해”
 

‘유희열의 스케치북’, 지난 13년간 3개월이라는 긴 시간동안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아 온 프로그램이 600회를 끝으로 종영합니다. 

 

해당 프로그램의 진행자 유희열 씨가 다름 아닌 ‘표절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입니다. 유희열 씨는 가수 ‘토이’의 프로듀서이자 싱어송라이터로 우리나라의 명망이 있는 뮤지션 중 한 명이죠.

 

번에 논란이 된 곡은 유희열 씨가 지난해 9월에 발표한 ‘아주 사적인 밤’입니다. 이 노래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Aqua’란 곡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지적을 받았죠. 

 

참고로 사카모토 류이치는 일본 영화음악계의 거장으로 평가 받는 뮤지션입니다. 

 

TMI) 법원이 판단하는 표절의 세 가지 기준

창작성, “원곡이 얼마나 창의적인가?”

의거성, “의도적으로 표절했는가?”

실질적 유사성, “멜로디, 화음, 박자, 분위기 등이 원곡과 얼마나 비슷한가?”

 

해당 논란에 대해 사카모토 류이치는 직접 “유사하긴 한데, 표절의 범주에는 부합하지 않는다”며, “법적 조치 필요한 수준이 아니다”고 이야기했습니다만, 유희열 씨에 대한 국내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그는 “창작 과정에서 더 깊이 있게 고민하고 면밀히 살피겠다. 치열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고 있는 많은 동료 음악인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쓸쓸하게 ‘유희열의 스케치북’ 종영을 알렸죠.

 

#전문가 생각은 어떨까?

 

원곡자 사카모토 류이치가 “표절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유희열 씨도 마찬가지로 “표절 의혹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밝혔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표절 여부 문제는 사회적으로 여전한 논란 거리입니다. 

 

표절을 판가름할 수 있는 ‘명확한’ 법적 기준을 아직 제대로 세우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화음, 멜로디, 박자, 분위기 등 음악의 종합적인 형식을 바탕으로 어디까지가 표절이고 어디까지가 표절이 아닌지 판단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음악계에서 오랜 기간 종사해 온 전문가 생각은 어떨까요? 

 

베이시스트이자 ㈜모두의음악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뮤지션 정장민 씨에게 의견을 여쭈었습니다.

 

 

정장민 (주)고파 '모두의음악' 대표

 

 

Q. 이번 유희열 씨의 표절 논란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요?

 

(유희열 씨가 작곡한) 몇몇 노래들은 표절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이것들을 직접 들어보면 어떤 노래를 레퍼런스로 삼아 자신의 창작을 덧입히기 보다는 멜로디와 코드, 악기 배열, 분위기를 그대로 가져와서 쓰는 경우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표절 시비가 걸린 유희열 씨의 다른 몇몇 노래들은 표절이 아닌 부분도 분명히 있습니다. 

 

Q. 본인이 생각하는 표절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음악인이 가지고 있는 도덕적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코드진행, 멜로디의 모티브와 발전, 악기 배열, 분위기, 믹싱 방식 등 모든 것이 창작자의 무의식에서 나왔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모든 음악 창작물은 그 창작자가 태어나 창작물을 만들 때까지 입력(들었)되었던 모든 음악과 문화의 산물입니다. 

우리가 컴퓨터에 OS와 프로그램을 설치하듯이, 사람의 뇌에도 이런 입력이 없으면 아무것도 나올 수 없습니다. 동시대에 태어나 같은 문화권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비슷한 음악적 OS(Operating System)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에 창작자는 언젠가 자신이 들었던 음악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죠. 


하지만, 그런 멜로디와 분위기, 악기 배열 등을 차용해서 쓰는 본인을 스스로가 충분히 인지하고, 충분히 변형하여 재창조(창작) 영역으로 확실히 넘어가지 않았던 것이 문제입니다. 그래서 자신이 영향을 받은 음악을 ‘재창조’해야만 한다는 높은 도덕적 기준이 필요합니다. 

 

Q. 유희열 씨는 과거 “모든 창작은 누군가를 따라하는 것으로 시작한다”라는 말을 했습니다. 본인도 음악을 만들 때 무의식적으로 따라한 경우가 있었나요?”

 

물론입니다. 저도 영향을 받은 많은 뮤지션의 멜로디와 분위기를 따라서 수많은 창작을 했습니다. 하지만 프로페셔널 뮤지션으로서 이것을 본인의 창작물로 등록하지는 않습니다. 습작의 개념처럼, 컴퓨터나 악보에 기록만 되어있을 뿐이죠.

 

Q. 표절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 자칫하면 창작 활동을 위축시킨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모방과 창조는 항상 붙어 다닙니다. 많은 모방을 통해, 많은 창작 활동이 일어나죠. 하지만, 모방과 창작 활동을 철저하게 구분한다면 뮤지션들의 작업방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한국 음악계도 한 단계 발전할 수 있겠죠.


