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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상담이 오히려 고객 분노 키운다”…뒷수습은 상담노동자 몫

▷ 17일 상담노동자 현장 간담회 열려
▷ AI 상담으로 인원 감축…상담노동자 소모품 취급 말아야

입력 : 2025.10.20 13:00 수정 : 2025.10.20 13:18
“AI 상담이 오히려 고객 분노 키운다”…뒷수습은 상담노동자 몫 17일 공공운수노동조합(이하 공공운수노조)의 주최로 사단법인 희망씨 희망연대본부에서 ‘감정노동자 보호법’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현장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전희수 기자 = 감정노동 현장에서 AI 상담이 도입된 이후, 상담노동자의 피로도가 오히려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7일 공공운수노동조합(이하 공공운수노조)의 주최로 사단법인 희망씨 희망연대본부에서 ‘감정노동자 보호법’ 개선 방향을 논의하는 현장 간담회가 열렸다.

 

올해로 시행 7년째를 맞은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지난 2018년 10월 18일부터 산업안전보건법 제41조(현 제41조의2)에 따라 시행되고 있다. 이 제도는 고객의 폭언 및 폭행 등으로 인한 감정노동자의 건강장해를 예방하기 위해 사업주에게 보호조치를 의무화한 것이다.

 

사업주는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해 감정노동자가 건강장해를 입지 않도록 ▲폭언 예방 문구 게시 ▲고객응대 매뉴얼 마련 ▲교육 실시 ▲업무 일시 중단 또는 휴식 부여 ▲치료·상담 지원 등을 해야 하며, 근로자는 사업주에게 이를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이러한 감정노동자 보호조치가 형식적인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특히 금융권 상담노동자들은 사업장 측의 AI 상담 도입 이후 고객들의 폭언 증가와 인원 감축 등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김수지 든든한콜센터지부 하이카손해사정사지회 지회장은 “저희 콜센터는 고객의 교통사고, 차량 전, 타이어 펑크, 차량 고장 등으로 견인이 필요할 때 가장 먼저 연락받는 곳으로, 고객의 불편함이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히 사고 접수와 고장 출동 접수를 처리하고 있다”“그러나 회사는 자동화라는 명목으로 고객이 자동 응답 시스템인 ARS나 모바일을 통해 직접 접수하는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지회장은 “이로 인해 위치 기반 동의로 고객의 위치 파악이 쉽고 접수가 간단한 민원은 자동으로 처리되는 반면, 고속도로처럼 위치 파악이 어렵거나 접수가 복잡한 콜만 상담사에게 연결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동화 접수 과정에서 본인 확인 실패나 시스템 오류로 접수가 불가능할 경우, 고객들은 긴급한 상황에서 다시 상담사에게 재연결된다”“이 과정에서 고객의 분노가 상담노동자에게 그대로 쏟아지고, 상담노동자는 고객의 감정 대출 대상이 된다”고 토로했다.

그는 “자동화 접수가 실패해 연결된 고객에게 계약 확인을 위해 이름과 생년월일 등 정보를 추가로 요청하면, 이미 감정이 격양된 고객은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않거나 일부러 말의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발음을 흘린다”“상담사가 알아듣지 못하면 조롱하고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 지회장은 회사의 AI 자동 상담이 오히려 고객의 불만을 증폭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사고 접수가 완료된 고객은 이후 보상 담당자의 연락을 기다리는데, 회사는 고객의 의사와 무관하게 AI 음성봇을 통해 자동으로 전화를 걸어 이미 확인한 주민등록번호나 병원 정보 등을 다시 묻는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사고가 심해 정신이 없는 상황에서 AI 같은 기계음으로 전화해 같은 말을 반복한다”며 상담노동자에게 격한 항의를 쏟아낸다고 설명했다.

그는 “AI 상담 도입으로 고객의 불만이 늘어나고 있음에도 회사는 고객 평가 점수 하락의 원인을 상담사 개인의 역량 문제로만 본다”“상담노동자가 감정노동으로 고통받는 현실을 외면한 채, AI 자동화 도입을 통한 인원 감축만을 목표로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올해 1월 AI 도입으로 업무량이 줄었다는 이유로 CS 부서의 상담노동자 7명을 강제로 부서를 전환시켰다”“결국 7명 중 6명이 퇴사를 했고, 남아 있는 상담노동자들은 부서 전환의 두려움 속에서 일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지부장은 “하이카 콜센터 상담노동자의 간절한 바람은 모회사인 현대해상이 직접 나서 상담사의 목소리에 귀기울이고, AI 발전과 함께 상담사의 노동 인권이 존중되는 지속 가능한 방향으로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 AI 상담으로 인원 감축이 아닌, AI와 상담사의 상생 방향 모색해야 

 

민원 대응 중인 상담원 (사진=연합뉴스)

