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다트] 삼성전기, AI 서버가 바꾼 실적 지도… ‘비수기 공식’ 깼다
▷증권가, 목표주가 최고 40만원으로 상향… FC-BGA 공급자 우위 시장 진입
▷MLCC 전장·산업 비중 50% 육박, IT 의존도 낮추며 체질 개선 성공
삼성전기 수원사업장 전경. 사진=삼성전기
[위즈경제] 류으뜸 기자 =삼성전기가 인공지능(AI)과 전장이라는 거대한 파도를 타고 기업 체질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다. 그동안 삼성전기의 발목을 잡았던 ‘4분기 비수기’라는 해묵은 공식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분위기다.
증권가는 삼성전기의 주력 제품인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고성능 패키지 기판(FC-BGA)이 AI 인프라 구축의 핵심 병목 지점을 해결할 필수재로 등극했다는 점에 주목하며, 목표주가를 일제히 상향 조정하고 나섰다. 특히 미래에셋증권은 업계 최고 수준인 40만 원의 목표가를 제시하며 삼성전기의 '리레이팅(가치 재평가)'을 선언했다.
◇‘서버의 힘’으로 비수기 잔혹사 끊어낸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26일 금융투자업계와 부품업계에 따르면, 삼성전기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은 매출 2조 9,021억 원, 영업이익 2,395억 원을 기록하며 시장을 놀라게 했다. 이는 증권가 예상치(컨센서스)를 약 5% 이상 웃도는 성적으로, 통상적으로 세트 업체들의 연말 재고 조정과 스마트폰 수요 둔화가 겹치는 4분기의 전형적인 흐름을 완전히 거스른 수치다.
실적 반등의 일등 공신은 단연 AI 서버향 매출 확대다. 서버용 부품은 일반 모바일용 제품보다 기술적 난도가 높아 단가가 월등히 높고 공급 물량도 안정적이어서 가격(Price)과 물량(Quantity) 상승을 동시에 이끌어냈다. 여기에 전 사업부의 수율 개선과 우호적인 환율 환경이 맞물리며 8.3%의 견조한 영업이익률을 달성하는 원동력이 됐다.
◇기판 사업의 화려한 변신… “FC-BGA, 이제는 예약제 시장”
가장 극적인 변화는 패키지 솔루션 사업부에서 감지된다. 특히 고성능 반도체를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FC-BGA 기판은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절대적 공급자 우위’ 시장에 진입했다는 평가다. 과거 모바일용 기판 비중이 높았던 체질에서 벗어나, 현재는 서버와 네트워크용 비중이 전체 응용처 내 절반 수준에 육박한다.
박준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목표주가를 40만 원으로 상향하며 “이제 서버용 기판은 예약금을 내고 기다려야 할 판”이라고 진단했다. AI 가속기와 서버 CPU 등에 들어가는 대면적 고다층 기판 채택이 급증하면서 삼성전기의 생산 라인은 올해 하반기 ‘풀가동(Full-capa)’ 상태에 도달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기존 2개였던 서버향 고객사가 신규 고객 4개를 추가하며 6개로 늘어나는 등 고객사 다변화 성과도 뚜렷하다.
◇MLCC, '사실상 숏티지' 국면… 전장·산업용이 실적 지지
삼성전기의 캐시카우인 MLCC 사업부 역시 환골탈태를 마쳤다. 스마트폰 등 IT 기기 사이클에 휘둘리던 과거의 변동성에서 탈피했다는 분석이다. 최근 삼성전기의 MLCC 매출 중 자동차 전장(ADAS·전기차)과 서버 전원부 매출 비중은 전체의 50%에 근접하며 이익 방어력을 높였다.
현재 삼성전기의 MLCC 가동률은 90% 이상을 꾸준히 유지 중이며, 재고 수준 또한 4~5주 정도로 매우 타이트하게 관리되고 있다. DS투자증권은 "AI 서버 랙 구조가 고도화될수록 전력 관리를 위한 MLCC 탑재량이 급증해 고부가 제품에 대한 사실상 숏티지 국면으로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특히 하나증권은 일부 고객사들이 분기 단위 계약을 연간 단위로 전환할 만큼 수급 환경이 타이트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 2026년의 새로운 병기, '휴머노이드 로봇'과 '글래스 기판'
기존 사업의 견조함 위에 신사업 모멘텀도 가시화되고 있다. 삼성전기는 이르면 올해 상반기부터 휴머노이드 로봇향 카메라 모듈 공급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초기에는 기존 전장용과 유사한 스펙으로 시작하나, 점차 화소수를 높이는 등 스펙 업그레이드가 진행되어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전망이다.
또한, 차세대 기판으로 꼽히는 ‘글래스 기판’ 역시 중장기 실적의 핵심 변수다. 반도체 칩과 기판의 물리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글래스 기판은 주요 빅테크 업체들의 높은 관심을 받고 있어, 조기 양산 여부가 주가 리레이팅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제적 투자와 공급망 관리… "성장의 결실 맺는다"
삼성전기는 폭발적인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공격적인 설비 투자(Capex)를 단행하고 있다. 올해 기판 사업에만 1.4~1.5조 원 수준의 투자가 예상되며, 이는 작년 대비 대폭 증액된 수치다. 또한 필리핀 신공장은 2027년 말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어 중장기적인 공급 능력 확대도 차질 없이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제적 투자가 하반기 공급자 우위 시장에서 삼성전기의 협상력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내다본다. 공급자가 가격 결정권을 쥐는 시장 환경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분 전가는 물론, 웃돈을 얹어주는 예약 구매 문화까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서사보다 실질 지표에 집중할 때”
장밋빛 전망 속에서도 확인해야 할 지표는 명확하다. 전문가들은 가파른 성장세만큼 리스크 관리도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는다. 특히 추가 설비 투자에 따른 감가상각 비용 부담을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향후 이익 가시성을 결정할 전망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기는 이제 단순한 부품 공급사를 넘어 AI와 전장을 아우르는 종합 솔루션 파트너로 재평가받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AI 수혜’라는 포괄적인 서사보다 가동률, 수율, 그리고 구체적인 수주 성과가 숫자로 증명되는 실질 지표에 집중하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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