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전세사기, 책임은 왜 피해자 몫인가 [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청년·신혼부부·이주민까지…진화하는 전세사기
▷깡통전세와 갭투자, 구조적 허점이 부른 피해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사회…법과 제도는 여전히 뒷북
올해 3월 동작구 아트하우스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가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위즈경제] 이수아 기자 =최근 전세사기 피해 상황은 단순히 일부 악덕 임대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청년, 신혼부부, 이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깡통전세나 갭투자 등의 수법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경북 구미에 거주하는 피해자 A 씨는 결혼을 앞두고 전세사기를 당했다.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고, 결국 파혼까지 이르렀다. 그는 하루아침에 전세금과 예비 가정을 동시에 잃었다.
최근에는 이주노동자 등 외국인 전세사기 피해도 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외국인 B 씨는 전세사기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되지만, 실제 지원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LH 피해주택 매입 제도는 내국인 계약에만 적용돼, 피해 사실이 명확해도 주택 매입이나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피해자의 경우 부동산 용어나 법 절차가 생소할 뿐 아니라 언어 장벽까지 겹친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 외국인 통역 창구가 있지만 통역 직원이 전세사기 관련 법률을 숙지하지 못해 실질적인 법적 지원을 받기 어렵다.
강다영 서울 동작구 아트하우스 피해대책위 위원장은 2023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전세대출 지원 소식을 듣고 직장 생활로 모은 돈과 함께 8천만 원을 대출받아 전셋집을 구했다. 그는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에 근저당 9억 원이 설정된 것을 확인하고 불안을 느꼈지만, 공인중개사는 “임대인이 현금이 많고 건물 시세가 30억 원을 넘는다”며 안심시켰다.
그러나 다음 해 1월, 임대인은 파산을 이유로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심지어 ‘건물이 안전하다’고 말했던 공인중개사는 알고 보니 임대인의 딸이었다. 임대인은 총 4채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자금 없이 은행 대출과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형적인 ‘갭투자’ 수법이었다.
갭투자는 매매가격과 전세금의 차이만큼만 자금을 투입해 집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전세보증금으로 적은 실투자금으로 주택을 사들인 뒤 시세 차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그러나 계약 당시 공인중개사가 “30억 원대 건물”이라 주장했던 해당 건물은 법원 감정평가 결과 18억 원 수준으로,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초과하는 ‘깡통전세’ 구조였다.
집값이 하락하거나 보증금을 반환할 여력이 사라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강 위원장은 또 다른 문제로 전세대출 심사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그는 “거주 주택이 다중주택 구조의 위반 건축물이었고, 불법 취사시설까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은행은 아무 문제없이 대출을 승인했다”며 “깡통전세 여부나 보증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검토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임대인에게 유사한 피해를 본 사람은 76여 명에 달하며,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규모는 약 70억 원에 이른다.
◇ 세금 체납 뒤 공매…또 다른 ‘전세사기 함정’
최근 세입자가 거주 중인 전세주택이 집주인의 세금 체납으로 공매에 넘어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증금 회수가 막히는 또 다른 형태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 공매 입찰은 2016~2020년까지 연평균 1,800건 안팎이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급증해 지난해 약 3,000건으로 달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1,800여 건이 진행됐다.
특히 전세임대차 계약이 설정된 공매 물건은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약 5년간 6,300여 건이 입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5% 이상이 서민 전세 수요가 집중된 빌라·다세대·연립주택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체납 사실을 알기 어려운 세입자는 갑작스레 공매 통보를 받고, 보증금 회수가 막히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보증금 규모도 만만치 않다. 최근 5년간 공매 대상 건물의 전세보증금 총액은 1조4,882억 원이며, 이 중 81%가 빌라 등 주택에 집중돼 있다. 공매가 늘면서 낙찰이 지연되거나 유찰이 반복돼 세입자의 보증금이 장기간 묶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허 의원은 “공매는 전세사기와 함께 서민 주거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정부와 캠코가 공매시장 관리뿐 아니라 피해 세입자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피해자에게 씌운 책임, 이제는 구조를 봐야 할 때
피해자를 ‘부주의한 개인’으로 몰면 사회적 책임은 사라진다. 계약자가 등기부등본을 확인해야 한다는 말은 옳지만, 복잡한 부동산 권리관계나 법적 절차를 일반인이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문제의 본질은 개인이 아닌 제도에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는 여전히 보호 범위가 좁고 가입 요건도 까다롭다. 중개 시스템 역시 허술하다. 일부 공인중개사는 임대인과 유착해 허위 정보를 공개하지만, 이를 사전에 확인하거나 법적으로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는 ‘왜 확인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피해 사실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책임까지 전가되는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속았느냐’가 아니라 가해자가 ‘어떻게 속일 수 있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시선을 거둬야 비로소 구조의 문제와 제도적 허점을 직시할 수 있다.
