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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고운 교수, "아트테크, 서너 번만 체험해 봐도 미술이 피부로 와닿을 것"

▷ 최고운 덕성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GL캠퍼스 교수 인터뷰

입력 : 2023.05.04 15:57 수정 : 2023.05.09 08:24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2021년 말, 투자의 일환으로 미술품을 구매하는 '아트테크'란 용어가 시장을 사로 잡았습니다.

 

인테리어 등 미적 가치를 충족시키기 위한 미술품에 '재테크' 속성이 더해짐으로써, 미술품은 주식, 가상자산 등을 이은 새로운 투자 자산으로 떠올랐습니다.

 

그 결과, 기존엔 상류층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국내 미술시장의 문은 활짝 열렸습니다. 연예계를 비롯한 각종 유명인사들은 물론,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많은 대중들이 미술시장을 찾으면서 문전성시를 이뤘는데요. KIAF 등 유명 전시회엔 투자자들이 몰렸고, 국내 미술시장은 2022년 기준 1조 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다만, 일각에선 여전히 아트테크에 대한 진입장벽이 존재하는 건 사실입니다. 주식, 가상자산과 달리 미술품은 가격 결정 요건과 그 변동 상황을 파악하기 힘들 뿐더러, '미술품은 대부분 고액이다'라는 인식도 아직까진 짙기 때문입니다. 어떤 미술품을 구매해야 충분한 경제적 효용을 창출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분들도 많을 법한데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KBS 스포츠예술과학원 융통합문화예술 총괄지도 교수이자 덕성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GL캠퍼스에서 교수직을 겸임하고 있는 최고운 교수님을 만났습니다..  

 

 

최고운 덕성여자대학교 평생교육원 GL캠퍼스 교수

다음은 최고운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은 규모 1조 원을 넘기면서 말 그대로 흥행을 거뒀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시기에 지난해 국내 미술시장이 흥행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코로나에 전쟁까지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고가의 미술품이 거래가 활발하게 되었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볼 수 있는데요. 하지만 저는 지난해 흥행을 이렇게 비유하고 싶습니다. ‘풍선에 공기가 가득 차 부풀어 오를 때로 올라 어느 순간 터진 것’처럼 “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미술시장은 경제 성장률에 비해서 저평가되어 있었습니다. 경제는 계속 커지는데, 미술시장은 계속 같은 위치에 머물러 있었어요. 지금도 영국 시장에 비하면 여전히 작은 수준이죠. 그래서 저는 최근 2년여 동안 한국 미술시장이 겪은 커다란 변화를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내 미술시장은 앞으로 더 커져야만 하고, 더 커질 것이라고 전망합니다. 물론, MZ 세대나 투자 열풍 등 문화적인 요소도 국내 미술시장의 성장에 영향을 미쳤습니다만, 그보다 이제는 국내 미술시장이 참다 참다 (웃음) 성장할 수밖에 없는 시점이 왔다고 봅니다.

 

Q. 2022년 미술 시장 통계를 살펴보면, 아트페어와 화랑은 준수한 성적을 거둔 반면, 경매는 부진했습니다. 원인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제 생각에는 아무래도 국내 경매 회사의 경매 빈도수가 너무 잦음을 이유로 들고 싶습니다. 세계 경매 회사의 메이저 경매는 1년에 2번 정도 이루어집니다. 또, 우리나라 경매 시장에선 김환기, 이우환, 박서보 등 경매에 이미 나온 작가의 작품들이 지속적으로 중복되어 출품되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아무래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비 욕구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경매는 말 그대로 경쟁입니다. 수준급의 경매가 되려면 새롭고 좋은 상품이 나와야 해요. 국내 컬렉터들의 안목은 이전보다 많이 향상되었습니다. 좋은 작품을 구별해낼 수 있는 안목을 갖추었어요. 소더비나 크리스티 같은 해외 거대 경매사들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얻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면밀히 검토해 보면, 국내 경매 회사의 부진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아트테크'에 있어서 안목을 상당히 강조하신 바 있습니다. 설명해주신다면.