예컨대, 레퍼런스 곡을 가져와 비슷한 분위기로 짧은 시간 안에 만드는 수많은 창작물이 있습니다. 많은 대중가요들이 레퍼런스와 거의 비슷한 반주에 멜로디만 조금씩 변형해서 쓰는 경우가 많죠. 이러한 창작물이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모방과 창작 활동을 철저하게 구분하기 시작하면, 우리나라 대중들의 음악적 관심과 이해도가 긍정적으로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에 불거진 유희열 씨의 표절 논란이 음악산업에 향후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요?

 

저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대중음악은 미국과 일본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클래식과 전통 국악을 제외한 모든 국산 음악이 그 영향권 아래에 놓여있죠. 


많은 한국의 뮤지션들은 외국의 영향력을 새로운 음악의 영감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다양한 음악을 듣는 뮤지션들은 이 새로운 멜로디, 코드, 트렌드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이를 바탕으로) ‘재창조한다’는 개념을 조금 더 깊게 고민하는 분위기가 형성될 것이고, K-POP의 음악적인 완성도와 개성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Q. 표절 논란을 막을 수 있다는 대안이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우선 새내기 뮤지션들에 대한 올바른 교육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 음악 교육에서 표절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이를 교육하는 기관은 전 없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단순히 길고 복잡한 교육과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기간이라도 저작권, 창작과 표절에 대한 교육과정을 만들어서 이를 체계적으로 알려줄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또, 현업에서 뛰고 있는 뮤지션들의 글로벌적인 인식 변화도 필요합니다. IT산업의 발전으로 음악의 시장인식도 글로벌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K-POP은 전세계 어디서나 손쉽게 들을 수 있고 접할 수 있는 음악이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미국과 유럽, 남미, 일본의 음악을 포함해 전 세계의 노래를 핸드폰 하나로 확인하고 들을 수 있죠. 


이제는 들을 수 없는 음악이란 없습니다. 이러한 상황과 인식의 변화는 우리나라 뮤지션들로 하여금 ‘뮤지션의 정체성’에 대한 부분을 곰곰이 성찰하게끔 만들 터입니다.


결국 창작자는 스스로의 철저한 검증을 통해 발전해야 합니다. 뮤지션의 정체성을 비롯한 인식의 변화를 통해 대중들은 양질의 새로운 음악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음악계 역시 공정하게 발전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겠죠. 

 

 
김영진 사진
김영진 기자  jean@wisdot.co.kr
 

댓글 0

관련 기사

관련기사가 없습니다.

Best 댓글

1

일한 만큼 대가 주어야 합니다

2

많은걸 원하는게 아닙니다. 제발 현장 교사 의견을 들으세요.

3

아니죠.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습니다. 단기간 속성으로 배워 가르치는 교육이 어디있습까? 학부모로서도 제대로 교육과정을 밟아 전문적으로 교육하는 교사에게 내 아이를 맡기고 싶습니다. 지금이 60년대도 아니고 교사 양성소가 웬말입니까. 학부모를 바보로 아는게 아닌이상 몇 없는 우리 아이들 질 높은 교육받게 해주십시오.

4

정부가 유치원-보육과정 통합의 질을 스스로 떨어뜨리려하네요. 지금도 현장에서 열심히 아이들 지도하시는 전문성 갖춘 어린이집 선생님들 많이 계시지만 아직까지 국민의 인식은 '보육교사나 해볼까?'라는 인식이 많습니다. 주변에서도 음대 나오신 분 보육교사 양성소에서 자격 취득하시고 어린이집 선생님 하고 계시기도 하고요. 그런데 유아특수교사를 또 이런식으로 양성과 훈련만으로 현장에 나오게 되면 누가 봐도 전문성이 떨어지고 유-보통합은 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현장 안에서도 교사간의 불편한 관계는 계속 될 수 밖에 없구요. 아이들 좋아하니 나도 보육교사 해볼까? 그리고 장애아동 지도해봤고 교육 좀 들었으니 유특교사네. 하면 학부모 앞에서 교사 스스로 전문가가 될 수없다고 봅니다. 학부모보다 경험 많은 교사일 뿐이겠죠. 학력을 떠나 전문성 갖춘 좋은 선생님들 많다는 것도 압니다. 하지만 이런 식의 통합은 반대합니다.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뛰어넘을 수 없다' 교사의 질의 가장 기본은 전문성입니다.

5

맞습니다~ 사실 애초에 통합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보육과 교육은 다르니까요. 유아특수교육교사가 하고 싶으면 유아특수교육과가 있는 대학교나 대학원에 진학하시면 되고, 유아특수보육교사가 되고 싶으면 보육교사 자격 취득 후 특수관련 연수 이수하시면 됩니다.

6

제대로된 준비 없이 무조건 통합을 서두르는 정부의 행태가 문제네요. 정말 통합이 필요하다면 현장의 목소리부터 충분히 청취해야 한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