[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위즈경제가 진행하는 장기 심층취재 시리즈입니다. 불법사금융,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점점 더 정교해지고 악질적으로 변하는 범죄들과 사회적 부조리 속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일상과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실효성 없는 제도와 소극적인 보호뿐입니다.
가해자는 진화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느리고, 그 책임은 여전히 남의 일입니다. 왜 피해자만이 끝까지 남아서 홀로 그 큰 무게를 감당해야 할까요?
이에 본지는 반복되는 피해의 이면에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짚고, 피해자가 사회에서 더 이상 '관리 대상'이나 '부주의한 개인'으로 낙인 찍히지 않도록 목소리를 모으고자 합니다.(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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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에 사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냐가 토론의 장이되야한다는 말씀 공감하며 중증발달장애인의 또다른 자립주택의 허상을 깨닫고 안전한 거주시설에서 자립적인 생활을 추구하여 인간다운 존엄을 유지할수있도록 거주시설어 선진화에 힘을 쏟을때라 생각합니다 충분한 돌봄이 가능하도록 돌봄인력충원과 시설선진화에 국가에서는 충분한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합니다
2시설이 자립생활을 위한 기반이 되야합니다. 이를위해 전문인력이 배치되고, 장애인의 특성과 욕구를 반영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며, 지역사회와 연계된 지원체계가 마련되어야 합니다. 장애인이 보호받으면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공간으로 거주시설을 개선하고 지원 되이야 가족도 지역사회에서도 안심할 수 있게 정책개발 및 지원 해야 한다는 김미애의원의 말씀에 감동받고 꼭 그렇게 되길 간절히 바래 봅니다.
3중증발달장애인의 주거선택권을 보장하고 그들에게 필요한 지원을 바랍니다. 탈시설을 주장하시는 의원님들 시설이란 인권을 빼앗는 곳이라는 선입관과 잘못된 이해를 부추기지 마세요. 중중발달장애인을 위해 노화된 시설을 개선해 주세요. 또, 그들의 삶의 보금자리를 폐쇄한다는 등 위협을 하지 마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4지역이 멀리 있어서 유트브로 시청했는데 시설장애인 부모로 장애인들이 시설이든 지역이든 가정이든 온전히 사회인으로 살수 있게 해줬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5탈시설 개념에 대해 페터 슈미트 카리타스 빈 총괄본부장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에 게재된 탈시설화는 무조건적인 시설 폐쇄를 의미하지 않으며 장애인 인권 향상을 위한 주거 선택의 다양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며, 미국의 경우 발달장애인의 거주 서비스는 의료적 도움이 필요한 경우, 도전적 행동이 있는 경우, 자립 지원이 필요한 경우 등 여러 거주 서비스 필요성에 의해 장기요양형 거주 시설부터 지역사회 내 자립홈까지 운영하고 있다. 이번 토론회를 통해 거주시설에서의 자립생활 목소리가 정책으로 연결되길 기대합니다.
6장애인도 자기 삶을 결정하고 선택 할 귄리가 있습니다. 누가 그들의 삶을 대신 결정합니까? 시설에서 사느냐 지역사회에서 사느냐가 중요 한게 아니고 살고 싶은데서 필요한 지원을 받으며 살아야합니다. 개인의 선택과 의사가 존중되어야 합니다.
7최중증 발달장애인의 거주시설에서의 생활은 원가정을 떠나 공동체로의 자립을 한 것입니다. 거주시설은 지역사회에서 벗어나 있지 않습니다. 시설안과 밖에서 너무도 다양하게 활동합니다. 원가정이나 관리감독이 어려운 좁은 임대주택에서의 삶과 다른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체야 말로 장애인의 삶의 질을 높이고 사회성이 향상되는 곳입니다. 그리고 가장 안전한 곳 입니다.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이 아파트나 빌라에서 살아가기란 주변의 민원과 벌래 보듯한 따가운 시선 그리고 돌발행동으로 위험한 상황이 많이 일어나고 그때마다 늙고 힘없는 부모나 활동지원사는 대처할수 있는 여건이 안되고 심지어 경찰에 부탁을 해 봐도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현실 입니다. 그러나 거주시설은 가장 전문성이 있는 종사자들의 사명과 사랑이 최중증발달장애인들을 웃게 만들고 비장애인들의 눈치를 안봐도 되고 외부활동도 단체가 움직이니 그만큼 보호 받을수 있습니다 . 예로 활동지원사가 최중증발달장애인을 하루 돌보고는 줄행랑을 쳤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