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플랫폼 가품 피해 확산…“보상은커녕 환불도 어려워”
▷가방·신발 피해 집중…환불 길은 멀다
▷싼 가격의 유혹, 소비자 경각심 절실

[위즈경제] 김영진 기자 = # D씨는 2014년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서 구입한 해외 브랜드 의류를 2023년 중고로 판매했다가 낭패를 봤다. 구매자가 브랜드 본사를 통해 가품임을 확인하고 “속여서 팔았다”며 고소한 것이다. D씨는 당시 플랫폼에서 ‘가품 보상제(가품 시 110% 보상)’가 운영됐다는 사실을 근거로 보상을 요구했지만, 해당 브랜드는 현재 보상 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플랫폼은 오히려 지식재산권 전문 기관을 통한 별도의 확인을 요구하며 책임을 피했다.
# C씨 역시 억울함을 호소했다. 2024년 국내 온라인 플랫폼에서 고가의 가방을 구입하며 ‘가품일 경우 100% 환불’이라는 안내 문구와 판매자의 “정품 보장” 답변을 직접 확인하고 결제를 진행했다. 그러나 제품을 받아든 순간 정품과 다른 점이 속속 드러났고, 브랜드 측의 판정 역시 ‘가품’이었다. C씨가 환불을 요구했지만 판매자는 수거 불가를 이유로 거절했고, 플랫폼은 책임을 판매자에게 떠넘기며 사실상 피해 구제는 불가능했다.
한국소비자원(원장 윤수현)이 국내외 온라인 플랫폼 8개사의 가품 유통 실태를 조사한 결과, 공식 사이트 대비 지나치게 낮은 가격, 가품임을 암시하는 표현 등 가품으로 의심되는 정보가 많아 소비자 주의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 피해 늘어도 환급은 ‘먼 길’
한국소비자원이 발표한 조사 결과는 온라인 가품 유통이 더 이상 일부 사례가 아닌 구조적 문제임을 보여준다. 최근 3년간(2022~2025.2.) 소비자상담센터와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접수된 가품 관련 상담 건수는 총 1,572건. 이 가운데 가방이 330건(21.0%)으로 가장 많았고, 신발(228건, 14.5%), 화장품(196건, 12.5%), 음향기기(171건, 10.9%) 순으로 뒤를 이었다. 특히 가방 피해는 명품 브랜드 제품이 집중됐고, 신발 피해는 일반 브랜드에서조차 광범위하게 나타났다.
피해는 단순히 개인 소비자의 손실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에는 건강식품이나 화장품 같은 안전과 직결된 품목에서도 가품이 발견돼 사회적 우려가 커졌다. 지난해에는 온라인에서 판매된 일부 영양제에서 간 수치 이상을 유발할 수 있는 성분이 검출되며 “싼 게 비지떡”이라는 경고가 현실화됐다.
한국소비자원이 직접 실시한 실태조사도 문제를 확인했다. 조사 대상 8개 플랫폼에서 무작위로 추출한 147개 상품 가운데 해외 플랫폼(알리익스프레스·테무 등) 판매 제품의 72.5%가 공식 판매가의 20% 수준에 불과했다. 소비자가 직접 정품 여부를 판별하기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허점이다. 더구나 인스타그램, 네이버 밴드 등 SNS 게시물의 절반 이상이 ‘정품급’ ‘미러급’ 같은 표현을 쓰며 가품을 은근히 암시했고, 10개 중 7개꼴로 비공개 채널이나 외부 메신저로 유도해 거래를 성사시키는 방식이 확인됐다.
문제는 이런 의심스러운 판매 구조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소비자들이 환불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조사에 따르면 가품임을 모르고 구입한 소비자 500명 가운데 절반(49.0%)은 결제 전 정품 여부조차 확인하지 않았는데, 이유는 “온라인 플랫폼을 신뢰해서”(36.7%)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다. 신뢰가 곧 허술한 검증으로 이어진 셈이다.
◇ “싼 게 비지떡”…소비자 경각심 필요
가품임을 알게 된 뒤 환급을 시도한 소비자는 오히려 소수였다. 전체 응답자의 58.6%는 환급을 요청하지 않았는데, 이 중 60.4%가 “절차가 복잡하거나 시간이 오래 걸려서”라고 답했다. 구입가가 소액이라 포기했다는 응답도 24.6%를 차지했다. 결국 절차의 번거로움이 소비자의 권리를 포기하게 만든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소비자의 인식 수준이다. 가품임을 알고 구입한 응답자 500명 중 68.4%는 법적 문제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가품이 지식재산권 침해일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 건강과 안전까지 위협할 수 있다는 사실조차 체감하지 못하는 것이다. 소비자 책임 의식을 묻는 질문에서도 판매자(45.4%)와 플랫폼(37.3%)에 책임을 떠넘기는 답변이 대부분이었고, ‘소비자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답변은 17.3%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인식 부족이 가품 유통의 온상이 된다고 지적한다. 소비자들이 문제의식을 갖지 않는 한 판매자는 계속해서 시장을 넓히고, 플랫폼은 책임을 회피한 채 구조적 허점을 방치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 부처와 협의해 ▲가품 판매 차단 대책 마련 ▲SNS 내 가품 관련 단어 사용 제한 ▲가품 신고 방법의 사전 안내 강화를 요구했다. 소비자에게는 “공식 홈페이지나 인증된 판매처를 통한 구매”와 “지나치게 낮은 가격일 경우 반드시 의심”을 강조했다.
특히 화장품과 건강식품 등 안전과 직결된 제품은 성분 확인이 불가능한 가품을 사용할 경우 심각한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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펫샵이나 번식장에서 유통되는 강아지에 대한 문제점을 고발하는 방송이 나올때마다 이런 법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적극 찬성합니다.
2루시법 적극 찬성합니다 반려동물의 대량매매는 반드시 사라져야 합니다
3좋은 기사 잘봤습니다.
4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5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6영국,호주 등 선진국은 이미 유사한 규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반면에 한국은 반려견 인구가 매년 늘어가고 있음에도 관련법은 계속 제자리 걸음입니다. 하루빨리 국내에서도 루시법과 같은 법안을 도입해서 반려동물 산업 수준을 글로벌기준에 맞출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7이번 세제개편안 윤정부와 차별화 시키고자 하는 의도는 알겠는데 실효성을 생각한다면 투자 시장의 목소리에 좀 더 귀를 기울여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