‘안목’이라는 것은 아트테크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필요한 능력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가격에 좋은 상품을 획득하려면 안목을 길러야 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미술 전문가로서 평소에 ‘안목을 어떻게 쉽게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요. 안목이란 건 하루아침에 갖출 수는 없습니다. 현실적으로 힘들어요. 저 역시도 아직 완벽하지는 않지만, 예술 분야에서 12년째 일을 하고 나서야 어느 정도의 안목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아트테크의 안목을 기르기 위해선 리서치, 그러니까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해요. 미술품을 많이 들여다봐야 하고, 소신 있는 선택으로 직접 구매까지 해보는 경험도 충분해야 합니다. 또,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현명한 미술 전문가와 함께 상의하여 최고의 선택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진리와도 같은 부분이죠. 

 

Q. 구체적으로 어떤 공부가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가장 먼저, 작가를 알아야 해요. 작가와 작품에 대해 공부하면서 기초를 다져야 합니다. 작가의 전반적인 스토리, 누가 무엇을 왜 그리게 되는지, 작품의 화풍은 어떤지, 미술사적으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등 큰 맥락 정도는 알아두어야 합니다. 작가와 작품에 대해 어느 정도 숙지했다면, 이제 시장을 들여다봐야 해요. 미술 경매를 직접 보러 가고, 미술 전문가에게 질문도 해보고, 해당 작가가 미술 시장에서 어느 위치에 있나 확인해 봐야 합니다. 그 와중에도 제일 좋은 건 경험이죠.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아트테크에 도전해 보는 게 안목의 가장 큰 자양분이 됩니다. 꼭 아트테크의 목적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직접 감상하기 위해 작품을 구매하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내가 좋아하고, 내가 공부하는 작가의 작품이 집에 걸려 있으면 매우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단순한 인테리어 효과를 넘어 실제로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고 표현하시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여러 가지를 공부하는 ‘이론파’, 직접 작품을 구매해 보는 등 발로 뛰면서 아트테크에 더 몰입하시는 ‘실전파’로 크게 나눌 수 있겠네요. ‘지지자불여호지자(知之者不如好之者), 호지자불여락지자(好之者不如樂之者, 어떤 사실을 아는 사람은 그것을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라는 말처럼, 작가를 직접 만나 이야기도 나눠보는 등 재밌고 신선하게 아트테크를 즐기는 방법도 추천드립니다. 서너 번만 체험해 보셔도 미술이 피부로 와닿으실 거예요. 

단, 저는 첫 컬렉팅부터 고액의 작품을 거래하는 건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Q. 아트테크에서 지양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요?


작품을 너무 돈으로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미술품은 예술의 영역에 속해있는 가치 있는 작품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고려청자가 우리나라의 역사와 선조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매개채가 되듯이, 미술 경매나 미술시장에서 현재 거래되고 있는 작품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지금의 컨템포러리 작품들은 천년 이후에 고려청자처럼 소중한 우리나라의 자산이 되겠죠. 미술품이 투자로서의 상품이 된 것은 맞으나, 앞서 말씀드린 고려청자 사례처럼, 한 나라의 미술사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엄연한 '예술'이라는 것이죠. 이런 점을 결코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작품에 담긴 작가의 정신을 무시하고 투자 자산으로만 바라보다 보면, 어느 순간 미술품은 그 진정한 가치를 잃어버리고, 낙후되어버립니다. 미술품의 가치를 모른 채 액수로만 그 작가와 작품이 평가되는 거죠. 진정한 컬렉터란, 돈을 벌려고 하는 생각도 있겠지만, 그보다 '내가 좋아서', '내가 갖고 싶어서', '내가 향유하고 싶어서'라는 마음이 앞선다면 그게 바람직하다고 봐요. 따라서, 전 아트테크 투자자들에게 미술의 근본적인 정체성을 잊지 말고 투자를 이어가야 한다고 당부드리고 싶어요. 

 


  

Q. 교수님께서 지금까지 수많은 기획전을 진행하신 바, 작가에 대한 안목이 두터우실 것으로 보입니다. 교수님께서 최근 주목하고 계신 작가는 누구인가요?


신진작가 ‘황정빈’입니다. 신진 작가를 아트테크로서 추천하는 것이 전문가 입장에선 조금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최근의 추세가 신진 작가 작품을 수집하는 쪽으로 가고 있기 때문에 신진 작가를 추천드려 볼게요. 신진 작가를 컬렉팅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가격 부담이 덜 하죠. 값비싼 익숙하고 유명한 작품보다는 아무래도 좀 더 특별하고 신선한 작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난 거예요. 