김현주 든든한콜센터지부 지부장은 보험사의 기업 윤리 없이 AI 도입만으로 비용 절감 및 인원을 감축하려는 상황을 지적했다. 그는 “5대 손해보험사 중 대다수의 사업장에서 AI를 통해 사고 접수를 받고 있다”“이로 인해 모바일이나 AI를 통한 차량 사고 접수 시 고객이 2차 사고 발생 위험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한 채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주 지부장은 “금융권에서는 AI 상담 도입으로 인원을 감축할 것이 아니라, 상담노동자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오히려 인력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KB경영연구소의 ‘AI와 인간의 협업을 통한 금융 상담 혁신’ 보고서에 따르면, AI 상담 서비스는 단순 문의 처리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됐지만 AI가 문의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고객이 감정이 상한 채로 상담이 이관되고, 결국 인간 상담원이 뒷수습을 해야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승우 KB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어설픈 AI 상담원’은 고객 신뢰를 떨어뜨리고 상담노동자의 피로도를 높이며 문제 해결에 소요되는 시간만 늘리는 역효과를 초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금융기관들은 내부에서 디지털 전환과 비용 효율화를 이유로 오프라인 영업점과 상담 인력을 지속적으로 축소하고 있다.

4대 은행의 국내 영업점 수는 2020년 3월 말 3,453개에서 2025년 3월 말 2,705개로 3년 새 21.7% 줄었으며, 직원 수는 2022년 5만 6,248명에서 2024년 5만 5,231명으로 1.81% 감소했다. 또한 공개채용 규모도 2023년 1,000명에서 2025년 540명으로 절반 가까이 축소됐다.

최 연구위원은 “AI가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를 담당하고, 인간 상담원이 전략적이고 고부가가치 업무에 집중하는 등 AI의 효율성과 인간의 전문성이 조화롭게 융합되는 업무 구조로 재편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수지 지부장은 “AI와 자동화는 상담노동자와 상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사업장은 비용 절감과 인원 감축을 이유로 콜센터 상담사를 소모품처럼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이어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AI로 상담사를 대체하겠다는 위험한 생각을 버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희수 사진
전희수 기자  heesoo5122@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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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냐가 토론의 장이되야한다는 말씀 공감하며 중증발달장애인의 또다른 자립주택의 허상을 깨닫고 안전한 거주시설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추구하여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할수있도록 거주시설어 선진화에 힘을 쏟을때라 생각합니다 충분한 돌봄이 가능하도록 돌봄인력충원과 시설선진화에 국가에서는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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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이 자립생활을 위한 기반이 되야합니다. 이를위해 전문인력이 배치되고, 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지역사회와 연계된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장애인이 보호받으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공간으로 거주시설을 개선하고 지원 되이야 가족도 지역사회에서도 안심할 수 있게 정책개발 및 지원 해야 한다는 김미애의원의 말씀에 감동받고 꼭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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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발달장애인의 주거선택권을 보장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바랍니다. 탈시설을 주장하시는 의원님들 시설이란 인권을 빼앗는 곳이라는 선입관과 잘못된 이해를 부추기지 마세요. 중중발달장애인을 위해 노화된 시설을 개선해 주세요. 또, 그들의 삶의 보금자리를 폐쇄한다는 등 위협을 하지 마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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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이 멀리 있어서 유트브로 시청했는데 시설장애인 부모로 장애인들이 시설이든 지역이든 가정이든 온전히 사회인으로 살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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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시설 개념에 대해 페터 슈미트 카리타스 빈 총괄본부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게재된 탈시설화는 무조건적인 시설 폐쇄를 의미하지 않으며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주거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발달장애인의 거주 서비스는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전적 행동이 있는 경우, 자립 지원이 필요한 경우 등 여러 거주 서비스 필요성에 의해 장기요양형 거주 시설부터 지역사회 내 자립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거주시설에서의 자립생활 목소리가 정책으로 연결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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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도 자기 삶을 결정하고 선택 할 귄리가 있습니다. 누가 그들의 삶을 대신 결정합니까? 시설에서 사느냐 지역사회에서 사느냐가 중요 한게 아니고 살고 싶은데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살아야합니다. 개인의 선택과 의사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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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거주시설에서의 생활은 원가정을 떠나 공동체로의 자립을 한 것입니다. 거주시설은 지역사회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시설안과 밖에서 너무도 다양하게 활동합니다. 원가정이나 관리감독이 어려운 좁은 임대주택에서의 삶과 다른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야 말로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성이 향상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곳 입니다.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이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아가기란 주변의 민원과 벌래 보듯한 따가운 시선 그리고 돌발행동으로 위험한 상황이 많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늙고 힘없는 부모나 활동지원사는 대처할수 있는 여건이 안되고 심지어 경찰에 부탁을 해 봐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 입니다. 그러나 거주시설은 가장 전문성이 있는 종사자들의 사명과 사랑이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을 웃게 만들고 비장애인들의 눈치를 안봐도 되고 외부활동도 단체가 움직이니 그만큼 보호 받을수 있습니다 . 예로 활동지원사가 최중증발달장애인을 하루 돌보고는 줄행랑을 쳤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