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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 끝 전세사기, 책임은 왜 피해자 몫인가 [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청년·신혼부부·이주민까지…진화하는 전세사기
▷깡통전세와 갭투자, 구조적 허점이 부른 피해
▷피해자에게 책임을 묻는 사회…법과 제도는 여전히 뒷북

입력 : 2025.10.15 13:55 수정 : 2025.10.15 13:56
벼랑 끝 전세사기, 책임은 왜 피해자 몫인가 [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 올해 3월 동작구 아트하우스 전세사기 피해대책위와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대책위가 서울 서초구 서울회생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연합뉴스)
 

[위즈경제] 이수아 기자 =최근 전세사기 피해 상황은 단순히 일부 악덕 임대인의 문제를 넘어 사회 문제로 확산하고 있다. 청년, 신혼부부, 이주민 등 다양한 계층이 깡통전세나 갭투자 등의 수법으로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경북 구미에 거주하는 피해자 A 씨는 결혼을 앞두고 전세사기를 당했다. 이로 인해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입었고, 결국 파혼까지 이르렀다. 그는 하루아침에 전세금과 예비 가정을 동시에 잃었다. 

 

최근에는 이주노동자 등 외국인 전세사기 피해도 늘고 있다. 경기도 수원시에서 전세사기 피해를 당한 외국인 B 씨는 전세사기 특별법상 ‘피해자’로 인정되지만, 실제 지원은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 LH 피해주택 매입 제도는 내국인 계약에만 적용돼, 피해 사실이 명확해도 주택 매입이나 지원 대상에서 배제되고 있다. 

 

특히 외국인 피해자의 경우 부동산 용어나 법 절차가 생소할 뿐 아니라 언어 장벽까지 겹친다.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 외국인 통역 창구가 있지만 통역 직원이 전세사기 관련 법률을 숙지하지 못해 실질적인 법적 지원을 받기 어렵다. 

 

강다영 서울 동작구 아트하우스 피해대책위 위원장은 2023년 7월, 중소벤처기업부의 전세대출 지원 소식을 듣고 직장 생활로 모은 돈과 함께 8천만 원을 대출받아 전셋집을 구했다. 그는 계약 당시 등기부등본에 근저당 9억 원이 설정된 것을 확인하고 불안을 느꼈지만, 공인중개사는 “임대인이 현금이 많고 건물 시세가 30억 원을 넘는다”며 안심시켰다. 

 

그러나 다음 해 1월, 임대인은 파산을 이유로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통보했다. 심지어 ‘건물이 안전하다’고 말했던 공인중개사는 알고 보니 임대인의 딸이었다. 임대인은 총 4채의 건물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자금 없이 은행 대출과 세입자의 전세보증금을 이용해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형적인 ‘갭투자’ 수법이었다. 

 

갭투자는 매매가격과 전세금의 차이만큼만 자금을 투입해 집을 구매하는 방식이다. 전세보증금으로 적은 실투자금으로 주택을 사들인 뒤 시세 차익을 노리는 전략이다. 그러나 계약 당시 공인중개사가 “30억 원대 건물”이라 주장했던 해당 건물은 법원 감정평가 결과 18억 원 수준으로, 전세보증금이 매매가를 초과하는 ‘깡통전세’ 구조였다. 

 

집값이 하락하거나 보증금을 반환할 여력이 사라지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세입자에게 전가된다.

 

 

지난달 30일 서울 여의도 KB국민은행 본점 앞에서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등이 은행의 부실한 대출심사로 전세사기 피해가 커졌다며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했다. (사진=연합뉴스)

 

강 위원장은 또 다른 문제로 전세대출 심사의 허술함을 지적했다. 그는 “거주 주택이 다중주택 구조의 위반 건축물이었고, 불법 취사시설까지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은행은 아무 문제없이 대출을 승인했다”“깡통전세 여부나 보증금 회수 가능성에 대한 검토도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임대인에게 유사한 피해를 본 사람은 76여 명에 달하며, 돌려받지 못한 보증금 규모는 약 70억 원에 이른다. 

 

세금 체납 뒤 공매…또 다른 ‘전세사기 함정’

 

최근 세입자가 거주 중인 전세주택이 집주인의 세금 체납으로 공매에 넘어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보증금 회수가 막히는 또 다른 형태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허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3일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주거용 건물 공매 입찰은 2016~2020년까지 연평균 1,800건 안팎이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급증해 지난해 약 3,000건으로 달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만 1,800여 건이 진행됐다. 