황정빈 작가는 일상에서 받은 영감을 작품으로 표현해 긍정적인 에너지를 선사합니다. 그래서 그의 뮤즈이자 가족, 친구인 반려동물 ‘친칠라’가 자주 등장하죠. 반려인구 천만시대, 요즘과 딱 맞는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예술로 승화시켜 보편적인 것들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죠. 예술과 경계를 허무는 팝아트 정신을 이어 받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신진작가 작품이라 해도 향후 가격이 오를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히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신진작가의 가능성을 따져볼 때, 학력보다는 '미술 작업을 성실하게 꾸준히 하고 있는가'와 작가의 주제 및 타당성, 주요 전시 활동 등을 면밀히 살펴봅니다. 황정빈 작가는 이런 면에서 부합하다고 생각해요.

 

Q. 이전 칼럼에서 연예인 화가를 추천해주신 바 있는데, 유독 우리나라에선 연예인 화가를 달가워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전 세계 모든 예술가들에겐 ‘끼’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예술의 끼를 그림이든, 음악이든, 체육이든, 문학이든, 연기든, 소설이든, 형식만 달리한 채 풀고 있다고 보는데요. 물론, 어떤 분야의 유명인이 갑자기 그림을 그린다고 하면 어색할 순 있습니다. 그런데 해외에서는 이 모습이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해외는 연예인이 붓을 잡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아요. 다만, 가장 중요한 건 음악가가 미술가로, 배우가 미술가로,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에 대해 집중하기보다는, 어떤 자세로 미술을 임하는지를 봐주셨으면 해요. 다시 말해 미술 분야에 도전할 때는 흡사 연습생과 같은 신분으로 생각하고 시작해야 한다는 거예요. 미술 분야 외에 다른 분야에서 정점을 찍었다고 해도 화가로서 인정받을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미대생 1학년부터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을 해야 하죠. 미술에 대해 진지하게 임하는지 아닌지의 여부를 더 중점적으로 보시어 응원이든 질타든 해주셨으면 해요. 

 


 

“연예인들이 미술계에 도전하는 건 너무나도 환영해요. BTS같은 화가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이게 미술시장을 살리는 길이고, 국력이예요. 그래서 전 많은 사람들이 화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Q. 미술시장의 부흥과 함께 큐레이터란 직종에 대한 인기도 오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큐레이터에게 필요한 역량이 무엇이라 생각 하시나요? 큐레이터 지망생들에게 조언해주신다면.


미술계에서 일하기 위해선 타고 나야 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을 해요. (웃음) 왜냐하면 저는 태어났을 때부터 미술을 좋아했거든요. 타고나야 하는 부분이 이런 거죠. ‘미술에 대한 관심이 지나치게 많은 것’, 예술을 하시는 분들을 보면 대체적으로 그렇더라고요. 예술은 아무래도 좋아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직종이에요. 미술 분야는 본능적으로 끌린다거나, 애정 하는 진심이 없으면 일하기가 힘들어요. 모든 직업에서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 5~7년은 일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려면 좋아하는 일을 해야 본인이 행복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면에서 저는 미술에 대한 큰 사랑이 있는 사람이 큐레이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또, 흔히 큐레이터라는 직업에 대해, 유명한 작가나 재벌가 회장님들도 만나고, 재력가들 앞에서 멋지게 미술 작품을 설명하는 이런 모습 등을 연상하는데, 현실은 우아하지만은 않습니다. 큐레이터가 전시장에서 못질을 할 때도 있고, 페인트칠 할 때도 있고, 청소도 하는 등 힘든 일이 많습니다. 큐레이터라는 직업은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닙니다. 큐레이터를 시작하면 초창기에 허드렛일을 상당 부분 도맡아 해야 하는데, 예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이 시기를 버티기가 쉽지 않으실 거예요. 

그러면서 큐레이터는 공부도 열심히 해야 해요. 미술사적인 지식은 물론 미술계의 동향을 파악하며, 작가와 소통하고, 글도 쓸 줄 알아야 하죠. 큐레이터는 미술품을 해석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남들보다 훨씬 많은 내용을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이런 각오를 하고 큐레이터를 준비하시기를 바래요. 한편으로는 큐레이터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소식이 너무 기쁘네요. 국내 미술을 세계로 알리는 능력 있는 총명한 후배 큐레이터들이 많이 배출되었으면 합니다.

