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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기 사회의 구조] ⑩우리는 이 구조를 바꿀 수 있는가

▷사기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의 결과다
▷바꾸지 않으면, 피해는 계속 확산된다

입력 : 2026.01.30 12:09 수정 : 2026.01.30 12:16
[사기 사회의 구조] ⑩우리는 이 구조를 바꿀 수 있는가 한국 성인 대상 조사에서 ‘사기로부터 사람들을 안전하게 지킬 책임’은 정부(18%)·금융보호당국(12%)·경찰(8%) 등 공공 영역에 있다는 응답이 합산 40%로 가장 많았다.(자료 GASA, 2025)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사기 범죄는 더 이상 예외적인 사건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반복되고, 누구에게나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이 됐다. 그럼에도 사회는 여전히 사기를 “속은 개인의 문제”로 설명하려 한다. 조심했어야 했고, 확인했어야 했으며, 판단을 잘못했다는 말로 책임을 돌린다. 그러나 앞선 아홉 편이 보여준 사실은 분명하다. 오늘날 사기는 개인의 실수가 아니라 구조의 산물이다.

 

사기범은 우연히 성공하지 않는다. 분산된 책임, 느린 대응, 낮은 회수율, 약한 처벌, 보호받지 못한 취약계층. 이 모든 요소가 결합될 때 사기는 가장 효율적인 범죄가 된다. 문제는 이 구조가 단기간에 형성된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선택과 방치의 결과로 굳어졌다는 점이다.

 

◇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범죄는 진화한다

 

사기 범죄는 늘 제도의 빈틈을 먼저 읽는다. 규제가 느슨한 영역으로 이동하고, 책임이 불분명한 공간에 뿌리내린다. 과거에는 전화와 계좌가 중심이었고, 이후에는 메신저와 플랫폼으로 확장됐다. 이제는 청소년과 디지털 취약계층까지 표적이 넓어졌다.

 

이 흐름의 공통점은 하나다. 사회의 보호가 가장 약한 지점에서 범죄가 성장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사기범이 특별히 교묘해서가 아니라, 사회가 위험을 방치했기 때문이다.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사기 범죄는 다음 취약 지점을 향해 계속 진화할 것이다.

 

◇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라, 바꾸지 않았을 뿐이다

 

사기 범죄 대응을 둘러싼 논의에서 자주 등장하는 말이 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살펴본 대부분의 문제는 기술적 불가능의 영역이 아니었다.

 

▲자금 흐름은 추적할 수 있었고, ▲이상 거래는 탐지할 수 있었으며, ▲플랫폼은 위험 신호를 인식할 수 있었고, ▲국가는 이를 통합할 권한을 갖고 있었다.

그럼에도 선택되지 않았다. 비용과 책임, 민간과 공공의 경계를 이유로 미뤄졌다. 결과적으로 사회는 사기 피해를 감내 가능한 손실로 취급해 왔다. 이 선택이 반복되면서 사기 범죄는 ‘막기 어려운 범죄’가 아니라, 막지 않아도 되는 범죄가 됐다.

 

◇ 구조를 바꾸는 출발점은 책임의 재정의다

 

사기 범죄를 줄이기 위한 첫걸음은 명확하다. 책임을 다시 정의하는 것이다.

정부는 총괄 책임을 회피하지 말아야 하고, 금융권은 자금 흐름에 대한 책임을 거래 당사자에게만 전가해서는 안 되며, 플랫폼은 중개자라는 말 뒤에 숨을 수 없다.

 

책임이 명확해질수록 범죄의 비용은 높아진다. 초기 차단이 표준이 되고, 회수가 우선 과제가 되며, 피해 회복이 절차의 중심에 놓일 때 사기 범죄는 지금과 같은 효율을 유지하기 어렵다. 범죄를 억제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위험 대비 수익을 낮추는 것이다.

 

사기 범죄의 최대 처벌로 응답자의 46%가 ‘중형(징역 등 강한 처벌)’을 선택했다. ‘피해자 전액 변제’는 단일 항목 기준 26%로 가장 높은 선호를 보였다.(자료 GASA, 2025)

 

 

◇ 피해자를 중심에 놓는 전환이 필요하다

 

지금의 사기 대응 체계는 제도와 기관의 편의에 맞춰 설계돼 있다. 신고는 분산돼 있고, 절차는 복잡하며, 회복은 개인의 몫이다. 이 구조에서는 피해자가 끝까지 버틸 수 없다. 결국 포기하고, 침묵하고, 통계에서 사라진다.

 

사기 대응의 기준을 바꿔야 한다. “얼마나 처벌했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회복시켰는가”가 성과가 돼야 한다. 피해자가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구조가 바뀌었는지가 평가 기준이 돼야 한다.

 

◇ 선택의 시간은 이미 시작됐다

 

사기 범죄는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현재의 문제이며, 구조적 위험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피해자가 되고 있다. 이 연재가 던진 질문은 단순하다.

우리는 이 구조를 계속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바꿀 것인가.

 

구조를 바꾸는 일은 쉽지 않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고, 책임을 져야 할 주체가 늘어난다. 그러나 바꾸지 않는 대가는 더 크다. 피해는 누적되고, 신뢰는 붕괴되며, 사회는 점점 더 취약해진다.

 

◇ 사기를 방치한 사회는, 결국 스스로를 속인다

 

사기 범죄는 단지 몇몇 범죄자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사회가 어떤 위험을 방치했고, 어떤 책임을 회피했는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사기를 개인의 부주의로만 설명하는 사회는, 사실 자기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에 가깝다.

 

이 연재는 사기범을 고발하기보다, 구조를 묻고자 했다. 누구의 선택이 지금의 현실을 만들었는지, 무엇을 바꾸지 않았는지를 기록하고자 했다. 답은 이미 충분히 나와 있다. 남은 것은 선택이다.

 

사기 사회를 계속 방치할 것인가, 아니면 사기를 용납하지 않는 구조로 전환할 것인가.

이 선택은 지금, 우리 앞에 있다.

 

이 기획은 Global Anti-Scam Alliance(GASA)가 2025년 발표한 ‘State of Scams in South Korea 2025’ 보고서를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해당 보고서는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국 사회에서 사기 범죄가 얼마나 일상화·구조화되어 있는지를 수치로 보여준다.


위즈경제는 이 데이터를 단순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기 범죄가 개인의 부주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위험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누가 피해자가 되었는지보다, 왜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는지, 그리고 그 책임은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자 한다.[편집자주]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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