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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부르는 알고리즘’…배달 플랫폼이 산재 1위 된 이유

▷ 올해 1분기 건설업 제치고 배달업이 산업재해 1위
▷ “주행 중 메시지 응답 강요”…플랫폼 알고리즘이 사고 유발한다
▷ 전문가 “산재 인정·알고리즘 규제·ILO 협약 비준 등 제도 개선 시급”

입력 : 2025.09.05 17:00 수정 : 2025.09.05 17:48
‘죽음 부르는 알고리즘’…배달 플랫폼이 산재 1위 된 이유 5일 국회 본청에서 배달노동자의 생명안전과 운임안정을 위한 ‘우리는 거리의 노동자다’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위즈경제)
 

[위즈경제] 이수아 기자 =배달노동자의 생명안전과 운임안정을 위한 ‘우리는 거리의 노동자다’ 토론회가 5일 국회 본청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혁신정책연구원·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가 주최하고 조국혁신당 정책위원회가 주관했다. 김종진 일하는 시민연구소 소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강태선 서울사이버대학교 안전관리학과 교수와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가 발표했다. 

 

발표를 맡은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는 주행 중 스마트폰 조작을 강요하는 배달앱 알고리즘이 라이더들의 산재와 사망사고를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 집행책임자는 “산업재해(산재) 사상자 수가 2025년 1분기 기준 우아한 청년들(527명)과 쿠팡이츠(241명)의 산재가 발생했다”“건설업(대우건설 101명·현대건설(85명)·롯데건설(73명)을 제치고 배달업이 부동의 1위 산재업종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상반기 16명 배달 라이더 산재사망사고 중 ‘중대재해’는 1건도 없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른 중대재해로 인정되려면 사업주·경영책임자 등이 취해야 할 안전보건 조치와 위험 방지를 위한 죄를 명시하고 있지만 배달노동자에게 해당되지 않았다.

 

그는 “도로 위를 달리는 모빌리티 플랫폼 노동자의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대부분 ‘도로 사정을 플랫폼기업이 통제할 수도 없고, 재해예방을 위해 쓸 수단도 마땅치 않다’는 이유로 중대재해법에서 제외된다”고 말했다. 

 

 

발표를 맡은 오민규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집행책임자 (사진=위즈경제)

 

2024년 4월 ‘우아한청년들’이 서비스 연맹 배달플랫폼노조와 공동으로 110명의 노조 조합원을 대상으로 현장조사 및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조합원이 가장 많이 꼽은 위험성이 높은 요인은 ▲비, 눈 등으로 도로 상황 악화에 따른 미끄러운 도로 요인 ▲타 운전자의 신호위반, 과속 등에 따른 사고 ▲도로상태 불량(모래, 파손 등)에 의한 미끄러짐 사고 등이 예시다. 

 

기타 항목으로는 배달 인센티브 충족하려다 발생하는 사고가 지적됐다. 가장 대표적으로 문제가 되는 알고리즘은 주행 중에 라이더들이 반복해서 스마트폰을 보고 조작하도록 요구하는 알림이다. 

 

플랫폼 앱은 배달 업무를 할당한 뒤 배달 완료 예상 시간을 자동 계산한다. 예상시간을 초과할 경우 앱은 자동으로 ▲라이더 배달 진행 상황 ▲배달 중 어려움 ▲다른 라이더 배정 여부 등의 질문 메시지를 발송하게 된다. 

 

플랫폼 기업의 알고리즘은 ‘무조건 빨리’, ‘고객 불만 없이 신속하게’ 배달이 완료되도록 라이더를 압박하기 위한 방식이다. 라이더는 주행중에 장갑 벗고 스마트폰 잠금해제 후 일일이 답변을 해야 하는데, 답변이 늦어지면 불이익을 받기 때문이다. 

 

오 집행책임자는 “주행 중 전화를 받는 것도 사고를 유발하는데, 전화보다 더 위험한 메시지 응대를 시도때도 없이 요구하고 있다”며 지적했다. 주행 중 스마트폰 조작은 주의분산을 유도하며 라이더에게 압박을 주는 요소로 과속과 위험운전의 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플랫폼 기업 알고리즘이 산재 유발…정부의 강력한 근로감독 필요

 

오민규 집행책임자는 배달 노동자 중대해재 및 산재예방 대책을 수립하기 위해 ▲라이더 사망사고 중대재해 인정 및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 ▲죽음의 알고리즘에 대한 근로감독·산업안전감독 ▲극단적 프로모션·미션 대신 안전운임제·정책배달료·최저임금 보장 ▲ 산재 예방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 축적 및 분석 ▲알고리즘 투명성 확보, 노사간 알고리즘 단체교섭 활성화를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배달노동자 (사진=위즈경제)

 

오 집행책임자는 “행정적으로 의지만 있다면 배달 라이더 중대재해 인정이 가능하다”“플랫폼노동 전반에 대한 산재예방 대책 수립을 위해서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면 적용· ILO 제190호 협약 비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ILO 제190호 협약은 감정노동자 보호조치, 직장내 및 직장외 괴롭힘으로부터의 보호를 근로계약 체결 여부를 묻지 않고 노무를 제공하는 모든 이에게 권리를 보장하는 협약이다. 