 

Q. 작가가 경제적인 성과를 거두고 안정적인 예술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끔 돕는 기반은 어떻게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미술 시장 관련해 작가들에게 조언해주고 싶은 건 무엇인가요?


저는 평소에 작가들에게 대중성을 놓치면 안 된다고 이야기하는 편이에요. 그렇다고 해서 대중성만 쫓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요점은 작가 본연의 색깔을 그대로 갖고 가되, 대중성을 융합해야 한다는 거죠. 작가는 본인의 작업세계에 컨템포러리(Contemporary) 아트의 트렌드를 읽어서 녹여내야 합니다. 패션에 유행이 존재하듯이, 미술에도 유행이 있습니다. 즉, 유행을 참고하되, 쫓아가서는 안 된다는 거죠. 그러면서 더 치열하게 더 소신 있게 작가의 개성을 지켜야 시장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실험적인 미술을 지속적으로 보여주면서 성장해 나가야 가치를 입증할 수 있어요. 지금의 세계적인 아티스트들은 끊임없이 시도하고 변화해 왔습니다. 자신이 그린 작품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해서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다른 작업을 선보이는 등 발전하는 모습을 계속 보여줘야 합니다. 이런 노력이 고스란히 작품에 녹아들어, 작가의 브랜드 가치가 상승해, 결국 작품의 가격이 높아집니다. 또, 전략적으로는 작품의 개수가 중요합니다. 시장성에 입각해서 공급이 수요보다 적으면 가격이 올라갑니다. 다작(多作)은 자제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실제 사례로, 미술 시장에서 거래가 잘 되어, 주문 제작 및 예약까지 받으며 무리하게 그림을 그린 결과, 가치가 떨어지는 작가들을 많이 봤어요. 

 

Q. 코로나19가 미술계를 뒤바뀌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에 어떠한 전시 문화가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하시나요?


코로나19 덕분에 국내 미술계가 최첨단이 되었어요. (웃음) 유튜브는 기본이고, NFT, VR, 블록체인 기술 등이 접목 가능했던 이유는, 언택트 문화가 한몫 했다고 봅니다. 물론, 이전에도 이러한 기술들이 전시회에 사용된 적은 있어요. 하지만 이제는 보편화되었다 라는 것이 매우 큰 변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방향성이 진정으로 미술계에 좋은 방향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확답을 내놓을 순 없습니다만, 국내 미술계가 최신 트렌드로 들썩이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미술계와 기술력이 급격하게 친해지기 시작한거죠.

저는 미술계가 세상의 흐름, 그러니까 과학이나 각종 기술적 이슈에 발맞춰 진화하는 모습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VR, NFT, 메타버스 등 신문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전시기획을 하면 상당히 획기적일 것이라 전망해요. 예를 들어, 미술 작품 설명을 사람이 아닌 로봇이 도슨트를 한다면? 신기술을 이용해 전시장 내에서 오감(五感)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전시회를 기획한다면? 당장이라도 궁금하지 않으세요? 그런 전시회 보고 싶지 않으신가요?

이제 화이트 큐브라는 적막하고 고요한 공간에서 작품만 걸어 놓는 전시회는 끝났다고 생각합니다. 큐레이터는 작가와 소통하는 것 이외에도, 과학자 또는 기술력을 갖춘 기업과 협업하는 새로운 전시 트렌드를 적극 모색해야 해요. 대중들은 좀 더 확장된 개념의 새로운 전시회를 원하고 있어요. 대한민국에서 프랑스 파리의 루브르 박물관처럼, 꼭 들려야 하는 명소 같은 곳이 탄생되려면, IT 최강국 대만민국에서만 볼 수 있는, 최첨단 기술을 반영한 미술관이 자리 잡게 되면 어떻게 될까요? 세계적으로 각광과 이슈를 한 몸에 받지 않을까요?

