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마크 Link 인쇄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글자크기 설정 시 다른 기사의 본문도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소비는 버티지만 일자리는 꺾였다…고물가·고금리 압박에 흔들리는 내수 회복

▷5월 소매판매 1.7% 증가에도 내구재 소비 감소…준내구재·비내구재가 방어
▷취업자 4만명 감소 전환, 제조업 고용 부진 확대…물가·환율·금융시장 변동성도 부담

입력 : 2026-07-09 11:15
소비는 버티지만 일자리는 꺾였다…고물가·고금리 압박에 흔들리는 내수 회복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내수 회복의 온도차가 커지고 있다. 소비는 정부 지원 정책과 서비스업 개선에 힘입어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갔지만, 노동시장에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 둔화가 나타났다. 여기에 소비자물가는 3%대 초반의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금융시장에서는 주식시장 변동성과 환율 상승이 동시에 나타났다. 반도체 수출과 서비스업 호조가 한국경제의 회복 흐름을 떠받치고 있지만, 가계가 체감하는 경제 여건은 여전히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8일 KDI가 발표한 ‘경제동향 2026년 7월호’에 따르면 우리 경제는 제조업 생산이 조정됐으나 반도체 수출과 서비스업 호조에 힘입어 완만한 개선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KDI는 소비 개선세가 이어지고 있음에도 고유가와 높은 환율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고, 이는 기준금리 인상 부담으로 이어져 향후 소비 회복을 제약할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소비는 완만한 개선…하지만 승용차 부진이 내구재 끌어내렸다

 

소비 지표만 놓고 보면 내수는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 5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1.7% 증가했다. 4월 1.6%에서 소폭 높아지며 전월과 유사한 증가세를 유지했다. 소비가 급격히 꺾이기보다는 완만한 개선세를 이어간 것이다.

 

다만 세부 내용을 보면 소비 회복의 질은 균일하지 않다. 내구재 소비는 3.6% 감소했다. 특히 승용차 판매가 10.7% 줄면서 내구재 소비 부진을 이끌었다. KDI는 부품업체 화재에 따른 생산 차질과 조업일수 감소 등이 승용차 소비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실제 국산차 내수 판매는 3월 5.3% 증가에서 4월 8.7% 감소, 5월 14.3% 감소로 악화됐다가 6월 잠정치로는 3.0% 증가로 반등했다. 5월 승용차 소비 부진에는 일시적 요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반면 준내구재와 비내구재 소비는 개선됐다. 준내구재는 4월 4.6% 증가에서 5월 7.7% 증가로 상승폭이 확대됐고, 비내구재도 0.5%에서 2.1%로 높아졌다. 의류·신발 등 준내구재와 식료품·생활용품 등 비내구재가 소비 흐름을 방어한 셈이다. 정부 지원 정책도 일부 소비를 떠받친 요인으로 꼽힌다.

 

서비스 소비와 밀접한 업종도 회복세를 보였다. 운수 및 창고업은 1.5% 증가했고, 숙박 및 음식점업은 2.2% 증가했다. 특히 숙박 및 음식점업은 4월 1.2%에서 5월 2.2%로 증가폭이 확대되며 부진이 완화됐다. 이는 외식·여행·이동 관련 소비가 일부 살아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소비 개선이 안정적인 회복으로 이어질지는 불확실하다. 소비자심리지수는 5월 106.1에서 6월 106.6으로 소폭 올랐지만, 향후 경기전망은 93에서 92로 낮아졌다. 현재 경기판단은 83에서 86으로 개선됐으나, 미래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신중한 모습이다. 가계가 현재 소비는 어느 정도 유지하고 있지만, 물가와 금리 부담을 고려해 향후 지출 확대에는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의미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노동시장, 제조업 중심으로 둔화…취업자 수 감소 전환

 

소비 회복의 지속성을 흔드는 가장 큰 변수는 노동시장이다. 5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만명 감소했다. 4월 7만4천명 증가에서 한 달 만에 감소로 전환한 것이다. 고용시장이 경기 회복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신호다.

