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세는 멈췄지만 긴장은 지속… 정책 리스크의 재부상
▷ “무효화됐지만 사라지지 않았다”… 관세 리스크의 귀환
▷ 고용이 살리면 동결, 꺾이면 인하… 3월 FOMC ‘양방향 압력’
1편 뉴욕증권거래소(사진=연합뉴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미국 대법원이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제동을 걸었지만, 시장은 안도하기보다 다시 경계 모드로 돌아섰다. 관세는 법적으로 흔들렸지만, 정책 불확실성은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24일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국제금융속보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SNS를 통해 “기존 무역협정에 장난치는(play games with their existing US trade agreements) 국가들은 더 높은 관세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관세 부과에 의회의 승인이 필요하지 않다고 주장하며, 다양한 법적 수단을 통한 재도입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는 단순한 정치적 발언을 넘어 시장의 정책 경로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변수다. 블룸버그는 대법원 판결이 환영할 만한 결정이지만, 이미 발생한 경제적 피해를 되돌리기는 어렵고 향후 행정부의 대응 방식에 따라 재정·경제·헌정 리스크가 동시에 재부상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관세는 무역정책을 넘어 기업 투자와 소비자 물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민주당은 관세 연장 시도를 저지하겠다고 밝혔지만, 법적·정치적 공방이 길어질수록 기업들은 가격정책·재고 확보·설비투자 결정을 미루게 된다. 불확실성 자체가 비용으로 작용하는 구조다.
여기에 미·중 관계도 완전한 해빙 국면으로 보기는 어렵다. 양국은 1년간의 무역 휴전에 합의했지만, 이를 두고 ‘전략적 안정’이라는 평가와 ‘불안정한 휴전’이라는 시각이 엇갈린다. 대만 문제, 희토류 공급망 등 구조적 갈등 요인이 해소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휴전은 긴장의 종결이 아니라 ‘유예’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관세 리스크가 재점화되는 가운데, 연준의 통화정책 역시 또 다른 변수로 떠올랐다. 크리스토퍼 월러 연준 이사는 2월 고용지표가 1월처럼 강하게 나온다면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 동결이 적절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반대로 고용이 둔화된다면 금리 인하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현재 시장에서는 동결과 인하 가능성을 거의 절반씩 반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1월 고용은 13만 건 증가하며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그러나 12월 제조업 수주는 전월 대비 0.7% 감소했다. 항공기 수주 급감이 영향을 미쳤지만, 항공기를 제외한 비국방 자본재 수주는 증가세를 보였다. AI 투자 확대가 일부 설비투자를 지탱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문제는 이런 지표 혼조가 연준의 정책 판단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고용은 견조하지만 제조업은 둔화 신호를 보이고, AI 투자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다. 인플레이션이 재가속할 경우 금리 인하 기대는 빠르게 후퇴할 수 있다. 반대로 경기 둔화 신호가 뚜렷해지면 정책 기조는 급선회할 가능성도 있다.
시장은 이미 이러한 양방향 리스크를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5bp 하락했고, S&P500 지수는 1% 넘게 하락했다. 달러화지수는 소폭 약세를 보였지만, 변동성지수(VIX)는 10% 이상 급등했다. 이는 겉으로는 안정돼 보이는 시장 내부에서 위험 프리미엄이 재조정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한국 역시 자유롭지 않다. 뉴욕 차액결제선물환(NDF)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40원대를 기록했고, 한국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도 소폭 상승했다. 글로벌 정책 불확실성이 확대될수록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환율과 자금 흐름 측면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결국 이번 흐름의 핵심은 ‘관세의 법적 효력’이 아니라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다. 대법원 판결은 일시적 안도감을 줄 수 있지만, 행정부와 의회가 충돌하고 무역정책이 정치화될수록 시장은 다시 방어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관세, 금리,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에 흔들리는 국면에서 글로벌 금융시장은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다. 정책이 시장을 진정시킬지, 아니면 불확실성을 증폭시킬지는 향후 몇 주간의 데이터와 정치 일정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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