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흔들린 호르무즈…유가·달러·금리가 동시에 뛰었다
▷미국, 이란산 원유 판매 허가 철회…호르무즈 선박 공격 대응
▷브렌트유 3% 급등·달러 강세·미 국채금리 상승…증시는 위험회피
호르무즈 해협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중동발 긴장이 다시 국제금융시장의 핵심 변수로 떠올랐다. 미국이 이란산 원유 판매에 대한 일시적 제재 면제 조치를 철회하고, 이란에 대한 공습을 재개하면서 유가와 달러, 미국 국채금리가 동시에 상승했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협상 재개 기대 속에 완화됐던 시장의 안도감이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군사 충돌로 빠르게 흔들리는 모습이다.
8일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국제금융속보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시적 제재 면제 조치를 철회했다. 최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발생한 이란의 선박 공격에 대응한 조치다. 익명의 미국 관계자는 이란과의 종전 양해각서는 성과에 따라 효력이 발생하는 것이며, 최근 이란의 행동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국은 외교의 문을 완전히 닫지는 않았다. 미국 측은 협상단이 최종 합의를 위해 계속 선의를 갖고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시에 미군 중부사령부는 SNS를 통해 이란에 대한 강력한 공습을 재개했다고 발표했다. 호르무즈 해협을 항해하던 상선 3척을 공격한 이란 측 행동에 대응하기 위한 군사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원유 공급 우려에 브렌트유 3% 급등
시장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브렌트유는 전일 대비 3.01% 오른 배럴당 74.16달러를 기록했다. 최근 호르무즈 통항 정상화 기대와 OPEC+ 증산 전망으로 유가 하락 압력이 커졌지만, 실제 선박 공격과 미국의 제재 면제 철회가 나오자 원유 공급 차질 우려가 다시 가격에 반영됐다.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운송의 핵심 길목이다. 이곳에서 상선 공격이 발생하면 단순한 지역 분쟁이 아니라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문제로 번질 수 있다. Bloomberg는 호르무즈를 통한 에너지 운송에 대한 새로운 위협이 세계 원유시장을 다시 불안정한 상태로 몰아넣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유가 상승은 단순히 에너지 시장에 그치지 않는다. 원유 가격이 오르면 물가 부담이 커지고, 이는 금리 전망과 주식시장 밸류에이션에도 영향을 준다. 실제 이날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4.55%로 8bp 상승했다. 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금리 상승 압력으로 연결된 것이다.

생성형 AI(쳇GPT)의 도움을 받아 시각화하고 기자가 최종 검토 및 확인해 제작한 그래픽입니다. 그래픽에 포함된 데이터와 내용은 기자가 직접 취재한 결과물입니다.
◇달러 강세·주가 하락…위험회피 재확산
외환시장에서는 달러화가 강세를 보였다. 달러지수는 0.26% 상승했다. 안전자산 선호가 강화된 데다 중동 긴장 고조가 달러 수요를 키운 영향이다. 유로화는 0.25% 하락했고, 엔화 가치는 약보합을 나타냈다.
주식시장은 부담을 받았다. 미국 S&P500지수는 0.45% 하락했고, 유럽 Stoxx600지수도 0.65% 떨어졌다.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2.12%, 한국 KOSPI는 4.91% 하락했다. 국제금융센터는 미국 증시 하락 배경으로 반도체 관련주 약세와 유가 급등을 꼽았다. 위험지표인 VIX도 3.60% 상승해 시장 불안이 커졌음을 보여줬다.
흥미로운 점은 뉴욕 1개월물 NDF 기준 원·달러 환율이 스왑포인트를 감안해 1514.7원으로 0.88% 하락했다는 점이다. 달러 강세와 중동 리스크에도 원화가 일부 강세를 보인 것은 아시아 통화 흐름 변화 가능성과 관련이 있다. JPMorgan Asset은 기존 위안화 강세와 원화 약세 흐름이 전환될 수 있으며, 특히 한국 원화가 저평가된 아시아 통화 반등의 수혜를 입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플레 기대 상승, 연준 부담도 커졌다
미국 내부 물가 지표도 부담이다. 뉴욕 연은의 6월 설문조사에서 1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7%로 전월 3.5%보다 상승했다. 3년 기대 인플레이션도 3.1%에서 3.3%로 올랐다. 5년 기대 인플레이션은 3.0%로 보합을 유지했다.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에너지 가격 하락 등을 근거로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이번 중동 긴장으로 유가가 다시 뛰면서 상황은 복잡해졌다. 현재 통화정책은 대체로 적절하다는 평가를 내놨지만, 불확실성이 큰 만큼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명확한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는 시장 입장에서 연준의 금리 경로를 더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유가가 다시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완화 기대는 약해지고, 금리 인하 기대도 후퇴할 수 있다. 반대로 지정학 위험이 경기와 투자심리를 압박하면 긴축을 지속하기 어려운 부담도 커진다.
◇AI 투자와 M&A 리스크도 시장 부담
중동 변수 외에 미국 증시 내부의 부담도 남아 있다. WSJ는 빅테크의 대규모 AI 투자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면서도 일부 둔화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Amazon과 Meta 등의 2분기 AI 관련 투자는 전년 동기 대비 74% 급증할 것으로 추정되지만, 일부 기업은 투자 효율성과 전략적 가치 창출을 더 중시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평가다.
The Economist는 미국 대형 M&A 증가가 증시에 새로운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100억달러 이상 대규모 거래가 늘어나면서 일부 대기업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금융시장 전체의 충격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AI 투자와 대형 M&A는 성장 기대를 키우는 요인이지만, 동시에 시장 집중과 밸류에이션 부담을 높이는 요인이기도 하다.
결국 이날 시장의 핵심은 ‘중동 리스크의 재가격화’다.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다시 커지면서 유가가 올랐고, 유가 상승은 금리와 주식시장에 압박을 줬다. 달러 강세는 안전자산 선호를 반영했지만, 원화 흐름은 아시아 통화 재평가 가능성이라는 별도 변수를 보여줬다. 미·이란 협상이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지만, 군사 충돌이 재개된 이상 시장은 더 이상 낙관만으로 움직이기 어렵다. 앞으로의 관건은 호르무즈 위협이 일회성 충돌에 그칠지, 아니면 원유 공급망 불안을 다시 구조적 위험으로 키울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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