 

가장 큰 부담은 제조업이다. 제조업 취업자는 4월 5만5천명 감소에서 5월 14만명 감소로 감소폭이 확대됐다. 특히 상용직 감소폭이 3만4천명에서 10만8천명으로 커졌다. 단순히 임시·일용직 위주의 조정이 아니라 제조업의 안정적 일자리까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KDI는 업황 둔화에 따라 제조업 고용 감소폭이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업 고용은 여전히 증가세다. 서비스업 취업자는 4월 21만4천명 증가에서 5월 24만5천명 증가로 증가폭이 소폭 확대됐다. 숙박 및 음식점업이 2만9천명 감소에서 2만명 증가로 돌아선 점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서비스업도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 KDI는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에서 8만9천명 감소가 나타나는 등 기존의 높은 증가세가 조정되는 모습이라고 평가했다.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도 낮아졌다. 15세 이상 고용률은 계절조정 기준 62.5%로 전월보다 0.2%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20대는 0.5%포인트, 40대는 0.4%포인트 떨어졌다. 청년층과 40대는 각각 노동시장 진입과 중간 연령대 핵심 고용층이라는 점에서 고용률 하락의 의미가 크다.

 

실업률은 2.8%로 전월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를 고용 안정으로만 해석하기는 어렵다. 경제활동참가율이 64.5%에서 64.3%로 낮아졌고, 비경제활동인구가 17만4천명 증가에서 26만4천명 증가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이 줄면 실업률은 안정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노동시장 밖으로 밀려나거나 구직을 미루는 인구가 늘어난 결과일 수 있다.

 

결국 노동시장의 핵심 문제는 취업자 수 감소보다 그 구성에 있다. 제조업 고용이 줄고, 청년층과 40대 고용률이 하락하며, 비경제활동인구가 늘고 있다. 소비가 완만히 개선되더라도 안정적 소득 기반이 약해지면 가계의 소비 여력은 쉽게 확대되기 어렵다.

 

◇소비자물가 3.2%…근원물가는 유지됐지만 체감 부담은 여전

 

6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했다. 5월 3.1%에서 0.1%포인트 높아졌다. 물가 상승률은 3%대 초반에 머물고 있지만, KDI는 고유가의 영향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가격 상승폭이 확대됐다. 상품가격은 5월 3.5%에서 6월 3.8%로 높아졌다. 반면 서비스가격은 2.8%에서 2.6%로 낮아졌다. 서비스 물가 상승폭이 줄었지만, 상품가격 상승이 이를 상쇄하면서 전체 물가 상승률은 전월과 유사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가장 큰 상방 요인은 석유류다. 석유류 가격 상승률은 5월 24.2%에서 6월 24.7%로 확대됐다. 국제항공료도 33.5%에서 28.2%로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유가 상승의 영향이 석유류에만 머물지 않고 항공료 등 비석유류 품목에도 일부 파급되고 있는 것이다.

 

다만 국제유가 자체는 6월 들어 빠르게 하락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월평균 기준 4월 배럴당 105.7달러, 5월 103.2달러에서 6월 79.5달러로 낮아졌다. 중동 정세 불안이 완화되면서 국제유가가 하락한 영향이다. 그러나 원유도입단가는 4월 112.3달러, 5월 117.8달러, 6월 117.1달러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국제유가 하락이 국내 물가에 즉시 반영되지 않는 이유다. 원유 도입에는 시차가 있고, 기존 고가 물량이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근원물가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기준으로 2.5% 상승했다. 전월과 같은 수준이다. 외식 제외 개인서비스의 물가 기여도는 낮아졌지만, 공업제품 기여도는 확대됐다. 서비스 물가 압력은 일부 완화됐지만, 공업제품 가격이 물가를 다시 떠받치는 구조다.

 

문제는 물가 둔화 속도다. 국제유가가 하락했더라도 원화 약세가 이어지면 수입물가와 원재료 가격을 통해 소비자물가에 시차를 두고 반영될 수 있다. KDI도 한동안 지속된 고환율의 영향이 시차를 두고 파급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 둔화는 점진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즉, 유가 하락만으로 가계 체감물가가 빠르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렵다.

 

◇금융시장, 주가는 높지만 변동성도 높다

 

금융시장도 내수 회복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키우는 변수다. 6월 KOSPI는 월말 기준 8,476.5를 기록했다. 3월 5,052.5, 4월 6,598.9, 5월 8,476.2에 이어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AI 관련 투자 확대 기대가 주식시장을 떠받친 영향이다.

