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우크라 전 에너지장관 출국 시도 중 체포…‘미다스 사건’ 수사 급물살
▷ ‘미다스 작전’ 15개월 수사 결실…국영 원전기업 계약 리베이트 의혹
▷ EU 가입·대선 압박 속 젤렌스키 정부에 다시 번진 반부패 시험대
지난 23년 9월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열린 '한국-우크라이나 재건 협력 포럼'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게르만 갈루셴코 우크라이나 에너지부 전 장관(사진 좌측).(사진=연합)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우크라이나 전 에너지부 장관이 국경을 넘으려다 당국에 체포됐다. BBC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반부패 수사당국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전직 에너지 장관이 “국경을 통과하던 중” 구금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름을 공식 확인하지 않았으나, 복수의 우크라이나 현지 매체는 해당 인물이 게르만 갈루셴코(German Galushchenko) 전 장관이라고 전했다.
수사를 담당하는 국가반부패국(NABU)은 이번 체포가 이른바 ‘미다스(Midas) 사건’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미다스 작전’은 우크라이나 에너지 부문에서 약 1억 달러(약 7500만 파운드) 규모의 횡령이 이뤄졌다는 의혹을 15개월간 추적해온 대규모 반부패 수사다. 수사에는 반부패 전담기구인 특수반부패검찰청(SAP)도 참여했다.
BBC에 따르면, 갈루셴코 전 장관은 기차를 타고 출국을 시도하던 중 체포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 경비대에는 그가 도주를 시도할 경우 즉시 당국에 통보하라는 지시가 내려져 있었으며, 그는 추가 조사를 위해 수도 키이우로 이송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국영 원전기업 계약서 ‘10~15% 리베이트’ 의혹
수사당국은 이번 사건이 우크라이나 국영 원전 운영사 ‘에네르고아톰(Energoatom)’과 관련된 계약 과정에서 조직적으로 리베이트를 챙긴 구조라고 보고 있다. 갈루셴코 전 장관을 포함한 일부 인사들이 계약 금액의 10~15%에 해당하는 금액을 체계적으로 되돌려 받았다는 것이다.
NABU는 현금이 가득 담긴 가방 사진을 공개하며 자금 세탁 정황도 포착했다고 밝혔다. 수사당국은 해당 자금이 해외로 이전됐으며, 일부는 러시아로 흘러들어갔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다만 구체적인 송금 경로나 관련 인물에 대한 세부 내용은 추가 발표를 예고한 상태다.
갈루셴코 전 장관은 앞서 의혹이 불거졌을 당시 “혐의에 맞서 적극적으로 방어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 젤렌스키 정부에 번진 정치적 파장
이번 사건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 정부에 또 한 번 정치적 부담을 안기고 있다. BBC는 해당 비리가 러시아의 전면 침공 이후 에너지 인프라가 집중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드러나 국내 여론의 분노를 키웠다고 전했다. 특히 혹한을 앞두고 전력망 복구가 국가적 과제로 떠오른 시점이어서 파장은 더욱 컸다.
스캔들은 젤렌스키 대통령의 최측근인 안드리 예르마크 대통령실장의 사임으로도 이어졌다. 예르마크는 자택 압수수색 이후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대통령과 예르마크 모두 이번 사건과 관련해 직접적인 위법 혐의를 받지는 않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 내에서는 전시 상황을 이유로 2022년 이후 중단된 우크라이나 선거를 재개해야 한다는 압박도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헌법은 계엄 상황에서 선거를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 EU 가입 관문 ‘반부패’ 시험대
우크라이나는 오랜 기간 구조적 부패 문제로 지적을 받아왔으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10여 년 전부터 NABU와 SAP 등 반부패 기구를 운영해왔다. 그러나 이번 대형 비리 의혹은 제도적 장치가 여전히 충분한 억지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부패 개혁은 우크라이나의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에서 핵심 조건 중 하나다. BBC는 “부패 척결은 EU 가입을 위한 주요 요건으로 간주된다”고 지적했다.
전 부총리 올렉시 체르니쇼우 역시 지난해 11월 ‘부당한 재산 증식’ 혐의로 체포됐으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과거 TV 제작사 ‘콰르탈95(Kvartal95)’ 공동 소유주로 알려진 사업가 티무르 민디치도 수사 대상에 오르자 출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반부패 당국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추가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전시 체제 속에서도 부패 척결을 약속해온 젤렌스키 정부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신뢰 회복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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