 

특히 전세임대차 계약이 설정된 공매 물건은 202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약 5년간 6,300여 건이 입찰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75% 이상이 서민 전세 수요가 집중된 빌라·다세대·연립주택이라는 점에서 우려가 크다. 체납 사실을 알기 어려운 세입자는 갑작스레 공매 통보를 받고, 보증금 회수가 막히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보증금 규모도 만만치 않다. 최근 5년간 공매 대상 건물의 전세보증금 총액은 1조4,882억 원이며, 이 중 81%가 빌라 등 주택에 집중돼 있다. 공매가 늘면서 낙찰이 지연되거나 유찰이 반복돼 세입자의 보증금이 장기간 묶이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허 의원은 “공매는 전세사기와 함께 서민 주거를 위협하는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정부와 캠코가 공매시장 관리뿐 아니라 피해 세입자 보호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피해자에게 씌운 책임, 이제는 구조를 봐야 할 때


 

전세사기 피해자에게 모든 책임이 전가돼 피해 사실과 함께 이중 고통을 겪는다. (사진=연합뉴스)

 

피해자를 ‘부주의한 개인’으로 몰면 사회적 책임은 사라진다. 계약자가 등기부등본을 확인해야 한다는 말은 옳지만, 복잡한 부동산 권리관계나 법적 절차를 일반인이 완벽히 이해하기는 어렵다. 

 

문제의 본질은 개인이 아닌 제도에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제도는 여전히 보호 범위가 좁고 가입 요건도 까다롭다. 중개 시스템 역시 허술하다. 일부 공인중개사는 임대인과 유착해 허위 정보를 공개하지만, 이를 사전에 확인하거나 법적으로 제재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는 ‘왜 확인하지 않았느냐’라는 질문을 받는다. 피해 사실만으로도 고통스러운데, 책임까지 전가되는 이중의 고통을 겪는다. 

 

이제는 질문을 바꿔야 한다. ‘왜 속았느냐’가 아니라 가해자가 ‘어떻게 속일 수 있었는지’를 물어야 한다.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시선을 거둬야 비로소 구조의 문제와 제도적 허점을 직시할 수 있다. 

 

[피해자를 위한 나라는 없다]는 위즈경제가 진행하는 장기 심층취재 시리즈입니다. 불법사금융, 전세사기, 보이스피싱 등 점점 더 정교해지고 악질적으로 변하는 범죄들과 사회적 부조리 속에서 수많은 시민들이 일상과 삶을 송두리째 빼앗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들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것은 실효성 없는 제도와 소극적인 보호뿐입니다. 

가해자는 진화하고 있지만, 법과 제도는 여전히 느리고, 그 책임은 여전히 남의 일입니다. 왜 피해자만이 끝까지 남아서 홀로 그 큰 무게를 감당해야 할까요? 

이에 본지는 반복되는 피해의 이면에 있는 구조적 문제를 짚고, 피해자가 사회에서 더 이상 '관리 대상'이나 '부주의한 개인'으로 낙인 찍히지 않도록 목소리를 모으고자 합니다.(편집자주)


 
이수아 사진
이수아 기자  lovepoem430@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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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가 소액주주와의 연대와 경제정의 실현, 주주보호를 참칭하며 주주들 뒷통수를 친 건지 , 코아스는 대답해야 한다. 누가봐도 말도 안되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결국 회사 인수에도 실패, 그러고도 무슨 낯짝으로 이화피해주주보호와 연대를 외치는 건지, 정리매매 때 싼값에 주식사서 한탕해먹으려던 뻔한 수작, 뻔한 민낯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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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스같은 기업이 한국땅에 존재하는 한 이화연대 주주같은 피해자는 계속 양산될것이다. 만약 이재명정부의 고위직에 계신분이 이화주주연대의 이 피끓는 절규들을 읽으신다면 특별법에의거해서 철저한 조사와 시장교란행위에대해 엄벌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3

이화그룹주식으로 가슴에 피멍이든 우리주주연대를 우습게 보지 말아라 2년6개월동안 수많은 날들을 이주식 살리고자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했고 실날같은 거래재개를 위해 한국거래소 국회 여의도에서 목이터져라 외쳐댔던 우리의 지난날들을 기억이나 하는가 ᆢ진정 우리들의 눈물의밥을 짐작이나 하겠느냐 같이 주주운동을하다 암으로 죽어가며 언니 거래재개 못보고 갈것같애 하던 동생이 생각난다 많은 주주연대 사람들의 고통과 땀과 인내로 견뎌온 주주연대를 최대치로 대우하고 인정하고 보상해줄 각오하고 코아스는 연대와 협상에 임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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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만 주주의 피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정리매매 속 지분 매입은 주주 보호가 아닌 사익 추구일 뿐입니다. 진정한 책임은 회피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야 합니다. 주주를 위한 투명한 협의와 사과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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것도 좋은 잉시지라고 봅니다 코아스는 진정한 기업이라면 이제라도 주주연대와 협협의에 나서야 합니다 그래야 기업도 살고 주주들은 좋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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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스 당신들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들 너의가 고스란이 거두어갈것이다 이화그룹3사는 이 본질의 책임을 통감하고 이화주주연대와의 진정어린 사과와 협의를 최션을 다하여 임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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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아스는 이화그룹 싸게 먹을려다 오히려 당하게 생겼으니 소액주주와 소통을 한다.처음부터 소통을 하지 죽게 생겼으니 이제와 무슨말을 합니까. 계획도 없으면서 그냥 싼게 무조건 좋은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