 

그러나 주가 수준만 보면 안 된다. 6월 월평균 KOSPI200 변동성지수인 VKOSPI는 85.4를 기록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8년 11월 70.3을 웃도는 수준이다. 주식시장이 상승 기대와 차익 실현 압력 사이에서 크게 흔들렸다는 뜻이다. KDI도 AI 관련 투자 확대 기대와 외국인 투자자의 차익 실현 등 등락 요인이 혼재하며 주가가 월중 큰 폭의 등락을 반복했다고 설명했다.

 

시장금리는 고물가와 기준금리 인상 기대의 영향을 받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월말 기준 3월 3.55%, 4월 3.60%, 5월 3.73%, 6월 3.70%를 기록했다. 6월 중순 이후 미국과 이란 간 종전협상과 유가 하락으로 금리 하락 요인이 생겼지만, 고물가 지속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기대가 남아 금리 하락세는 제한됐다.

 

환율도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은 월말 기준 3월 1,530.1원, 4월 1,483.3원, 5월 1,507.9원, 6월 1,549.4원으로 상승했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기대가 달러 강세 요인으로 작용한 것이다. 높은 환율은 수출기업에는 일부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수입물가와 원자재 가격 부담을 키워 소비자물가와 내수에는 부담이 된다.

 

다만 금융시장 불안이 신용시장 전반으로 번진 것은 아니다. 정부 외화채권의 부도위험을 반영하는 CDS 프리미엄은 6월 말 22.3bp로, 2015년 이후 장기 평균인 38.8bp를 밑돌았다. 주식시장 변동성은 높지만 국가 신용위험이나 신용시장 전반의 불안으로 확산된 상황은 아니라는 의미다.

 

◇반도체 회복과 민생 회복 사이의 간극

 

이번 KDI 경제동향이 보여주는 핵심은 한국경제의 회복이 아직 균형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반도체 수출과 서비스업 생산은 경제 전반의 개선 흐름을 떠받치고 있다. 소비도 소매판매와 일부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노동시장에서는 제조업 고용이 줄고, 청년층과 40대 고용률이 떨어졌다. 소비자물가는 3%대 초반에 머물고 있고, 금융시장에서는 고환율·고금리·주가 변동성이 동시에 나타나고 있다.

 

소비가 계속 개선되려면 결국 소득과 고용이 뒷받침돼야 한다. 준내구재와 비내구재 소비가 늘고 숙박·음식점업이 회복된 것은 긍정적이다. 그러나 제조업 고용 둔화가 길어지고,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이 약해지면 소비 회복은 일시적인 정책 효과나 심리 개선에 머물 가능성이 있다.

 

물가도 마찬가지다. 국제유가 하락은 분명한 하방 요인이다. 하지만 원유도입단가의 시차, 고환율, 공업제품 가격 상승이 겹치면 체감물가가 빠르게 낮아지기 어렵다. 물가가 높은 상태에서 금리 인상 기대가 유지되면 소비 회복은 다시 제약을 받을 수 있다. 가계 입장에서는 물가가 오르고 대출금리 부담이 커지는 상황에서 지출을 늘리기 어렵다.

 

금융시장도 양면적이다. KOSPI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은 기업 실적과 AI 투자 기대를 반영한다. 그러나 VKOSPI가 금융위기 당시 수준을 웃돌 정도로 높아졌다는 점은 시장이 안정적 상승 국면이라기보다 기대와 불안이 공존하는 구간임을 보여준다. 주식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가계와 기업의 심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결국 지금 한국경제는 수출과 서비스업이 버팀목 역할을 하는 가운데, 내수와 고용, 물가, 금융 여건이 서로 맞물려 불안정하게 움직이는 국면에 있다. 반도체가 수출 지표를 끌어올려도 제조업 고용이 줄고, 소비가 완만히 늘어도 고물가와 고환율이 지출 여력을 갉아먹는다면 국민이 체감하는 회복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앞으로의 정책 대응은 성장률이나 수출 실적만이 아니라 고용의 질, 체감물가, 금융시장 변동성, 가계 소비 여력을 함께 들여다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할 것이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