 

Q. 교수님께서는 칼럼을 통해 미술 시장에 대한 독일 정부의 관심과 정책의지를 높이 평가하신 바 있습니다. 그렇다면, 국내 미술시장을 육성하기 위해 어떤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올해, 문화체육관광부는 기초예술 창작 역량을 강화하고 창작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예산을 쓰겠다는 입장을 표명했습니다. 이 부분에 몇 백억 원에 달하는 예산이 책정되어 있긴 한데요. 글쎄요. 돈을 많이 쓰는 게 중요한 건 아닙니다. 어떻게 쓰고, 또 정부가 쓴 돈이 작가들의 피부에 실제로 와닿는가 하는 그 여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미술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아티스트를 후원해야 합니다. ‘아티스트를 후원하라’는 말이 관습적으로 들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한국 미술계에서도 ‘BTS’ 같은 아티스트(화가)를 배출해야 하는 것이 미술계의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BTS 급의 젊은 작가가 없어요. 문화 콘텐츠가 곧 국력인 가치 창조의 시대에서 필요한 건 신진 작가들에 대한 적극적인 발굴과 후원입니다. 실제로 프랑스, 미국, 독일 정부에서는 세계 각국의 아티스트를 자국 도시로 불러 모으기 위해 신진 작가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집을 제공한다거나 세제 혜택을 주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이러한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작가가 작업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해요. 가령, BTS를 배출한 우리나라 K-POP 산업에서는 대형 소속사들이 아티스트를 위해 끊임없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어요. 작업실은 물론 음악기구, 프로듀서, 아티스트들의 건강을 체크해 주는 의료 시스템 등 모든 것이 분산되어 시스템적으로 잘 갖추고 있죠. 이러한 모습은 해외 미술계와 비슷해요. 일본의 쿠사마 야요이의 경우 전담 의사들이 늘 대기하고 있고, 미국의 데이비트 호크니에게도 다수의 직원이 붙어있어요.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생계 문제로 아침에는 아르바이트를 하고 저녁엔 그림을 그리는, 아이를 낳거나 건강 악화 등의 이유로 작업이 끊기는 작가들도 많이 있습니다. 이런 시스템 속에선 차세대 신진작가 배출이 어렵습니다. 가난으로 인해 생활고를 겪고 있는 작가들이 창작적인 예술을 하기에는 정말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여전히 붓을 잡고 있는 화가들이 있어요. 정말 대단한 열정을 갖고 있는 건데, 그것만으로 너무 안타깝죠.

 


 

Q. 작가를 지원하는 것 외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방안은 무엇인가요?


차세대 큐레이터에 대한 지원 방안이 절실합니다. 우리나라 미술 시장의 규모를 키우기 위해선 전시회를 만드는 큐레이터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합니다. 지금의 세계적인 빈 센트 고흐를 만든 것도 ‘알프레드 바 주니어’ 뉴욕 현대시립미술관 관장이에요. 그는 살아생전 인정받지 못한 고흐를 46년 후에 획기적인 재조명으로 세계적인 화가로 인정받게 합니다. 즉, 미술시장이 커지려면 작가도 중요하지만, 똑똑한 큐레이터가 많이 나와야 해요. 굉장히 중요합니다. 이런 면에서 정부나 기업이 큐레이터를 적극적으로 키워야한다고 봐요. 큐레이터는 공부량이 굉장히 많은 직업이니 해외 레퍼런스를 지원해 준다든지, 트렌드를 읽을 수 있게끔 외국의 박물관에서 일을 배울 수 있도록 보내주는 등의 방법이 있습니다. 즉, 정부나 기업이 나서서 큐레이터와 작가를 적극적으로 양성하면, K-pop처럼, K-art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Q. 2023년도 국내 미술계를 전망해보신다면.


미술계 전망은 아무래도 동시대성에 입각한, 남들이 해보지 않은 신선한 주제를 잡은 작가와 기획자들이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트테크 시장의 경우, 뜨거웠던 코로나19 때의 기저효과를 감안했을 때 올해는 아마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역사적으로 미술은 경제 상황과 비례합니다. 경제가 좋지 않은 최근의 상황에선 미술 작품이 잘 팔릴 순 없어요. 지난해 같은 호황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지금 우리나라 미술 시장이 열려 있는 상태는 맞습니다. 아트테크에 대한 오픈마인드를 갖고 있죠. 미술을 좋아하고, 아트테크에 대한 관심이 생기는 등 문화가 바뀌었어요. 때문에 기존의 뻔한 시도가 아닌, 트렌디한 전시회나 미술 작품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김영진 사진
김영진 기자  jean@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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