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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불안 남았는데 증시는 올랐다…시장은 왜 ‘위험 완화’에 먼저 반응했나

▷미·이란 협상 재개에도 헤즈볼라·호르무즈 변수 여전
▷유가 하락·반도체 강세에 위험자산 반등…달러는 연준 매파 기류에 강세

입력 : 2026-06-22 14:12
중동 불안 남았는데 증시는 올랐다…시장은 왜 ‘위험 완화’에 먼저 반응했나 미·이란 회담이 열린 스위스 뷔르겐슈토크(사진.AFP=연합뉴스)
 

[위즈경제] 조중환 기자 = 미국과 이란의 협상이 일시 중단 뒤 재개됐지만, 중동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헤즈볼라 문제와 호르무즈 해협 통행료 논란, 이스라엘의 강경 입장까지 맞물리면서 협상은 첫날부터 흔들렸다. 그럼에도 국제금융시장은 전면 확전보다는 ‘위험 완화’ 가능성에 먼저 반응했다. 주가는 올랐고, 유가는 큰 폭으로 떨어졌다.

 

22일 국제금융센터가 발간한 국제금융속보에 따르면, 미국과 이란은 21일 스위스에서 협상을 시작했지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SNS를 통해 “이란이 헤즈볼라를 막지 않으면 이란을 공습하겠다”고 위협하면서 회담이 8시간 중단됐다. 이란은 레바논에서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다른 주제의 협상도 어렵다고 반발했다. CNN 등 주요 매체는 이후 비공식 논의가 다시 시작됐다고 보도했지만, 양국은 핵심 의제인 핵 문제 논의에는 들어가지 못한 상태다.

 

이번 협상의 불안 요인은 여러가지 존재한다. 이스라엘 네타냐후 총리는 이란 핵무기 저지와 헤즈볼라 문제에서 어떠한 타협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미국의 휴전 의무 위반과 이스라엘의 적대 행위를 이유로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동 리스크가 잠시 낮아진 것처럼 보여도, 협상 테이블 밖 군사 변수는 여전히 살아 있는 셈이다.

 

 

출처=국제금융센터

 

◇시장, 확전보다 ‘충격 회피’에 주목

 

금융시장은 일단 전쟁 확산보다 경제 충격을 피하려는 미국의 의도에 주목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S&P500지수는 중동전쟁 종전 합의 기대와 반도체 관련주 강세로 0.9% 상승했다. 유럽 Stoxx600지수도 미국 증시 영향과 은행주 매수 증가로 0.4% 올랐다. 한국 KOSPI는 11.43%,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7.92% 상승했다.

 

원자재 시장에서는 위험 완화 기대가 더 뚜렷했다. 브렌트유는 주간 기준 7.74% 하락했다. 중동 전쟁이 원유 수급을 흔들 수 있다는 우려가 완화되면서 유가가 빠르게 되돌려진 것이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도 유가 하락과 인플레이션 우려 완화가 반영되며 3bp 하락한 4.45%를 기록했다.

 

다만 달러화는 강세였다. 달러지수는 1.10% 상승했고, 유로화와 엔화 가치는 각각 0.84%, 0.66% 하락했다. 이는 중동 리스크 완화와 별개로 6월 FOMC가 예상보다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반영된 결과다. 시장이 지정학적 위험에는 안도했지만, 통화정책 측면에서는 달러 강세 요인을 더 크게 본 것이다. 원·달러 환율도 주간 기준 0.83% 상승해 1531.0원을 기록했다.

 

◇트럼프의 조기 합의, 협상력 약화 신호인가

 

외신 평가는 엇갈린다. Bloomberg는 트럼프 대통령이 글로벌 경제 충격을 피하기 위해 중동전쟁 종전 합의를 서둘렀고, 이 점이 향후 대이란 협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폐쇄 같은 압박 카드를 활용해 장기전을 유도할 경우, 조속한 상황 종료를 원하는 트럼프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Financial Times는 미국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트럼프 정책에 서로 다르게 반응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주식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관세나 전쟁 이슈에서 양보하는 순간을 매수 시점으로 받아들이는 반면, 채권시장은 재정 부담, 인플레이션,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더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현재 시장 흐름은 위험이 사라졌기 때문이 아니라, 최악의 시나리오가 뒤로 밀렸다는 판단에 가깝다. 협상이 이어지고 유가가 안정되면 위험자산 선호는 더 살아날 수 있다. 그러나 헤즈볼라 문제, 호르무즈 봉쇄, 미국의 통행료 압박, 이스라엘의 군사 대응 가능성이 다시 불거지면 시장은 빠르게 방향을 바꿀 수 있다.

 

이번 주 발표될 미국 5월 PCE 물가도 변수다. 시장은 헤드라인과 근원 PCE 모두 전월 대비 상승세가 강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최근 유가가 큰 폭으로 하락한 만큼 연말로 갈수록 인플레이션 우려가 완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중동 리스크와 미국 물가, 연준의 매파 기조가 동시에 움직이는 만큼 글로벌 금융시장의 안도감은 아직 조건부다.

 

지금 시장이 반영한 것은 평화의 확정이 아니라 확전 가능성의 후퇴다. 증시 반등과 유가 하락은 위험 완화의 신호지만, 달러 강세와 채권시장의 신중한 반응은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협상이 핵 문제로 넘어가지 못한 채 주변 안보 이슈에 묶인다면, 이번 안도 랠리는 오래가지 못할 수 있다.

 
조중환 사진
조중환 기자  highest@wisd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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