 

그는 “산재 사고를 유발하는 알고리즘에 대해 철저한 근로감독이 절실하다”“일감 배정(배차), 등급·평점, 계정정지, 가격 결정 알고리즘 등을 감독해 배달 라이더 죽음의 근본 원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극단적 프로모션과 미션에 대해서 그는 “기본 배달료를 상승시키면 미션·프로모션 재량권이 축소된다”“더 나아가 안전운임제·적정배달료·최저임금 보장이 이뤄지면 라이더 안전에 획기적 전환점이 마련된다”고 주장했다.

 

극단적 프로모션은 라이더가 짧은 시간 안에 과도한 건수를 수행해야만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설정한 미션형 과제나 성과급 제도를 말한다.

 

오 집행책임자는 산재를 예방하기 위해서 추돌사고, 미끄러짐 사고 등 어떠한 위험에 노출되는지 데이터를 분석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현재 축적된 산재 데이터만 분석해도 현재 상황보다 나아질 것”이라며 “데이터를 통해 안전교육과 사고 예방 방식 등 다양한 예방 방안을 제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유럽연합 플랫폼노동입법지침은 ‘알고리즘 관리’ 입법을 통해 알고리즘 투명성을 위한 강력한 규제 수단을 도입했다고 전했다. 그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알고리즘 투명성에 대해 논의하고 배달 노동자의 안전을 지켜야 한다”고 전했다. 

 

 

왼쪽부터 정춘생 조국혁신당 정책위원회 의장,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 박정훈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 (사진=위즈경제)

 

한편, 이번 자리에는 강태선 서울사이버대학교 교수, 조현주 노동자권리연구소 연구위원, 류현철 일환경건강센터 이사장, 박승선 우아한형제 라이더정책실장 라이더, 강동진 쿠팡이츠서비스 상무, 최정원 국토교통부 생활물류정책팀장, 박윤경 고용노동부 산업안전기준과장이 참석해 토론에 참여했다. 

 

환영사를 맡은 박정훈 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은 “대한민국 산재 1위 기업이 배달 플랫폼 기업”이라며 “중대 재해가 발생해도 도로는 사업주 관할이 아니며 통제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재해 조사조차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2011년 한 피자 업체의 30분 배달제로 인해 20년간 피자 배달 노동자들의 죽음이 발생했다”“2025년에는 배달 플랫폼 기업들이 앱 프로그램을 통해 5~10분 내로 배달하도록 간접적으로 제한하는 앱을 이용한다”고 주장했다. 

 

인사말을 전한 김선민 조국혁신당 대표 권한대행은 “배달 노동자는 국민 일상을 지탱하는 필수노동자”라며 “이들은 장시간 노동, 불안정한 수입구조, 산업재해의 위험에 노출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 24일 노란 봉투법이 통과됐지만 배달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특수고용직은 여전히 노동권의 사각지대에 있다”“중대재해처벌법,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 등 관련법 개정을 통해 노동 존중 사회를 실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한창민 사회민주당 대표는 “올해 상반기에만 16명의 배달 노동자가 산재사고로 목숨을 잃었다”“불과 5~6년 전만 해도 건설·광산·제조업이 산재 승인 건수 상위권이였지만, 현재는 배달 플랫폼이 부동의 1위”라고 밝혔다. 

 

한 대표는 배달 노동자의 죽음은 노동형태의 따라가지 못하는 법체계와 ‘빠른 배달’을 강요하는 플랫폼기업의 알고리즘을 지적했다. 교통 사정으로 예상 시간이 조금만 지연돼도 배달 노동자를 독촉하며, 오토바이 주행 중 전화 통화보다 더 위험한 메시지 응대를 요구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알고리즘 규제로 죽음의 속도 경쟁을 멈춰야 한다”“이와 더불어 플랫폼노동에 대한 산업 안전조치를 강화하는 법·제도개선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수아 사진
이수아 기자  lovepoem430@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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