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전 속 미디어 생태계 전환 필요’…기술 경쟁 넘는 언론의 길을 묻다
▷정부, GPU 인프라 확충·인재 양성 통해 ‘AI 3대 강국’ 도약 의지
▷전문가 “클릭 수에 갇힌 언론 자생력 상실…공공성 회복 시급”
▷기술만으론 부족…AI 시대 저널리즘에 철학과 해석력 요구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AI의 등장과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이수아 기자 =인공지능(AI)의 급속한 발전이 기술 경쟁을 넘어 사회·산업·언론 생태계 전반에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 전문가들은 AI 컴퓨팅 인프라 확보, 차세대 기술 선점, 인재 육성을 통해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고,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의 역할과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22일 ‘AI의 등장과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AI커뮤니케이션학회가 공동주최했다.
발표를 맡은 공진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 인공지능정책기획과장은 정부의 AI 정책 방향과 기술 비전을 설명했다. 공 과장은 “한국은 AI 경쟁에서 영국, 싱가포르, 프랑스 등과 함께 3위권 국가에 속해 있다“며 “한국이 가진 디지털 인프라의 강점을 바탕으로, AI 발전에 앞선 미국·중국과 대등한 수준의 ‘AI 3대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그는 정부가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세 가지 전략을 중심으로 정책을 추진한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는 AI 혁신 생태계 조성이다. 이를 위해 GPU(그래픽 처리장치)를 중심으로 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AI 고속도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2028년까지 GPU 5만 장을 조기 확보하고 이를 기반으로 AI 산업 전반의 기술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는 “올해 추가경정예산안(추경)을 통해 약 1만3000장을 확보했으며, 내년에는 2조 원 이상의 예산을 투입해 1만5000장을 추가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두 번째는 차세대 기술 선점을 위한 선제적 투자다. AGI(범용인공지능), 피지컬 AI, AI 반도체 등 미래 핵심 기술 분야에 과감한 예산을 투입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특히 기술뿐만 아니라 인재 확보를 강조한 공 과장은 “AI 인재 양성은 가장 중요한 정책 축”이라며 “해외 우수 연구자 국내 유치 및 청년 연구자 지원 확대, 기업-대학 연계를 통한 실무형 인재 양성을 통해 AI 기술 성장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세 번째 전략은 AI를 통한 국민 삶의 질 향상과 글로벌 확산이다. 정부는 복지, 의료 등 공공 분야에 AI를 접목해 포용적 서비스를 확대하고, AI 오남용에 대한 규제와 신뢰 기반을 마련하는 등 사회적 수용성을 높이겠다고 밝혔다. 또한 전북, 대구, 창원 등에서 지역 맞춤형 대형 AX(인공지능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해 수도권과 지방 간 격차 해소에도 나설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과기정통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도 AI 주요 사업 중 하나다. 공 과장은 “현재 국가대표 AI 5개 팀을 선정해 집중 지원하고 있으며 이 중 성과가 우수한 팀은 오픈소스로 전환해 국민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밖에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ASEAN), 중동 등 전략 시장에 한국의 AI 기술을 확산시키고, AI 특화지구 조성을 통해 글로벌 인재와 스타트업의 국내 유입을 유도한다는 계획도 함께 발표했다. 그는 “짧은 시간 동안 대통령의 강한 의지 아래 AI 전략위원회 출범, 예산 3배 확대 등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졌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성과를 빠르게 내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AI 시대, 한국 언론은 자생력 잃고 구조적 한계에 갇혔다
발제를 맡은 박태웅 녹서포럼 의장은 한국 언론이 디지털 시대 전환기에서 구조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지적했다.
박 의장은 “한국 언론은 유통은 포털에 종속돼 있고 편집은 알고리즘이 하는 이중 구속 상태에 놓여 있다”며 “현재 언론 구조는 자생력이 사라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 구조를 바로잡기 위해 AI 편집국 개편, 유통 구조 정상화 등을 시급한 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특히 한국 언론은 클릭 기반의 광고 수익 구조에 묶여, 기자 1인이 하루 수십 건의 기사를 작성해야 하는 현실을 비판하며 “취재할 시간이 없고 내용의 질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자의 전문성이 축적되지 못하는 ‘순환 보직’ 구조 역시 깊이 있는 해설이나 분석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반면 미국 뉴욕타임스의 경우, 초기에 편집국 중심에 디지털 조직을 배치하고 콘텐츠 중심 전략으로 전환해 뉴스 외 수익 다변화에 성공한 사례를 언급했다.
박 의장은 “AI 시대에 미디어가 공적 감시 기능을 수행하지 않으면 사회가 무너질 수 있다”며 “한국 언론은 디지털화·AI 전환·유통 구조 개편이라는 3중 과제를 풀지 못하면 생존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는 또 AI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역할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으며, 실제 전문가 업무의 47.6%를 AI가 수행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청년층 일자리가 급속히 줄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아울러 AI의 윤리 문제와 플랫폼 기업의 책임성 부족도 함께 지적하며, 미디어가 이 시대의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동민 한국AI커뮤니케이션학회 회장은 미디어 기술의 진화가 사회와 인간의 인지에 실질적 영향을 미쳤다고 강조하며, 저널리즘이 단순한 사실 보도를 넘어 본질을 읽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언론사는 단순히 기사량을 늘리는 데 집중할 것이 아니라, 방대한 정보 속에서 중요한 점을 짚어내고 현상을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며 “현재 미디어 교육이 기술 중심에 머물러 있으며 철학적 사고 없이 현상만 보도하는 구조는 가짜 뉴스를 만들고 정치 편향을 키운다”고 우려했다.
그는 언론사가 AI·데이터 기술뿐 아니라 철학, 윤리, 분석력 중심의 기자 교육 체계를 구축하고, 심층취재를 위한 인적·시간적 자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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