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지급금 늘리고 융자 내놨지만…박지순 교수 "체불 대책 구조 바꿔야"
▷ 도산대지급금 범위 확대에도… 재직자·6개월 이전 체불 제외 한계
▷ 체불 지원책 ‘생계비 융자’… 임금 보전 아닌 대출 지원 방식
▷ “단순 대출 넘어 보험·공제 등 구조적 전환 필요”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위즈경제] 장석찬 기자 =정부가 임금체불 근로자를 위해 도산대지급금 확대 등 대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과거보다 보장 범위를 늘려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이 땜빵식 구제 조치 자체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진단이 나왔다.
박지순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대출을 내주어 견디게 하는 방식은 근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단순히 보장 기간이나 융자 규모를 늘리는 차원을 넘어, 보험과 공제 등 사회적으로 위험을 분산하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원 제도의 '액수'가 아니라 '구조'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의 판단이다.
◇ 도산대지급금 범위 확대…여전히 남는 생계 공백
개정 임금채권보장법에 따라 도산대지급금의 임금 산정 범위가 퇴직 전 최종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됐다. 장기 체불 근로자가 대지급금을 통해 보전받을 수 있는 범위가 넓어진 셈이다.
하지만 모든 체불임금이 구제되는 것은 아니다. 대지급금 기준이 퇴직 전 6개월까지 확대됐을 뿐, 6개월 이전에 발생한 체불임금은 여전히 대상에서 제외된다.
재직 근로자에게 적용되는 간이대지급금 산정 범위 역시 기존 3개월로 유지됐다. 회사를 다니는 상태라 실업급여조차 받지 못하는 재직 근로자는 체불이 길어질 경우 당장의 생계 공백을 메우기 어렵다.
정부가 내놓은 보완책은 '체불 근로자 생계비 융자'다. 연 1%대 저리로 생계자금을 빌려주는 제도지만, 결국 근로자가 갚아야 할 대출이다. 사업주의 임금 미지급으로 발생한 부담을 근로자가 빚을 내어 견디는 구조다.
◇ “융자는 대출일 뿐…보호 수단 다변화해야”
박 교수는 생계비 융자의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임금을 받지 못한 근로자에게 다시 상환 부담을 지우는 방식은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단순한 지원 규모 확대를 넘어 '보호 수단의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우선 현행 임금채권보장기금의 보험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사업장의 체불 위험도나 과거 이력에 따라 사업주가 내는 부담금 비율에 차등을 두는 방식이다. 자동차보험처럼 체불 위험이 높거나 반복적인 사업주에게 더 큰 재정적 책임을 묻자는 취지다.
아울러 중소기업들이 체불 위험을 공동으로 분담하는 공제 방식 도입도 제안했다. 민간 영역에서 담기 어려운 체불 위험을 사회적·제도적으로 분산하자는 의미다.
박 교수는 “단순히 빚을 내어 버티게 하는 구제 방식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며 “단일 제도에만 의존하기보다 보험과 공제 등 다양한 위험 분산 장치를 마련해 임금체불이라는 사회적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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